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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이야꿀빵 & 한일김밥

여행은 설렘과 아쉬움 사이다. 이번에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의 안전을 더해 통영으로의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너무 오랜만이라 내 머리 속 통영과 지금의 통영은 많이 변했다. 그런데 바닷가 마을 특유의 비릿한 내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볼거리보다는 먹거리 위주로 떠났던 여행, 그 시작은 통영의 명물 꿀빵과 충무김밥이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서 만난 동백꽃, 만개를 지나 사라짐을 준비하고 있다. 동백꽃을 보니, 드라마보다는 얼마 전에 읽은 태백산맥이 생각난다. 나무에 남아있어도, 땅으로 떨어져도 동백꽃은 여전히 곱고 예쁘다. 

 

동백은 남도지방의 꽃이다. 동백꽃은 질 때로 그 빛깔로 모양새도 변하지 않은 채 꽃잎 하나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운데 꽃술만 남겨놓고 본래의 모양 그대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이다. 마치도 피빛의 눈물을 떨구는 거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동백꽃을 한 많은 처녀 넋의 환생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4권에서)

 

사람 심리가 참 그렇다. 강구안이나 통영항 주변으로 꿀빵을 파는 매장이 엄청 많은데, 이야~꿀빵 선택한 건 1박2일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곳은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막상 아무 정보가 없을때에는 의지(?)하게 된다. 

 

조그만한 매장에는 꿀빵이 가득이다. 하얀건 고구마, 검은건 팥이다. 반죽에 앙금을 넣고 손으로 주물주물 모양을 만든다. 통영꿀빵은 6.25전쟁 직후 통영의 따뜻한 기후에도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해 먹을 수 있어 바닷가에서 일하는 어부와 조선업 노동자들이 간단하게 한끼식사나 간식으로 찾았다고 한다.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어 튀긴 뒤, 겉면에 물엿과 통깨를 바른 빵이라 어느정도 단맛이 예상된다. 단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5,000원자리 고구마꿀빵과 팥꿀빵은 부담스럽다. 한두개 정도만 먹으면 되는데, 이거 살까? 말까?

 

아무래도 나와 같은 사람이 많나보다. 여행용소품이라 해서 3,000원에 3개를 팔고 있다. 누가봐도 오천원짜리가 훨씬 실용적이지만, 맛있으면 추가구매를 하기로 하고 작은 걸로 구입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주인장이 작은 비닐조각을 준다. 손에 묻는 걸 싫어할테니 필요할 거란다. 밖에서 먹으면 모를까? 실내에서 먹을거고 바로 손을 씻으면 되니 괜찮다고 했다. 동그란 빵이 2개 길쭉한 빵이 한개다. 고구마랑 팥이 들어있다고 하던데, 어떤 빵이 고구마일까? 생김새만으로도 살짝 예상은 되지만, 속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역시나 길쭉한 녀석(?)은 고구마

동그란 녀석은 팥꿀빵이다.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는 절.대. 아니다. 겉면이 물엿이니 당연히 달다. 빵 자체는 포슬포슬하니, 예전부터 먹었던 도너츠와 비슷하다. 속에 팥이냐 고구마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개인적으로 고구마가 좀 더 달았던 거 같다. 명물이라서 통영까지 왔으니 먹었는데, 굳이 추가 구매까지 할 의향은 없다. 고로 각각 하나씩 먹은 걸로 만족이다. 남은 팔꿀빵 한개는 친구에게 줬다.

 

바닷가 마을답게 갈매기가 참 많다. 살찐 갈매기가 많아서 머리 위로 지나갈때면 흠칫흠칫 놀라기도 했다. 건너편에는 남망산 조각공원이 있다는데,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만 봤다. 통영 명물 먹거리는 먹었는데, 명물 볼거리인 통피랑, 서피랑에는 안갔다는 사실. 그래서 통영에 또 가야한다. 그때는 볼거리 위주로 해서 마구 돌아다닐 생각이다.

 

꿀빵에 이어 통영에 왔으면 충무김밥은 기본으로 먹어줘야 한다. 오래전 통영 여행때도 놓치지 않고 꼭 먹었고, 그때도 한일김밥에서 먹었다. 조그만했던 매장이 이제는 의젓한 건물이 됐다. 

 

꿀빵처럼 충무김밥도 따뜻한 남쪽의 날씨에 상하기 쉬운 김밥을 밥과 반찬을 분리해서 팔았단다. 그래서 충무김밥은 참기름을 바르지 않은 김으로 손가락만하게 싼 밥에 깍두기와 오징어무침이 나온다.

 

1인분에 8개 5,500원
내용물에 비해 접시가 너무 큼
석박지 또는 깍두기
오징어무침
그리고 김밥과 장국
충무김밥 먹는방법

포장도 많던데 우리는 매장에서 먹었다. 커다란 접시에 김밥과 반찬이 따로 나오고, 커다란 꼬치 2개로 2인분 인증. 석박지라고 해도, 깍두기라고 해도 될 거 같다. 새콤하고 아삭함을 기대했는데, 시큼하고 아삭함을 넘어 무가 물렁했다. 깍두기이가 준 실망을 오징어무침이 채워져야 하는데, 역시나 알고 있던 맛이 아니다. 주변을 보니, 다른 사람들은 맛나게 잘만 먹는다. 혼자만 예전 그맛이 아니야 하면서, 반정도 먹고 끝냈다.

 

통영꿀빵과 충무김밥에 이어 우짜와 빼대기죽도 먹었어야 했는데 놓쳤다. 우짜는 숙소 근처에 식당이 있는 걸 봤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못 먹고 말았다. 빼대기죽은 딱히 끌리지 않아서 생각조차 안했다. 여행은 참맛은 역시 먹거리다. 통영의 맛,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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