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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동 고잉메리 종각점

오후 3시가 넘었는데 점심을 먹지 못했다. 브레이크타임이라서 갈만한 식당도 없는데 했다가, 번뜩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한적한 시간에 한가로이 혼밥에 혼술까지 가능한 밥집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브레이크타임도 없다. 편의점인 듯, 레스토랑인 듯, 아니면 둘다인가? 서린동에 있는 고잉메리 종각점이다.

 

낮술요괴 참 맘에 들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요괴라면에 갓뚜기 제품 그리고 하얀 점박이 녹색그릇 등등 밥집이 아니라 편의점이다. 처음 왔다면 바로 속았을테지만, 인사동에 한번, 서린동은 이번이 두번째라서 절대 속지 않는다. 그나저나 벌써 세번이나 왔는데도, 여전히 먹기만 하고 제품을 구입한 적은 없다. 사고 싶은 건 많은데, 먹기 전에 사야지 배가 부르면 구매유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왔을때 먹은 스테이크 재료를 다 팔고 있지만, 구입의사 전혀 없다. 왜냐하면 같은 재료라도 똑같이 만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인사동과 달리 서린동이 주변에 회사가 많아서 그런지, 주류 종류가 은근 많다. 올때마다 와인 코너에서 흔들리지만, 이번에는 입장하자마자 단번에 맘을 빼앗겼다. 지금은 서울의 낮이지만, 나의 마음을 가져간 녀석(?)은 서울의 밤이다. 그저 혼밥하러 왔는데, 덩달아 혼술까지 해야할 듯 싶다. (겉으로는 짜증을 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즐거워 하는 중)

 

고잉메리는 혼밥하기 딱 좋은 곳이다. 혼밥이 낯선 사람을 위해 칸막이가 되어 있는 테이블도 있고,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에는 바테이블이 있다. 지정석은 아니지만, 늘 창가 테이블에 앉는다. 혼밥러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피해서 찰칵. 늦은 오후답게 한산하다. 

 

서울의 달이 아니라 서울의 밤

서울의 밤은 리큐르로 25%다. 도수가 높아 언더락이나 칵테일로 마시면 좋다고 하던데, 언더락을 선택했다. 이것도 코키지 차지라고 해야 할까나. 가격은 5,900원인데, 여기서 마신다면 컵값(1,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단순히 컵만 주는 줄 알았는데, 얼음도 같이 준다. 얼음을 달라고 하면 계속 리필 가능이다. 술에 이어 물(500원)도 따로 구입을 해야 한다. 물 정도는 그냥 줘도 될 거 같은데, 고잉메리에 왔으니 여기 법을 따라야 한다.

 

개념볶음밥 매운철판주꾸미(4,900원)

개념볶음밥 중 하나인 매운철판쭈꾸미다. 그나저나 지난번에 왔을때 보다 새로 추가된 메뉴가 꽤 많다. 그걸 알면서도 메뉴판 사진을 찍지 않은 건, 나의 실수. 처음에는 볶음밥인 줄 모르고, 안주를 찾다가 매움과 주꾸미에 끌려 주문을 했는데 볶음밥이 나왔다. 어차피 배도 고팠으니깐. 밥알 속에 주꾸미가 숨어 있고, 고명으로 김가루와 날치알 그리고 계란후라이가 올려져 있다.

 

자~ 그럼, 시원한 얼음물부터 마셔볼까나. 녹색이보다 숫자가 높아 걱정했는데, 국내산 100% 매실이라더니 목넘김이 겁나 부드럽다. 그리고 은은한 매실향이 여운을 주면서 사라지는데 요거요거 괜찮다. 살짝 단맛이 도는데, 탄산수를 넣어 마셔도 꽤나 괜찮을 듯 싶다. 볶음밥보다는 비프 카르파치오나 기름기 많은 회와 먹으면 딱 좋을 거 같다. 아무래도 몇병 사다가 쟁여둬야 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주인공인 주꾸미는 별로 없다는
파 아니고 마늘쫑

얼마전에 과분할 정도로 제철 주꾸미를 많이 먹었기에 이번에는 주꾸미가 아니라 매운볶음밥에 만족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매움이 별로 없었는데, 먹다보면 슬며시 올라온다. 그래도 불닭볶음면 수준은 아니라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요괴라면 크림크림맛(3,900원)
셰프피클(500원) 그리고 혼밥은 언제나 책과 함께

시작은 매움으로 했으니, 마무리는 느끼함이다. 기름진 회 대신 느끼한 크림크림맛 요괴라면이다. 국물을 보아하니, 왕돈가스 먹을때 나오는 스프와 비슷할 거 같다. 여기에 계란후라이와 햄 그리고 병주고 약주고 일까? 느끼하니 후추 과다 투하다.

 

익숙한 듯 낯선 맛

왕돈가스 먹을때 나오는 스프보다는 갓뚜기에서 나오는 스프 맛이랄까? 갓뚜기 스프를 안 먹어봐서, 정확하지 않지만 뭔가 인스턴트 느낌이 무지 강하다. 그동안 크림파스타는 많이 먹었는데, 크림라면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스타는 국물이 아니라 소스라고 하는데, 요건 소스가 아니라 확실히 국물이다. 크림맛 국물에 라면이라 요괴라면답다.

 

반숙 노른자는 셰프피클을 올려 먹는다. 고소함에 아삭함이 더해진다. 이때 서울의 밤을 곁들이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볶음밥에에 이어 라면까지 달걀을 2알이나 먹다니 부자된 기분이다. 현재 조정래 작가의 소설 한강을 읽고 있다. 서독에 광부를 파견하고 월남전에 군대를 파병하던 1960년대 후반에 계란후라이를 1개가 아니라 2개를 먹는다? 엄청난 갑부였을 거다.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해 라면에는 후추가 과다하게 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함을 잡겠다고 새콤한 피클을 추가했지만, 진짜를 옆에 두고 괜한 짓을 했다. 느끼하다 싶으면, 서울의 밤을 마시면 입안 가득 개운함만 남는다.

 

디저트로 계란 3알이 들어간 에그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했는데, 크림크림맛 요괴라면을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다보니, 더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 다음주에 종로에 나갈 일을 만들 생각이니, 그때 에그샌드위치를 먹고, 서울의 밤은 구입해야겠다. 고잉메리를 감성편의점이라고 하던데, 편의점보다는 혼밥에 혼술하기 좋은 감성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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