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뚝배기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다. 둘 중에서 무엇을 먹으며 좋을까? 짜장과 짬뽕이 쉽지, 이건 넘 어렵다. 그래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김치찌개다 왜냐하면 된장찌개는 집에서 자주 먹으니깐. 해남배추로 만든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뚝배기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는 엄마표 집밥으로 자주 먹는 음식이라 굳이 밖에서는 잘 먹지 않는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면, 된장보다는 김치다. 왜냐하면 엄마표는 김치에 국물 그리고 양념까지 아깝다면서 버리지 않고 다 들이붓고 끓이는 바람에 양이 많아 질릴때까지 먹게 된다. 식당에서 파는 거처럼 해달라고 늘 애원(?)하지만, 시어버린 김치를 처리하기 위한 방편이라 그렇게 할 수가 없단다. 엄마표 집밥이 다 좋을 수는 없다.
그나마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한 두끼 먹을 정도로 끓이니 굳이 사먹지 않는데, 김치찌개는 가끔 밖에서 먹는다. 편의점을 가다가 봤다. 해남 배추로 만들어 저온 숙성했다는 김치, 사진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혼밥할때는 바쁜 점심시간을 피하는게 좋다. 그래야 한적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깐. 그나저나 나 포함해서 6명의 손님이 있었는데, 다 혼밥러였다는 거 안 비밀이다.
메뉴를 보니, 김치전골에 삼겹살이 메인인 듯 싶다. 허나 위대하지 않으니 혼자서는 무리다. 당면사리 추가해서 김치전골을 먹고 볶음밥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으나, 현실은 생고기 김치찌개(8,000원)를 주문했다.
두부같은 계란찜에 고구마순 아니면 고사리나물 무침, 삼각 어묵 볶음 그리고 특유의 향이 가득한 파래무침에 무생채가 나왔다. 찌개가 좋으면 반찬은 굳이 필요없는데, 반찬만으로도 한그릇 뚝딱 해치울 거 같다.
왜 엄마표 김치찌개는 이게 안될까? 적당한 국물에 김치가 있고 두부에 고기까지 한끼 식사로 딱 좋은데, 울집은 3~4일은 먹어야 할 양이다. 암튼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찌개를 드디어 만났다.
생고기 김치찌개이니 당연히 고기가 들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비계가 느무느무 많다. 이래서 참치나 햄이 들어간 김치찌개가 좋다. 예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역시 비계는 어렵고 힘들다. 언제쯤 비계의 참맛을 알게 될까나? 아무래도 이번 생은 틀린 거 같다.
김치찌개의 주인공, 김치 등장이오. 너무 흐물거리지 않고 적당히 무른 김치다. 김치찌개 전문점이니 찌개용 김치를 따로 담근 듯, 양념이 과하지 않다.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김치를 보자마자 침샘폭발이다.
숟가락에 밥을 올리고, 김치로 밥을 살포시 덮는다. 여기에 비계를 제거한 살코기와 두부를 올린다. 참, 밥을 숟가락에 담은 다음, 찌개 국물에 숟가락을 잠시 담궜다.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계란찜을 계란후라이 삼아 무생채까지 추가해 비빔밥을 만들려고 했다. 큰그릇을 달라고 해야 하는데, 밥공기가 작아서 잘 비벼지지 않는다. 나름 맛깔나게 비벼서 한컷 담아야 하는데, 엉망진창이라서 그냥 먹기만 했다. 역시 김치찌개는 엄마표보다는 사 먹는 게 더 좋다.
원래는 생고기 김치찌개를 먹기 전에 고등어 김치찌개부터 먹었다. 애디를 늘 갖고 다니는데, 하필이면 이날 두고 오는 바람에 사과폰7로 담았다. 기본찬은 비슷한데, 이날은 고사리나물대신 숙주나물무침이 나왔다.
고등어 김치찌개라 그런가? 생고기에 비해서 국물이 더 진한다. 역시 내 취향은 육고기보다는 물고기다. 고등어는 보이지 않고 냄새만 나는데도 혼자서 좋아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한토막과 이보다 작은 한토막 고등어는 총 2토막 들어 있다. 생고기 김치찌개에서 났던 육향과 고등어 김치찌개에서 나는 비릿한 향 중 뭐가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비린 고등어 향이다.
생고기와는 다른 진한 국물은 고등어의 비린맛을 잡기 위해 양념을 더해서 그런 듯 싶다. 그때문인지 간도 더 강하다. 고등어에 커다란 무에 김치까지 조그만 뚝배기 안에 먹을게 너무 많다. 이럴때 필요한건, 공깃밥 추가다. 생고기 김치찌개는 한그릇으로 충분했는데, 고등어 김치찌개는 밥추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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