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동 고잉메리 종각점
고잉메리 안녕인사점과 종각점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분위기는 넘나 다르다. 아무래도 주변 환경의 영향때문인 듯 싶다. 인사동은 활발이라면, 서린동은 고요하다. 느긋하게 혼밥하기에는 고잉메리 종각점이 더 낫다.
고잉메리 안녕인사동점은 2층에 있지만, 넓어서 찾는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종각점은 자칫 놓칠 수 있을 거 같다. 종로1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영풍문고쪽을 바라보는데 투썸 옆으로 익숙한 간판이 눈에 띈다. 카메라 줌으로 다시 확인을 하니, 감성편의점 고잉메리가 맞다. 편의점이니 브레이크타임 없이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11시까지 운영을 한다. 고잉메리가 어떤 곳인지 미리 알고 왔다면 거리낌없이 들어갈텐데, 앞에 있던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다. "올리브영과 비슷한 컨셉인가봐?" 여기는 편의점인데 밥도 먹을 수 있어요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낯가림이 심해 아무 말도 못했다. 결국 그들은 입구에서 매장을 슬쩍 바라만 보고 사라졌다.
고잉메리 종각점의 첫 느낌은 공간이 좁다였다. 인사동에 비해 1/2정도랄까? 공간은 비좁고, 상품은 많고 이번에도 쇼핑은 제끼고 그저 먹기나 해야겠다. 물건 구입은 여기보다는 안녕인사동점이 나을 듯 싶다. 그나저나 주변에 회사가 많아서 그런가? 와인 포함 주류가 은근 많다. 아무래도 장소에 따라 상품 진열을 다르게 하나보다.
지난번에 요괴라면에 개념만두 그리고 사라다빵까지 알차게 먹었다. 이번에는 조금은 색다르게 칼질을 할 생각이다. 혼밥도 가끔은 우아하게 럭셔리하게 먹을 필요가 있다. 부첼리하우스 스테이크(15,000원)와 셰프피클 중 총각무, 고추, 쪽파(500원)를 주문했다. 그리고 고잉메리는 물조차 사서 마셔야 한다. 고로 물대신 낮술요괴 시리즈 중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스 비어(3,900원)를 주문했다.
벽에도 창가에도 그리고 가운데 긴 테이블까지 대체적으로 혼밥러들을 위한 공간이다. 콘센트 찾아 삼만리(?)를 할 필요없이 잘 되어 있다. 늦은 점심(2시)이라서 한산 그자체다. 혼밥도 혼술도 일절 부담없다.
미국산이지만 프라임 스테이크로 15,000원이면 꽤나 괜찮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판매중인 고기 가격를 보니 220g에 9,900원이다. 곁들인 음식을 뺀 가격이다. 진공포장에 후추랑 소금 등 양념이 되어 있어 집에서 추가 양념없이 그대로 굽기만 하면 된다. 고잉메리의 장점은 여기서 먹은 음식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단, 굽거나 끓이거나 하는 조리 과정이 필요하다. 집에서 해먹기 귀찮으면 나처럼 여기서 사 먹으면 된다.
고기 크기도 두께도 프리미엄답게 두둠하니 괜찮다. 그나저나 주문을 할때 굽기에 대해 묻지 않았다. 고기 상태에 맞춰 알아서 최적의 맛을 찾아주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문할때 미리 말을 해야 하는데 안해서 그냥 넘긴 것일까? 나중에라도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끝내 못 물어봤다.
별다른 소스도 없고, 아무래도 고기부심(?)이 있나보다. 그렇다면 파랑 버섯없이 고기만 먹는다. 큼직하게 자른 스테이크 한 점을 먹으니, 입안 가득 육즙 홍수다. 누린내, 군내는 일절 없다. 드라마에서 스테이크 먹는 장면이 나오면 왜 저리도 깨작깨작 조금씩 먹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 스테이크를 크게 먹었더니, 은근 많이 질기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안심보다는 등심부위인 듯 싶다.
두번째 칼질부터는 고기 크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여기에 파 구이를 더해서 먹는다. 이제야 질김없이 적당하다. 여기에 알싸함은 사라지고 달달함만 남은 파구이를 더하니 고기만 먹을때와는 또 다르다. 파 구이는 씬스틸러가 아니라 히든 주인공이다.
곁들인 음식치고는 파 양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마치 오일 파스타같은 기름진 파를 돌돌 말아 고기와 함께 피클은 괜히 주문했나 싶다.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버섯 피클보다는 역시 파 구이다. 스테이크가 아니더라도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때 파채무침이 아니라 파 구이로 먹어야겠다. 그리고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스 비어는 흑맥추처럼 쌉싸래한 맛이 강해 기름진 고기와 잘 어울린다. 고잉메리는 라면, 만두와 같은 분식류도 좋았는데, 파 구이가 더해진 스테이크는 훌륭했다. 다음에는 또 뭘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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