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나 1월에 하는 연중행사인데,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좀 빨랐다. 굴 시즌은 11월부터인 줄 알았는데, 10월부터란다. 굴 시즌이 돌아왔으니, 만나러 아니 먹으러 가야 한다. 빨간맛 짬뽕을 좋아하지만, 굴짬뽕만은 무조건 하얀맛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을지로에 있는 안동장이다.
안동장은 대를 이어 화교 3대가 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음식점이다. SINCE 1948이니, 70년이다. 굴짬뽕은 19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곳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약 40년 전통의 굴짬뽕 원조집되시겠다. 오랜 세월동안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건, 맛이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재재작년에도 갔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갔다.
늦은 오후에 가서 언제나 1층에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바쁜 점심시간이 지난 후 방문이라 그런지 처음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은 주변 직장인들이 많았는데, 2층에 오니 40~50년 단골일 거 같은 어르신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새롭게 안 사실, 1층에 있는 빨간색으로 쓰여진 안동장 한자 간판은 1948년 처음 문을 열었을때 사용했던 간판이라고 한다. 어쩐지, 포스가 남다르다고 느껴졌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계절의 진미라고 해서 굴이 나오는 시즌에만 굴짬뽕을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물어볼 생각도 안했는데, 1층에 비해 2층이 조금은 한산해서 그런 탓일까?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굴짬뽕은 4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단다. 단, 굴이 나오지 않을때는 냉동굴을 사용한다고 한다. 냉동굴이지만, 그래도 생굴로 만든 굴짬뽕이 훨씬 맛나겠죠라고 다시 물어보니, 그렇단다. 아무때나 가서 먹을 수 있지만, 생굴이 나오는 지금부터 겨울이 끝날때까지 가는게 가장 좋은 거 같다. 그리고 안동장은 1, 2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나 이번에 안 사실 3층까지 있다. 두터운 메뉴판이 있지만, 본적이 없다. 언제나 메뉴는 하나이니깐. "굴짬뽕 주세요."
매운 굴짬뽕도 있다지만, 굴짬뽕은 하얀맛으로 먹어야 좋다는데 한표다. 올해도 어김없이 또 만났다.
건고추가 몇개 들어가 있지만, 고추 자체를 먹지 않는한 매운맛은 단1도 없다. 우선 면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건더기가 풍부하니 좋다. 개인적으로 국물보다는 내용물에 집중하는 편이라, 건더기는 많아야 한다.
오동통 탱글탱글 굴이 잔뜩
굴짬뽕이니 굴은 당연히 많아야 하며, 시원한 국물맛을 채임지는 배추와 청경채도 있다. 그리고 죽순에 잡채에 들어가는 목이버섯도 있다. 물론 저 안에는 부끄러움이 참 많은 면도 있다.
국물은 당연히 깊고 진하며 담백하다. 염도가 살짝 있는 거 같지만, 아직 면을 풀지 않았기에 그런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면이 아니라 밥이라면 굴국밥이 될 것이다. 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지금은 면이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일년 아니 10개월을 기다렸다. 이렇게 다시 만나니, 정말 무척 진짜 반갑다. 면 자체에는 그닥 딱히 큰 매력이 없지만, 굴을 만나니 면에서 굴맛이 난다. 국물만 먹었을때 굴맛이 살짝 부족한데 했는데, 굴을 딱 먹으니 입안 가득 굴의 풍미가 장난이 아니다. 이맛땜에 굴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반대로 이맛땜에 굴을 좋아 아니 사랑한다. 사실 어릴때는 이맛땜에 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중식은 높은 화력으로 빨리 조리를 하다보니, 채소가 흐물흐물하지 않는다. 배추가 갖고 있는 시원함을 국물에게 양도했는데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촬영을 위한 예쁜 짓은 그만, 마구마구 달려줄 차례다. 젓가락으로 거칠게 잡아서 후루룩 먹는다. 단무지를 먹기 전 굴을 먼저 먹어 입 안가득 굴잔치를 벌인다. 그런 후에 국물을 마시면, 불놀이야 아니 굴놀이야가 된다. 맛에 빠져 아무말 대잔치 중
닭육수에 굴을 넣고 끓였을 거 같은데, 소량의 돼지고기는 어떤 역할일까? 감칠맛이라고 하던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매운맛도 아니, 불맛도 아니, 오로지 담백함만 있다면 맛이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굴이 들어가, 완뽕을 아니 할 수 없게 만든다.
조금 일찍 시작하긴 했지만, 안동장의 굴짬뽕은 역시 기대이상이다. 개인적으로 굴짬뽕은 무지 추울때 먹어야 좋다고 생각한다. 고로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을지로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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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3 - [을지로] 안동장 - 굴짬뽕은 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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