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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동리장

주객전도란, 주인과 손의 처지가 뒤바뀐다는 뜻이다. 사이드 메뉴의 반란이다. 감히 애호박강된장 덮밥을 이겨버렸으니깐. 짭쪼름한 양념에 굴향기 가득한 어리굴젓은 최고의 요리(?)다. 도화동에 있는 동리장이다.

 

지난달, 황태양념구이를 먹으러 갔을때 사이드 메뉴에서 어리굴젓을 발견했다. 황태와 굴젓 모두 빨간 양념이라서, 노란 계란옷을 입고 있는 옛날소시지를 먹었다. 가까운데 있으면서도 어리굴젓으로 맛보러 한달만에 왔다. 올때마다 식당 앞에 있는 오락기에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있다. 쭈그리고 앉아서 오락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저기만 응답하라 1980같다.

 

들어가자마자 주문받는 기계가 있다. 내 맘 속에는 어리굴젓이 메인 요리지만, 현실은 아니다. 고로 어리굴젓과 가장 어울릴 거 같은 애호박간된장 덮밥(8,600원)을 주문했다. 물론 어리굴젓(3,500원)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공깃밥에 어리굴젓만 있으면 되는데, 반찬이라고 나와 있으니 단독 주문은 안될 듯 싶다. 혼밥이니, 메인 하나에 추가 반찬 하나다.

 

자개장은 해우소로 가는 문
어리굴젓 수육은 혼자서는 무리
애호박강된장 덮밥 등장이오~

뜨끈한 국물이면 더 좋았을테지만, 나박물김치가 나왔다. 늘 오이가 나오더니, 이번에는 노란 알배추가 나왔다. 쌈장에 찍어 먹어도 되지만, 배추쌈으로 먹었다.

알배추가 나왔기 때문일까? 3졈 나오던 노란 계란옷 입은 분홍색 엣날소시지는 2점뿐이다. 그리고 과하게 짜지 않은 강된장도 나왔다.

건새우가 들어간 애호박 볶음에 열무김치 그리고 채소가 들어있다. 여기에 밥을 넣고, 강된장을 넣고, 쓱쓱 비비면 된다. 그나저나 분명히 어리굴젓을 주문했는데 없다. 주문이 잘못 들어갔나 싶어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잠시만 기다려 달란다. 예전같았으면 뜨거운 밥을 대접에 넣고 마구마구 비비기 시작했을 거다. 하지만 참아야한다. 왜냐하면 따끈한 밥 위에 어리굴젓 한 점을 해야하니깐.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라는 중

간장 종지 같은데에 조금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넓다란 그릇에 꽤나 많다. 처음에는 국물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물이 아니라 기름 즉, 참기름이다. 어리굴젓치고는 고소한 향이 나네 했다. 개인적으로 굴향이 가장 심하게 나는 음식은 어리굴젓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굴을 먹기 시작했어도 어리굴젓은 꽤 오랫동안 먹지 못했다. 지금이야 깊고 깊은 바다의 향이라고 좋아하지만, 그때는 역하디 역한 비릿한 바다향이었다. 덮밥이니 밥을 비벼야 하는데, 머리와 달리 손은 숟가락으로 밥을 푸고 그 위에 어리굴젓 한점을 올린다. 짭쪼름한 양념에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굴 그리고 아무말 없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흰쌀밥까지 아니 좋을 수 없다. 

 

오이대신 알배추는 신의 한수다. 왜냐하면 쌈장이나 강된장 없이 그저 배추 +  밥 + 어리굴젓 = 겁나 잘 어울림. 그나저나 집에서 어리굴젓을 먹을때 그냥 먹었는데, 앞으로 참기름은 필수다. 자칫 강한 굴향으로 질릴 수 있는데, 참기름이 있어 양념까지 먹게 된다. 

 

굴과 함께 밥을 더 먹고 싶었지만, 애호박강된장 덮밥을 먹어야 하니 남은 밥을 다 쏟았다. 계란후라이가 없으니, 반찬으로 나온 옛날소시지도 넣는다. 강된장에는 고기와 감자, 표고버섯 등이 들어 있다. 과하게 짠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강된장이니 간을 보면서 밥을 비빈다.

 

덮밥도 좋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네가 아니다.

아까와 다른 점은 흰쌀밥이 아니라 강된장으로 비빈 밥이다. 그저 밥만 달라졌을 뿐인데, 어리굴젓 맛이 살지 않는다. 역시 젓갈은 흰쌀밥이 정답인가 보다.  

 

무리인 줄 알면서도 공깃밥을 추가했다. 어리굴젓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다. 메인은 흰쌀밥에 어리굴젓, 그렇다면 덮밥은 사이드다. 애호박 강된장 덮밥에 어리굴젓까지 둘 다 저염도 음식이 아니다. 밥을 추가해서 먹긴 했지만, 과한 염분 섭취로 인해 물을 엄청나게 많이 마셨다. 짜게 먹긴 했지만, 역시 어리굴젓은 참 좋다. 참기름을 더하고, 따끈한 흰쌀밥은 알배추쌈으로 어렵지 않으니 집에서 해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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