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소촌밥상 (in 마포한화오벨리스크)
밖에서 먹는 집밥이랄까? 방금 만든 제육볶음에, 따끈한 김치찌개에 그리고 직접 무친 봄동나물까지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그 속에 담긴 정은 넘치다 못해 흐른다. 딘골이 됐다고 신경을 써준 거 같은데, 비계가 많아졌다. 도화동에 있는 소촌밥상이다.
소촌밥상에 가려면, 마포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마포역 왼쪽, 마포한화오벨리스크는 오른쪽에 있다. 지하로 들어오면, 넓은 통로가 나오는데 소촌밥상이 여기에 없다. 걷다보면 좌회전을 하는 구간이 나오고, 그때 왼쪽으로 들어가 끝까지 쭉 가야 한다.
이번에는 백반정식보다는 황태구이와 제육볶음을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장을 못봐서 재료가 없단다. 아무래도 많이 찾는 백반정식 위주로 장만을 하는 거 같다. 청국장에 순두부찌개는 먹어봤으니, 자연스럽게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그나저나 원래 계획은 황태구이를 먹으면서 누룩이를 마셔야지 했는데, 냉장고를 보니 없다.
봄동이 품고 있는 수분은 그대로, 여기에 과하지 양념이 더하니 맛깔스럽다. 제육볶음을 먹을때 쌈채소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봄동나물무침이 있다. 계란옷 입은 분홍소시지는 언제나 환영이다.
아무래도 단골이 됐다고 신경을 써준게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비계를 보아하니, 삼겹살 부위인 듯 싶기 때문이다. 굳이 이럴 필요 없는데, 그냥 비계가 별로 없는 앞다리살을 써도 충분한데, 비계를 못 먹는다고 말을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직접 담근 김치로 찌개를 만드니, 맛이 없다면 반칙이다. 보글보글 소리만 들었는데도 침샘 폭발이다. 칼칼하고 깔끔한 김치찌개에 누룩이도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했다가, 냉장고를 보고 시무룩해졌다.
와우~ 비계 두께를 보소. 또다시 난감해졌다. 다른 이들은 고기는 이래야지 하면서 좋아라 하겠지만, 비계를 못먹는 1인에게는 곤혹스럽다. 언제쯤 저 맛을 제대로 알게 될까나. 피순대와 함께 비계는 내겐 너무 과분한 그대(?)다.
비계 함량이 훨씬 높지만, 잘 분리해서 먹으면 된다. 정 힘들면, 고기맛은 국물에 다 배어 있을테니, 두부랑 김치 그리고 국물을 먹으면 된다.
그냥 먹어도 시원하고 아삭했던 김치는 찌개가 되어 시원함을 사라졌지만 또다른 시원함에 아삭함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집에서도 요렇게 1인분씩 끓이면 좋을텐데, 이렇게 해달라고 하면 배부르게 욕을 먹을 거 같다. 왜냐하면 우리집 엄마표 김치찌개는 대용량은 기본, 신김치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염도가 높아서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는 편인데, 이번에는 안되겠다. 비계가 많아서 그런가? 국물이 엄청 끝내준다. 왜 김치찌개를 끓일때 비계를 넣고 햐는지 조금은 알 거 같다. 확실히 참치김치찌개에 비해 깊은맛은 돼기고기 김치찌개 으뜸이다.
봄동나물무침을 깔고, 따끈한 흰밥을 올리다. 그리고 비계를 잘 처리한 제육볶음으로 마무리를 하니 삼합 완성이다. 맵지 않고 깔끔한 제육볶음에 가볍게 무침 봄동나물을 더하니 짝짝짝~ 완벽하다.
삼합도 좋은데 여기에 김치찌개까지 더해지니 아니 좋을 수가 없다. 혼밥을 할때는 늘 책과 함께 한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 한강 5권을 달리는 중이다. 4개월이나 걸렸던 태백산맥에 비해 한강은 지금 속도로 보면 50일이면 다 읽을 듯 싶다. 틈틈이 책을 읽는 건, 참 좋은 습관인 거 같다. 혹시나 해서 제육볶음을 많이 남긴 거 같은데, 다 비계인 거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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