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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동 계절별미

먹거리가 많은 겨울이지만, 그중에서 갑은 굴이 아닐까 싶다. 굴은 어떻게 먹어도 본연의 맛을 절대 잃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굴을 먹을때 초장은 쓰잘데기 없는 양념일 뿐이다. 무언가를 더하지 않고, 오로지 너만 공략한다. 석화찜을 먹으러 오류동에 있는 계절별미로 향했다.

 

어느새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작년에 처음 이곳을 알게 되었고, 1월이 오면 어김없이 굴찜을 먹으러 간다. 오랜만에 월간친구, +알파와 함께 찾았다. 작년에는 둘이서 갔는데, 올해는 셋이다. 고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영업시간 오후 4시부터 아주 맘에 든다. 

복층 구조로 되어 있다. 장소가 협소한 거 같지만, 왼편에 넓은 공간이 있다. 작년에 위에서 먹었다고 올해도 또 위로 올라갔다. 주방 옆이라 주문을 빨리 할 수 있어 좋은데, 텅빈 테이블이 이내 꽉 차는 바람에 이번에는 좀 기다려야했다. 

 

작년에는 35,000원이었는데, 올해는 38,000원이다. 그러나 굴라면과 주류는 변동이 없다. 늘 그러하듯, 굴찜으로 시작해 굴라면으로 마무리할 생각이다. 한명이 늘었으니, 올해는 굴회로 시작해 굴찜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굴찜 너만 보인다 말이야~♬

 

고기 불판 아니라 굴찜 전용 불판이다. 커다란 직각 냄비에 석화가 가득이다. 가운데 보이는 양은 그릇의 정체는 잠시후에 밝히기로 하고, 뚜껑을 덮고 약 1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 먹기

서비스로 나온 생굴은 먹는게 아니라 호로록 마셔야 한다. 테이블에 초고초장이 준비되어 있지만, 우리는 초장을 더해 굴맛을 헤치는 그런 짓은 일절하지 않는다. 상태가 워낙 좋으니, 그냥 먹어도 충분하다. 짭쪼름한 바다맛과 깊은 굴맛이 동시에 입안 가득 흘러넘친다. 석화를 호로록 했는데도 굴찜은 아직이다. 기다리는 동안 꼬막과 미역국을 먹어도 되지만, 오늘 컨셉은 굴만 먹기다. 

 

다 녹색병이긴 하지만, 취향대로 각기 다른 녹색이를 골랐다. 그리고 굴찜을 먹을때 필요한 도구는 비닐장갑과 목장갑 그리고 나이프다. 장갑은 비닐을 먼저 착용해야 굴찜에서 나오는 수분과 이물질로부터 손을 보호할 수 있다. 돈가스용 나이프는 꽉 다물고 있는 굴껍질을 분리하는데 꼭 필요하다. 

 

굴찜, 쇼타임~

시간이 지날수록 커다란 냄비에서 연기가 막 나더니 15분 후, 아까와 별반 다름없은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다. 비주얼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안다. 생굴에서 굴찜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말이야. 생굴을 먹을때는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쉬엄쉬엄 먹었지만, 지금부터는 전투적으로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굴찜이 완성되면 가스불을 끄기 때문이다. 즉, 지금은 말랑말랑하니 따끈한 굴찜을 먹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식게 되면서 처음과 달리 맛이 변하게 된다. 고로 처음 그대로의 맛을 원한다면 잡담은 사절, 식기 전에 굴찜을 다 공략해야한다.

 

너를 왜 꽃이라고 했는지 알 거 같다.

살짝 벌어진 껍질 사이로 나이프를 집어넣고 벌리면 된다. 호로록 마실 수 있던 생굴은 뜨거운 열을 만나 말랑말랑 부드러운 석화찜으로 다시 태어났다. 적당한 짭조름함을 갖고 있는데, 굳이 무엇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냥 이대로 먹어도 대만족이다.

 

굴에도 관자(?) 있다.

굴이나 조개류는 먹다보니, 단단한 부위(관자)가 있다. 워낙 껍질에 밀착되어 있어 안먹고 그냥 두는 경우가 많는데, 그러면 절대 안된다. 말랑말랑한 식감과 달리, 요건 키조개 관자처럼 쫄깃함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생굴은 힘들지만, 굴찜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 긁으면 완벽하게 떨어진다.  

 

겨울은 참 맛있는 계절이 아닐 수 없다.

한명이 늘었다고, 줄어드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셋 다 굴 킬러에, 먹을때 잡담 금지에 건배없이 술은 알아서 마시라고 사전 교육을 했더니, 너무나도 잘 따르고 있다. 

 

굴 속에 진주가 아니라 게다.
양은 그릇 속에 삶은계란 있다.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셋이서 굴찜 한판을 헤치우는데 정확히 20분 걸렸다. 식지도 아니 식을 틈도 주지 않고 전투적으로 먹은 결과다. 당분간은 깨기 어려운 기록이 아닐까 싶다. 노란 양은 그릇 속에 있던 건, 삶은 계란이다. 굴찜을 먹을때 미리 꺼냈으면 반숙란이지 않았을까하고 작년에 말을 했고, 올해는 그렇게 해보자고 다짐했는데 굴찜 너만 보인다 말이야~♬ 반숙은 편의점에서 파는 감동란을 훨씬 좋으니, 그냥 완숙란을 먹기로 했다. 원래는 굴보쌈처럼 먹으라고 나온 무생채를 계란에 올려서 먹었다. 

 

입가심은 굴라면

라끼남에 나왔던 굴라면에는 깻잎이 없지만, 계절별미 굴라면에는 깻잎이 있다.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나다. 굴라면 끼리는 거, 그리 어렵지 않던데, 집에서 해봐야겠다. 

 

굴로 만든 음식 중 굴내음이 가장 적은 건, 아마도 굴찜이지 않을까 싶다. 굴 특유의 (비릿한) 향보다는, 구수한 향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또 먹게 될지 모르지만, 2021년 1월 그들과 함께 오류동으로 향하고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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