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동 고잉메리 종각점
전메뉴 도장깨기를 한다면 모를까? 종로에 가면 무조건 여기다. 한때는 주로 광장시장을 다녔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종로1가로 발길이 향한다. 가볍게 샌드위치만 먹어야지 해도, 장소가 좋으니 혼밥에 혼술까지 셋뚜셋뚜다. 원피스에 나오는 고잉메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서린동에 있는 고잉메리 종각점이다.
인사동점을 시작으로 종각점은 3번째다. 이번에는 성북동에 갔다가, 오는 길에 종로에서 확 내려버렸다. 버스를 탔는데, 앞에 앉은 아저씨가 벨을 누를 거 같은 포즈를 수도없이 반복을 해서 화가 났다. 손이 벨 있는 부근까지 분명 갔는데, 누르지는 않고 유리창을 잡는거다. 바로 잡으면 되는데, 굳이 벨있는 부근까지 갔다가 가는지 팔둑이 굵어서 그런가?
금방 내릴 거 같은 아저씨는 종로3가에 와서야 내렸다. 집에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만, 고잉메리가 있는 종로1가는 2정거장 남았다. 짜증에 갈증까지 중간의 내리라는 시그널이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종로1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넜다. 맞은편에는 쉐이크쉑 종각점이 있는데도, 늘 한곳만 간다.
지난번에 배가 불러서 놓쳤던 에그샌드위치(3,900)와 낮술요괴중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스 비어(가격이 600원 올라 4,500원)를 주문했다.
짜증과 갈증이 날때는 짜장면이 아니라, 시원한 맥주 한잔이다. 어쩌다 보니 올때마다 지정식인듯 창가석에 앉고, 은하철도999에 나올 거 같은 요괴를 만나게 된다. "그쪽 제 취향이네요."라고 말을 하니, 대답을 해줘야 한다. "저와 취향이 같네요."
계란이 3알 들어갔다고 하더니, 생각외로 두툼하다. 혹시 모를 느끼함 때문일까, 알타리 피클이 같이 나왔다. 여기는 주문을 제외하고 모든게 다 셀프다. 즉, 음식이 나오면 직접 들고 와야한다.
단순하게 빵과 계란만 있는지 알았는데, 빵에 바른 소스는 체다치즈같고, 달달 볶은 양파 아래 하얀 치즈가 덮혀있다. 극강의 부드러운 계란에 고소한 치즈 그리고 달큰한 양파까지 미친 조합이다. 개념샌드위치 3가지 중, 사라다빵과 에그샌드위치를 먹었으니, 다음에는 가츠산도만 먹으면 도장깨기 성공이다.
샌드위치를 한조각 먹었는데, 어느새 맥주는 빈잔이다. 고잉메리는 생수에 물티슈까지 다 구입을 해야 하므로, 마실거리를 찾아 냉장고 앞으로 왔다. 스테이크가 있는 건 알았는데, 회도 있다니 놀랍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좀 전에 잔으로 마신 맥주와 동일한 맥주가 병으로 있다. 더구나 잔술 가격에 400원을 추가하면 500ml 병으로 마실 수 있다. 이래서 주위를 잘 살펴봐야 하나보다. 주문 전에 알았다면, 당연히 병으로 마셨을텐데 아깝다. 시원한 갈색이가 끌리긴 했지만, 취향 존중을 위해 서울의 밤(5,900원 / 언더락잔 1,000원)을 골랐다. 얼음을 넣어서 마시니 시원하고, 마지막에 살짝 올라오는 은은한 매실향으로 인해 목넘김도 좋다.
맥주에는 소세지를, 서울의 밤에는 회가 더 어울릴 거 같지만, 그냥 먹고 싶어서 롱소세지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화장실을 가던 중, 우연히 소세지를 먹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됐다. 엄청난 양에 놀라서 맥주가 아님에도 급 주문을 했다. 커다란 롱 소세지에 수북하게 쌓인 감자튀김이라 칼로리는 잠시 잊어야겠다.
소스는 당연히 케첩인 줄 알았다. 하지만 파스타나 피자 먹을때 들어가는 토마토소스다. 그저 소스 하나 바꿨을 뿐인데, 소세지와 감튀 맛이 한층 더 고급스럽다. 소세지는 촉촉하니 좋고, 감자튀김은 바삭해서 자꾸만 손이 간다.
화수분도 아닌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에그샌드위치를 먹지 않았더라면 좀 더 분발할 수 있을텐데 이 상태로는 어려울 거 같다. 노래방에 가면, "이 목소리 그대로 백점에 도전하세요."라는 멘트가 있었다. 살짝 바꿔서, 이 느낌 그대로 홈술에 도전해야겠다. 혹시 용기값을 내야 하나 했는데, 포장은 무료로 해준다. 1차에서 2차를 할때, 술은 같아도 안주는 다른데 이번에는 홈술로 장소만 바꿨을뿐 술도 안주도 똑같다. 고잉메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부담없는 가격에 푸짐한 양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맛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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