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본전돼지국밥
부산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고, 그중 대표선수는 아마도 돼지국밥일 것이다. 작년 광화문국밥에서 난생처음으로 먹었고, 드디어 부산에서도 돼지국밥을 먹었다. 절대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먹고나니 그동안 왜 피했나 싶다. 아직은 강한 양념이 필요하지만, 정통을 맛봤다. 부산 본전돼지국밥이다.
부산역에서 가까워서 그런 것일까? 평일이고 1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줄이 있다. 지하에도 공간이 있어, 생각보다 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매장 사진에서 주인장이 손을 벌리고 있는건, 사진을 찍지 마시오가 아니라 뒤에 온 손님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모습이다. 빨리 찍고 나와야 해서 이래저래 따질 겨를이 없었다. 벽면 가득 연예인 사인에 사진까지 이웃님 블로그를 보고 오긴 했지만, 나름 잘 찾아온 거 같다.
평양냉면 육수같은 맑디 맑은 돼지국밥은 서울서 먹어봤지만, 부산은 아직이라 오는내내 긴장을 좀 했다. 명칭만 다를뿐 돼지국밥은 순댓국과 같은 종족(?)이라 생각해 왔다. 개인적으로 순댓국을 못 먹으니, 돼지국밥도 당연히 못 먹겠구나 했다. 하지만 히말라야는 못가더라도, 돼지국밥 정도는 정복해보고 싶다.
테이블에 있는 5가지 양념. 후추, 새우젓 그리고 왼쪽 끝에 보이는 빨간 양념은 꼭 필요한 양념이다. 왜냐하면 돼지국밥 초보자에게는 강한 양념은 꼭 필요하니깐. 그외 쌈장과 소금도 있다.
혼밥이니 반찬은 딱 적당히 나왔다. 부추무침은 국밥과 함께 먹어야 하므로 잠시 그대로 두고, 뜨거운 흰쌀밥에 배추김치 한 조각. 알맞게 익은 김치가 입맛을 확 돋운다.
서울에서 먹은 것과는 달리 국물이 진해 보인다. 혹시나 특유의 잡내가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10을 기준으로 봤을때 0.46정도랄까? 남들은 일절 안난다고 할 거 같은데, 워낙 예민해서 그런 듯 싶다. 사실 잡내라고 하기 보다는 육향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 거 같다. 만약 테이블에 파가 있다면, 파무덤을 만들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설렁탕 먹을때 파로 무덤을 만들 정도로 엄청 많이 넣는다.
간이 약하게 나왔기에 개인 취향에 맞춰 간을 더하면 된다. 우선 고기국물이니 후추는 기본 그리고 소금보다는 새우젓으로 간을 해야 좋다고 직원분이 알려줘서 넣었다.
간은 맞췄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이럴때 필요한 건, 대선이오. 돼지국밥만 단독으로 먹기는 힘들 거 같아, 녹색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담백하게 끝까지 달려보려고 했는데, 아직은 아니다. 빨간 양념이 없다면 모를까, 있으니 활용을 해야한다. 더불어 돼지국밥과 가장 친한 부추도 잔뜩 넣어준다.
이제야 비로소 돼지국밥답다. 평양냉면을 제외하고, 고기로 만든 탕이나 국은 빨간 국물이 딱이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많은 과정을 거치며 그때마다 간을 다 봐야 했지만, 완성을 했으니 본격적으로 달리면 된다. 옆에 든든한 녹색이가 있으니 더이상 무섭지(?) 않다.
국밥은 깨작깨작 먹으면 절대 안된다. 숟가락이 넘치도록 가득 담아서 먹어야 한다. 고기만 먹을때는 몰랐는데, 밥과 함께 먹으니 이제야 국밥다워졌다. 일부러 돼지국밥을 피했는데 왜 그랬나 싶다. 순댓국(내장을 못 먹어서)은 여전히 자신 없지만, 돼지국밥은 자신있다. 물론 빨간맛으로 먹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맛깔난 배추김치까지 올려서 먹으면 더 좋다는 건, 안 비밀이다. 아직은 초보라서 빨간맛으로 먹었지만, 꾸준히 먹다보면 담백하게 하얀맛으로도 먹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먹었는지 싶다. 그러고 보니 밀면도 아직인데, 다음에는 돼지국밥에 밀면까지 다 먹어봐야겠다. 그런데 그때가 언제일지는 아직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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