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무삼면옥
평양냉면과 막국수 그 사이 어디쯤일까? 비주얼은 평양냉면인데, 맛은 막국수라고 할까나. 정확히 이거라고 하기에는 살짝 애매하지만, 100% 국산 메밀면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손색이 없다. 육수와 양념장도 좋지만, 공덕동에 있는 무삼면옥은 면이 백미다.
식당이름에서 주인장의 투철한 자부심을 느껴진다. 무MSG, 무설탕, 무색소라서 무삼면옥이란다.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겨울이라 한우곰탕과 차돌곰탕이 있는 거 같지만, 겨울에는 시원한 냉면이 계절메뉴다.
키오스크 옆으로 메밀면을 만드는 기계가 있다. 아침마다 자가제분으로 반죽을 해, 맛과 향이 살아 있단다. 영화를 볼때 기대를 하면 안되지만, 이번에는 살짝 기대를 해본다. 왜냐하면 오기 전에 엄청난 검색으로 통해 정보를 많이 알고 왔기 때문이다.
무삼면옥의 냉면은 평양냉면이 아니라 춘천냉면인데, 춘천에서는 맛볼 수 없다고 한다. 주인장의 고향이 춘천 가정자 마을이고, 제조방식을 이어받아 냉면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오른쪽 메뉴는 관심이 없고. 왼쪽 상단에 있는 100% 메밀냉면만 보면 된다. 4가지 메밀냉면이 있는데, 물냉면, 간장비빔, 고추장비빔 그리고 미지근한면이 있다. 처음 왔으니 물냉면 기본(11,000원)을 주문했다.
100% 메밀면이라서 그런가 면수부터 다르다. 이건 면을 삶은 물이 아니라, 그냥 메밀차다. 셀프이니 눈치챙기면서 맘껏 마셨다.
둘 다 반찬인 줄 알았는데, 그릇이 다르다. 왼쪽에 있는 오이절임과 무생채는 반찬이 맞다. 하지만 오른쪽에 있는 건, 반찬이 아니다. 녀석(?)의 정체는 잠시후에... 왜냐하면 엄청난 녀석이니깐.
비주얼은 평양냉면인데 맹물처럼 느껴지는 기본 평냉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까 봤던 면수보다는 연하지만, 갈색을 띤다.
사진 찍다 너무 궁금해 육수를 살짝 마셨는데, 떄깔도 다르듯 맛도 다르다. 기존 평양냉면과 달리 육향은 강하지 않은데, 다른 향이 함께 느껴진다. 표고버섯이 고명으로 있으니, 버섯 육수일까? 역시나 잠시후에 공개.
100% 메밀로 면을 만들면 찰기가 없어 쉽게 잘 끊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무삼면옥은 100%인데도 불구하고, 찰기가 있다. 그렇다고 함흥냉면처럼 강한 찰기는 아니지만, 터무니없이 면이 끊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껍질이 없으니 면이 거무튀튀하지 않고 참 뽀얗다. 100%이니 굳이 면을 오래 씹을 필요는 없다. 입 안에 들어왔을때, 메밀면 특유의 약간 거친 감촉과 구수한 맛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버섯과 함께는 좋은데, 고기와 함께는 별로다. 아무래도 냉면 속 고기를 좋아하지 않나보다. 담에 갈때는 고기는 빼고, 버섯을 더 올려주세요라고 부탁해야겠다.
물냉면을 주문하면 간장비빔 양념이 조금 나온다. 면을 육수에 풀기 전에 조금 덜어낸다. 쓱쓱 간장 양념에 비빈 후 한입 먹었는데, 이런 냉면 난생처음이다. 비주얼은 목이버섯 장조림인데 맛은 완전 고급지다. 꼬들꼬들 버섯은 그저 식감용인 듯하고, 맛은 간장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간장은 아닐테고, 요즘 히트친 맛간장일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어육간장이라고 주인장이 알려줬다. 무삼면옥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간장비빔냉면은 정말 매력적이다.
무삼면옥 냉면 육수는 고기 육수와 약초 달인 물은 합친다고 한다. 약초 달인 물은 조금 맛봤는데, 깔끔하면서도 약하게 쓴맛이 났다. 이래서 육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던 거 같다. 더불어 봉평에서 갖고 온다는 국산 메밀쌀을 보여줬다. 메밀면이 뽀얗던 이유는 메밀쌀이 뽀얗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면을 만났는데, 한번에 끝낼 수는 없다. 원래는 육수 리필을 하고 남기지 않고 다 마시지만, 이번만은 남기기로 했다. 왜냐하면 메밀면이 겁나 매력적이니깐. 물냉면으로 1차 혼밥을 했으니, 고추장비빔으로 2차 혼밥을 할 차례다.
