경남 통영 분소식당
통영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꼭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처음 통영에 갔을때 먹었던 도다리쑥국을 잊지 못했는데, 그때 그 식당이 여전히 있다. 통영의 봄은 도다리쑥국 그리고 분소식당이다.
서호시장의 대부분은 일제강점기때 80% 정도 매립되었고 나머지는 해방 후 매립되었다고 한다. 해장 직후 정부재산으로 귀속되어 황무지로 방치되다 일본에서 귀향한 동포들이 판자집 등을 짓고 임시 거주지로 삼았다. 이후 거주자들은 가설점포를 세워 상행위를 시작하면서 사설시장으로 변모했다.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는 서호시장이 있고, 강구안 근처에는 중앙시장이 있다. 시장이 모여 있어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고민하게 된다. 이럴때 이거 하나만 알면 된다. 서호시장은 도매, 중앙시장은 소매다. 즉, 아침에는 서호시장, 저녁에는 중앙시장이다. 느즈막에 도착을 하니 시장도 식당도 조용하다. 내일 오기로 하고, 이날 저녁에 먹을거리는 중앙시장에서 구입했다. (관련 이야기는 투비컨티뉴드)
흐렸던 첫날과 달리 둘째날은 여름같은 봄날씨다. 숙소에 조식이 있긴 했지만, 그따위에게 알콜에 지친 속을 맡길 수가 없다. 도다리쑥국을 제대로 먹기 위해 전날 열심히 달렸고,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떴을때 해장을 하기 위해 분소식당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 아닌데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다 먹고 나갈무렵에는 꽉 찼다. 왼쪽 사진 속 문으로 들어오면 주방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오른쪽 사진 속 문을 열면 서호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메인이 워낙 좋은데 굳이 반찬을 이리 많이 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반찬에는 손도 안대고 국만 먹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반찬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숙주나물무침과 멸치볶음이 괜찮았단다.
보기만 했는데도 속이 풀리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염도가 살짝 있긴 했지만, 맹물을 넣어서 맞췄다. 해장국으로 얼큰한 빨간국물이 좋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투명한 국물을 더 좋아한다. 무가 많이 보이지만, 그릇 아래에는 도다리가 숨어 있다.
부들부들 연한 쑥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억센 쑥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디쯤 되는 거 같다. 그나저나 쑥은 향기는 참 좋은데, 먹으면 너~~~~무 쓰다. 냉이랑 달래는 잘 먹는데 쑥은 여전히 힘들다. 고로 쑥은 먹지 않고, 우러난 국물만 먹을거다.
중간 사이즈 도다리 한마리가 통으로 들어있다. 쑥보다는 도다리땜에 도다리 쑥국을 먹는다. 서울에서도 먹은 적이 있지만, 현지 맛을 이길 수가 없다. 뽀얀 도다리 살이 식욕을 확 끌어당긴다. 잠시만 기다려라~ 사진을 다 찍은 후에 달려들테니깐.
쑥을 먹지 않기에, 이건 120% 연출샷이다. 사진을 찍은 후, 쑥은 뺴고 먹었다. 쑥보다는 도다리, 도다리보다는 국물이다. 건더기가 아무리 많아도, 국물을 이길 수가 없다. 특히 전날 알콜을 마셨다면, 무조건 국물부터 먹게 된다. 그릇채 들고 마셔야 하는데, 뜨거워서 숟가락을 이용해 연신 국물만 먹고 있다.
찰기가 어마어마한 밥은 국에 말아도 밥알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밥을 말아서 먹을때 무턱대로 막 먹으면 큰일날 수 있다. 왜냐하면 도다리에는 가시가 겁나 많기 때문이다.
도다리쑥국을 처음 먹었던 날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먹었던 날 비교샷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건, 국물이 많다는 거다. 은은한 쑥향은 여전하고, 도다리 가시 역시 여전히 많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니 졸복국에 멍게비빔밥까지 먹어야 했는데 애통하다.서울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도다리쑥국은 통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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