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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포장마차 거리

거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한적했단 골목은 낮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하나 둘 셋 마치 쌍둥이처럼 주황색 마차가 일렬로 서 있다. 지난 봄 벚꽃이 흩날릴때 온 후,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왜냐하면 포장마차는 겨울에 가야 제맛이니깐. 추울수록 더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 도화동 포장마차 거리 가든의 집이다.

 

도화동 포장마차 거리는 염리119안전센터에서 서울염리초등학교까지 건너편 골목에 있다.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가 있는 곳은 염리동, 포장마차가 있는 곳은 도화동이다. 총 5곳이 있는데 사진은 3곳만 나왔다. 저 중에서 언제나 그 집만 간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했을때 3번째 포차가 그곳이다. 

 

지난 봄에 왔을때, 천막이 올라가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빛교환을 하느라 난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추운 겨울이다. 포장마차는 날벌레 많은 여름보다는, 확실히 겨울이 더 어울린다. 실내인 듯, 실내 아닌, 포장마차에서 마시는 혼술 한잔, 아날로그 갬성이 뚝뚝 흐른다. 

 

메뉴판이 있지만, 굳이 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먹거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그만한 포차에 20가지가 넘는 먹을거리가 가득이다. 닭모래와 꼼장어 그리고 오징어는 지난번에 볶음으로 다 먹어봤다. 석화 아닌 생굴을 먹을까 하다가, 이번에도 또 볶음을 주문했다.

 

데침도 있지만, 이집은 볶음이 좋다. 그래서 주꾸미 볶음(15,000원)을 주문했다. 그리고 참 줄까? 처음 줄까?라고 물어봐서, 처음 주세요라고 말했다. 앗~ 녹색이 가격이 3에서 4로 올랐다. 4,5 또는 5를 받는 곳에 비하면, 4는 착한 가격이 아닐 수 없는데 3이라는 숫자가 주는 착함은 사라졌다. 

 

카네이션인가, 수국인가 암튼 빨간 조화가 이집의 포인트다. 외관이 죄다 같으니 간혹 헷갈릴 수 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빨간 꽃을 확인한다. 없으면 기웃거리다가 그냥 나오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포장마차 갬성이랄까? 아직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발그레 취한  느낌이다.

 

오이였으면 했지만, 이번에는 당근이다. 외관에 기본 안주까지 깔맞춤인가? 그냥 먹어도 나쁘지 않지만, 새콤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더 좋다. 

 

손님이 오면 주문을 하기 전에 주인장은 당근을 썰고, 작은 냄비에 물과 오뎅을 넣고 끓인다. 기본 안주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후추로 향을 살린 오뎅탕은 무지 뜨겁다. 장소가 장소이니 뜨거운 국물이 나오는 거 같다. 별생각 없이 먹었다가, 입천장이 홀라당 벗겨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주꾸미볶음을 기다리며, 첫잔을 들다

혼술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나에게는 태백산맥이 있으니깐, 현재 5권째를 읽고 있다. 반민특위 습격사건 부분을 읽고 있는데,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 정말 사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은 아무래도 조정래 작가의 소설 아리랑, 태백산맥 정주행이 아닐까 싶다. 

 

야들야들 주꾸미볶음 참 좋아요~
오동통한 주꾸미 몰고가세요~

양념은 둘째치고, 타이밍이 너무 좋다. 덜 익지도, 많이 익지도 않게 딱 먹기 좋은 상태다. 적당한 쫄깃함으로 식감을 살리고, 야들야들하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촉촉한 주꾸미에 살짝 매콤한 양념까지 이집은 무조건 볶음이다. 주꾸미는 사라지고 양념만 가득 남았다. 국수 사리가 있다면 딱 좋을텐데, 아쉽게도 없다. 그렇다고 실망해서는 안된다. 

 

국수사리를 대신할 라면이 있으니깐.

갓뚜기 진라면이다. 당근, 파, 호박 등 채소에 계란까지 지금도 좋지만, 면을 건져내야 한다. 그래야 원하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으니깐.

 

아까운 주꾸미볶음 양념에 라면을 넣고, 가볍게 비벼주면 된다. 주꾸미를 먹으면서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완벽하다. 도화동 포장마차 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도화소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시설 좋고 깨끗한 개방화장실이 있어 맘 놓고 마셔도 된다. 그리고 결제는 카드는 안돼요. 오직 현금돼요. 포장마차만이 줄 수 있는 묘한 매력, 오랜만에 흠뻑 즐겼다.

 

 

 

지도 상에는 분명히 도화동이라고 나와 있는데, 왜 용강동으로 알았을까? 잘못된 정보이니, 기존 글부터 싹 다 용강동에서 도화동으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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