원래는 간장비빔을 먹을까 하다가, 맛보기용을 또 주겠다고 해서 고추장비빔을 주문했다. 빨간 양념이라서 면이 묻히면 어떡하지 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다.
빨간맛이지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그러니 메밀면의 살짝 거친 식감과 구수한 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참기름도 과하지 않고, 고추장양념은 메밀면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만 한다. 물냉면을 먹을때처럼 면을 비비기 전에 적당량을 간장비빔 그릇에 덜었다. 고추장비빔도 좋았지만, 무삼면옥은 간장비빔이 진리인 거 같다. 이번에는 조연이었지만, 다음에는 단독 주연으로 간장비빔에 직접 만든다는 강황완자만두를 먹어야겠다. 이번주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능라도 마포점에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무삼면옥에 다시 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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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이 웬지 더 깔끔하고 맛날 것 같아요
한 그릇 먹고 싶어집니다.. ^^
무삼면옥이라 아주 담백할듯 싶군요.
한번 맛보고 싶어집니다.^^
가게 이름이 너무 투박하다 싶었는데...
세 가지 유해성분이 없다는 뜻이었군요.
그래서 더 먹고 싶어지는데요..ㅎㅎ..
요새는 자극적인 음식이 많은데 너무 과하지 않은 맵기라니 좋네요 ㅎㅎ
저도 한 입 먹어보고 싶네요!
메일국수를 좋아해 자주가는데 이곳 무삼면옥도 담백할 것같아요
즐거운 한주되세요^^
오오 뭔가 무삼면옥의 면빨이 진짜 맛나보입니다
한그릇하고 싶은데요?
메밀면 정말 좋아하는데......
점심을 먹고 난뒤에도 또 먹고 싶게 만드는 비주얼입니다 흐흐흐
국물 맛이 너무 궁금한데요
메밀 100프로는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저도 꼭 한 그릇 해보고 싶네요.^^ 요런 음식은 겨울에 먹어줘야죠~ㅎㅎ
오~ 공덕동 족발골목 근처에 있는 가게로군요.
그런데 아무리 MSG를 안 넣는다고해도 정말일까요?라고 의심병환자는 병이 도집니다~ㅋ
고명의 버섯은 표고가 아닐까요? 은근히 군침이도는 비쥬얼에 찾고싶은 곳입니다.
가격이 냉면 한 그릇치곤 비싼편이지만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 집으로 보여집니다!! 먹어보고싶네요^^
평양냉면과는 또 다르다는게 국물맛이 궁금하네요 ^^
잘 보고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보내세요~
목이버섯은 맞췄는데 장조림은 땡~ㅎㅎ
집에 먹이 버섯 많은데 이거 보니 장조림해서 먹어야겠구나~
역시 제 입맛에는 물보다 비빔이네요..
제면기에서 금방 뽑아낸 모밀이면 빠질만 하겠어요
메밀의 거친 느낌이 전 좋더라구요..^^
메밀이라 더 깔끔할거 같아요!!요즘에는 건강 신경쓰는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건강한 음식이 인기가 많죠~~저도 꼭 먹어보고 싶네요
완전 먹고 싶은 냉면입니다.
약간의 변주가 있지만, 변주를 통해 풍부한 맛을 전해 줄 것 같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 출근 도장을 찍을 수 있겠습니다. ㅎㅎ
저도 간장비빔이 맛나보입니다. ^^
메밀면에 찰기가 있게 만드는 게 정말 기술인거 같아요.
간장 비빔 양념 맛이 정말 궁금하네요
왠지 담백한 맛일 것 같아서 꼭 한번 먹어 보고 싶습니다^^
아구나. 언제 글을 올리셨데요. 제가 안와 봐서 이 글에 댓글을 이제서야 답니다. ^^ 잠시후에 회사 가서 다시 댓글을 달게요.
와 집적 저 곳에서 면도 뽑는다니 넘나 맛나보이네요. 비빔을 제일 좋아하는데 저곳에서는 간장도 한 번 먹어보고 싶어져요 ㅎㅎㅎ 다음에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