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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3가 안동장

찬바람이 분다. 겨울이 왔다. 이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굴은 그냥 먹어도 좋고, 삶아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좋고, 튀겨 먹어도 좋다. 다 좋기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 없다. 굴짬뽕을 먹기 위해, 그저 발길 닿는대로 을지로3가에 있는 안동장으로 향했을 뿐이다. 

 

봄, 여름, 가을 말고, 겨울에만 가는 안동장

안동장은 워낙 유명한 곳이니, 계절에 상관없이 찾는 이가 많을 거다. 그러나 남들과 달리 겨울에만 간다. 왜냐하면 굴짬뽕을 먹기 위해서다. 굳이 여기가 아니어도 먹을데는 많지만, 벌써 3년(원래는 훨씬 더 오래됐지만)째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찾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길지 않지만 줄이 있다. 예상을 하고 욌기에 조용히 기다린다. 3층까지 있어, 회전율은 빠른 편이다. 저녁이라면 술과 함께 하겠지만, 지금은 낮이니깐. 물론 낮술을 하는 분들도 꽤 있다. 1층은 빈 자리가 없어, 2층으로 올라왔다. 바테이블이 없으니, 혼자서 널찍한 테이블을 차지해야 한다. 살짝 민망할뻔 했는데, 옆테이블에 혼밥을 하는 분이 있다. 동질감 때문일까, 민망함을 서서히 사라졌다.

 

가격은 작년과 동일하다. 송이짬뽕도 궁금하지만, 언제나 선택은 하나다. "굴짬뽕(9,500원) 주세요." 송이짬뽕을 먹으러 또 가면 되는데, 내 머리속에는 안동장=굴짬뽕이다. 정식 메뉴판이 있지만, 굳이 볼 필요가 없다. 벽에 원하는 메뉴가 있으니깐. 매운 굴짬뽕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지만, 궁금만할뿐 선택은 늘 정해져 있다.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양파 인심 한번 꽤 후하다. 그래서 더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양파는 양파를 좋아하니깐. 물론 단무지 인심도 후하다. 깍두기도 기본찬으로 나오는데, 미리 담아 놓은 거 같다. 사진만 찍고, 먹지 않을 거 같으니 빼달라고 했다. 

 

주문이 밀렸는지, 스피드하게 나오는 중국음식과 달리 천천히 나왔다. 옆 테이블을 보니, 굴짬뽕이 아니라 볶음밥을 먹던데, 급 땡긴다. 볶음밥까지 주문해서 짬뽕 국물에 말아 먹으면 참 좋은데,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자신이 없으니 그저 생각만 했다. 작년에는 국물까지 다 먹었는데도 부족한 느낌이 들어 옆집이라 할 수 있는 오구반점에서 군만두를 먹었다. 올해도 작년과 같다면, 이집 군만두를 한번 먹어보자 했는데, 아직은 보류다. 눈으로 봤을때는 양이 적은 듯 싶은데, 먹어보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년만에 보니 참 반갑다. 겨울은 굴이 제철, 그러니 굴짬뽕도 겨울에 먹어야 한다. 진한 국물 속 신선한 굴과 다양한 채소 그리고 면은 부끄러움이 많아서 숨어 있다. 

 

굴로만 육수를 내지 않았을 거다. 진하고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은 아마도 닭육수를 기본으로 약간의 돼지고기와 다량의 배추 그리고 굴이다. 살짝 짠맛이 느껴졌지만, 물을 타면 진한 맛이 희석될 거 같아 그대로 먹기로 했다.

 

어렸을때는 굴을 먹지 못했다. 생선은 좋아했지만, 이상하게 굴은 싫어했다. 물렁물렁거리는 느낌이 싫었고, 특유의 냄새(어렸을때는 비린내인 줄 암)를 너무 싫어했다. 굴이 들어간 김치는 냄새로 인해 코부터 막았고, 다른 굴요리 역시 먹고 싶은 맘이 일절도 없었다. 아마도 술맛을 알게 된 후부터 바뀐 듯 싶다. 생굴 한점에 녹색이 한잔, 이 미친 조합을 알아버렸고 그때부터 굴은 나의 사랑이 됐다. 어릴때 못 먹었기 때문일까? 겨울만 되면 미친듯 굴을 찾아 다닌다. 밖에서도 엄청 먹지만, 굴뭇국, 굴미역국, 굴떡국, 굴전 등 집에서도 엄청 먹는다. 

 

터지지 않고, 탱탱함이 살아 있어 좋다. 어릴때 무지 싫어하던 특유의 냄새, 이제는 깊은 바다향이다. 뭐하나 버릴 거 없이, 온전히 잘생김과 맛있음으로 덮어 있다.

 

노오란 알배추는 시원한 국물을 만들고, 목이버섯과 죽순은 식감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을 찍느라 먹는 타이밍을 살짝 놓쳤지만, 그 시간동안 면은 깊고 진한 국물을 흠뻑 들이마셨다. 그때문에 국물은 살짝 부족해졌다. 하지만 남이 아니라 면이 먹었으니 이해하려고 한다.

 

촉촉해진 면에 굴 하나, 굴짬뽕은 요렇게 먹어야 좋다. 물론 당연히 연출용이다. 저런 식으로 계속 먹으면 팅팅 불어 터진 면을 먹게 될 것이다.

 

굴짬뽕은 후루룩 후루룩이다.

건더기가 많다보니, 요렇게 먹어도 된다. 굴에 돼지고기, 청경채, 목이버섯을 한꺼번에, 면이 없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렇게 좋은 굴을 어릴때는 왜 그리도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양파 인심이 후한 곳이니, 양파 쌈(?)으로 먹어도 좋다. 양파와 춘장 사이에 굴을 넣으면 된다. 은근 괜찮은 조합이다. 이렇게 먹어도 될만큼 굴이 많이 들어있다. 먹다가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군만두를 주문해야지 했는데, 양이 꽤 많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굴짬뽕만 먹어도 든든하다.

 

한그릇의 행복인데 남기면 안된다. 가장 좋아하는 가을을 밀어내고 찾아왔기에 얄밉지만, 엄청난 먹거리를 동반하고 왔으니 미워할 수가 없다. 그래서 겨울은 춥지만 맛있는 계절이다. 1층에 있는 커다란 현판을 볼때마다 안동장의 전통을 말해주고 있는 거 같다. 굴짬뽕을 먹었으니, 다음은 생(석화)이다.

 

 

▣ 이전 방문기

2017/01/03 - [을지로] 안동장 - 굴짬뽕은 여기야~

2018/10/23 - 을지로 오구반점 육즙 가득 군만두

2018/10/19 - 을지로 안동장 생굴 가득 굴짬뽕

 

을지로 안동장 생굴 가득 굴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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