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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가평식당 대신 영일분식

면보다는 밥이 먹고 싶은 날이었다. 문래동에 눈여겨 둔 곳이 있어 찾아갔는데, 아뿔싸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하는 수 없이 한번은 더 가야지 맘 먹었던 곳을 향해,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가평식당 아니 영일분식이다.

 

작년 노른자 동동 쌍화차를 먹기 위해 상진다방을 찾았다. 그때 간판과 외관만 보고 알 수 없는 포스를 느꼈다. 미친 촉답게 검색을 통해 엄청난 곳임을 알게 됐다. 한정식 같다는 6,000원 백반, 그 맛을 보려고 왔는데 너무 늦게 왔다. 혼밥이라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왔는데, 브레이크타임이 있을거라 생각을 못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을 보니 손님에 주인장까지 아무도 없다. 잠시 후 통화를 하면서 등장하는 주인장에게 혹시라는 말만 했는데, 손사래를 친다. 열었던 문을 다시 조심스럽게 닫았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그저 문래동 골목을 뚜벅뚜벅 걸었다. 크루아상이 유명한 러스트 베이커리 앞에서 밥대신 빵을 먹을까 하고 잠시 고민을 했지만, 빵은 빵일뿐 밥이 아니다. 고로 다시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양키수산에서 멈췄다. 다양한 와인 병 아래 랍스터가 보인다. 랍스터 & 와인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밀었는데 들려오는 소리. "5시 오픈입니다." 조용히 다시 문을 닫았다. 

 

발길은 알아서 영일분식으로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주변을 탐색 중이다. 양키수산이 있던 골목을 나오니, 양키통닭이 나왔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오픈 준비중일 듯 싶어, 멀리서 사진만 담았다. 

 

사전 정보는 전혀 없지만 흐릿해진 간판만으로도 엄청난 포스가 느껴진다. 가평에서 놓친 백반을 순창에서 먹을까? 그런데 식당 주변이 너무나 고요하다. 또다시 퇴짜를 맞을까봐 겁이 나서 이번에는 문조차 열지 않고 영일분식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여기서 영일분식까지 겁나 가깝기 때문이다.

 

월요일은 휴무지만 브레이크타임은 없다.

그리 추운 날은 아니지만, 30여분을 걸어오느라 몸이 얼었나보다. 따끈한 방바닥에 앉자마자 밥보다는 스윽 잠이 오려고 한다. 몽롱한 상태였기 때문일까? 곧 엄청난 실수를 하게 된다. 고가의 신발이라면 주의 요망.

 

지난번에 왔을때 칼비빔국수를 먹었다. 그때 짬짜면처럼 칼국수와 비빔국수를 반반 먹을 수 있냐고 물었고, 안된다고 분명하게 들었다. 그런데 몽롱한 상태에서 또 물어봤다가, 지난번 기억이 생각나 칼국수(6,000원)만 주문했다. 

 

겉절이는 덜어서 먹어야해요~

잠시 후, 칼국숙 나왔다. 그런데 뭐가 많이 이상하다. 영일분식은 맛도 맛이지만, 푸짐이 기본인데 국물에 비해 국수 양이 참 섭하게 나왔다. 새해가 되면서 양 조절을 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아까 반반이 되냐는 질문을, 직원은 칼국수를 반만 달라는 걸로 잘못 들은 것이다. 이거 잘못 나왔다고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영일분식은 국수와 밥이 무한리필이니깐. 원래 많이 나와서 리필을 할 필요가 없지만, 이번에는 꼭 해야겠다.

 

잠시 후 옆테이블에서 주문한 칼국수가 나왔는데, 그릇이 꽉 찰정도로 국수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에 비해 나의 칼국수는 정확히 반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반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다 먹을때까지 국수가 불지 않을테고, 중간에 리필을 하면 탱탱한 면발의 칼국수를 다시 먹을 수 있을테니깐.

 

탱탱한 면발 보소~

은은하게 풍기는 멸치향에 많은 양은 아니지만 바지락도 들어있다. 여기에 파와 호박, 김가루 그리고 계란과 무지 좋아하는 유부도 있다. 사진 찍느라 어느정도 식혔으니, 후루룩 후루룩 먹어야겠다.  

 

후추 조절 실패로 대략난감이지만 괜찮다. 후추를 좋아하니깐. 그래도 이번에는 꽤 과했는지, 칼국수가 갖고 있는 모든 냄새를 후추가 다 잡아삼켰다.

 

요렿게 숟가락에 조금씩 올려서 먹지 않는다. 순전히 촬영을 위한 연출용이다. 칼국수는 먹을때에는 밥에 김을 싸서 먹듯, 국수를 겉절이에 싸서 먹으면 된다. 수제비를 먹을때는 익은 김치가 좋듯, 칼국수에는 역시 겉절이가 딱이다.

 

서서히 담백함이 지겨울때면 알싸한 청양고추로 변화를 주면 된다. 담백함은 여전히 유지한 채 끝에 치고 올라오는 칼칼함이 좋다. 그런데 국물에 비해 국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럴때 필요한 건 뭐다?

 

리필이다.
청양고추에 빨간 양넘장 추가요.

리필은 국물보다는 국수 위주로 나온다. 고로 국물을 합쳐야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듯 싶지만, 이번에는 담백함이 아니라 매콤함이다. 빨간 양념장에 청양고추까지 추가해 얼큰 칼국수를 만들었다.

 

그저 양념을 더했을 뿐인데, 맛이 완전 다르다. 시작은 담백하게, 마무리는 매콤하게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칼국수, 칼비빔 반반은 안되지만, 메뉴판에 없는 얼큰칼국수는 가능하다. 

 

얼큰이지만 김치가 빠질 수 없다. 리필까지 했으니 위대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반으로 시작했음을 강조하고 싶다. 영일분식의 대표주자인 칼비빔국수과 칼국수를 먹었는데, 개인 취향은 칼비빔이다. 가평식당은 언젠가 꼭 다시 먹고 말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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