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더니, 혼술러 3년차가 되니 엄청난 촉이 생겼다. 몇번의 검색만으로도 은근, 꽤, 겁나, 괜찮은 곳을 찾아낸다. 아는 맛처럼 아는 곳이 안전빵이지만, 기다렸던 신상을 만나듯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홍대, 신촌, 연남동에 비해서는 단1도 모르는 동네인 연희동에서 내맘속에 저장을 하고픈 곳을 찾았다. 오사카도 아니고 삿포르도 아닌 나고야살롱이다.
나고야 살롱, 혹시 미용실? 아니면 회원제로 운영하는 은밀한 공간?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살롱에 대한 사전적 의미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유행한 사교적 집회, 양장점이나 미장원 등 주로 여성의 미용을 업으로 하는 곳, 미술 단체의 정기 전람회, 서양풍 객실이나 응접실을 살롱이라고 한다. 그리고 양주나 맥주를 파는 술집도 살롱이다. 그렇다면, 나고야 살롱은 술집이다. 연희동도 낯선 동네인데, 골목 안으로 들어가서, 또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나오니, 알아도 못 찾을 거 같지만, 길치가 아니므로 바로 찾았다.
테이블이 있지만, 오픈 주방 옆으로 바테이블이 있으니, 내가 찾는 혼술집으로 합격이다. 혼자서 4인 테이블에 앉는 건, 여전히 버겁고 힘들다. 안쪽에 룸같은 공간이 있지만, 혼자이니깐 다찌에 앉았다.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했지만, 세월호 리본 뱃지를 달고 있는 주인장을 보자 따스함이 느껴졌다.
메뉴판은 있지만, 일드 심야식당처럼 메뉴판에 없는 음식도 만들어 준다고 한다. 하루나 이틀 전에 전화로 예약을 하면서, 이거 먹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해준다는데, 혼술과 예약은 어울리지 않아서 그냥 명함을 드렸다. "대방어 잡는 날, 꼭 연락주세요."
살롱이지만, 분위기는 이자카야다. 대게는 해초무침이나 메추리알조림 등이 오토시(기본찬)로 나오는데, 티라미수스러운 무언가가 나왔다. 먹기 전까지는 정말 티라미수인 줄 알고, 살롱이라서 그렇구나 했다. 방울토마토와 아몬드는 알겠는데, 저 하얀 무언가와 시나몬스러운 가루의 정체는 도통 모르겠다.
궁금하면 오백원이 아니라, 먹으면 된다. 그런데 먹어도 잘 모르겠다. 시나몬스러운 가루는 가쓰오부시가 맞는데, 하얀 넌 뭐냐? 맛이나 질감은 딱 리코다치즈같은데 설마??? 치즈는 맞는데 리코다는 아니고, 주인장이 직접 만든 크림치즈란다. 오호~ 스바라시!! 더 놀라운 건, 가쓰오부시때문일테지만 화이트와인(녹색이)과 무지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볶음면(야끼소바, 15,000원)
메뉴판에는 볶음면(야끼소바)이라고 나와 있지만, 팟타이 또는 숙주볶음이라고 해야 맞을 거 같다. 왜냐하면 소바면이나 우동면이 아니라 쌀국수 면을 사용했고, 면이 워낙 얇다보니 마치 숙주가 메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맛에서도 야키소바보다는 액젓 맛이 살짝 나는 팟타이에 더 가깝다. 여기에 아삭한 숙주에 건새우가 더해지니, 누가 먹어도 팟타이다. 그리고 푸짐한 양은 기본이다.
혼술의 단점이라면, 한번에 끝을 낼 수 없다. 여럿이 가면, 이것저것 다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데, 혼자는 힘들다. 그러니 또 가야한다. 이번에는 일드 심야식당과 다른듯 비슷하게, 주인장에게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돼지고기는 볶고, 양상추를 곁들인 음식이 있는데 반응이 좋았다라고 해, 그럼 그걸로 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후, 훈제 연어를 좋아하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니, 더 좋은 걸 해주겠단다. 개인적으로 육고기보다는 물고기를 더 좋아하니, 연어로 해달라고 했다.
먹는 방법은 이렇다. 연어를 깔고, 크림치즈와 올리브, 케이퍼 그리고 새싹채소를 올린다. 여기에 중앙에 있는 빨간 소스를 곁들인다. 그리고 연어를 말아서 쌈처럼 먹으면 된다.
늘 마요네즈가 들어간 하얀 소스만 먹다가, 빨간 소스라 당황을 했던 거 같다. 소스는 상큼하고 깔끔하니 훈제연어와 잘 어울렸는데, 아주 약하게 새콤한 물김치 맛이 났다. 가끔 너무 솔직해도 탈이다. 맛이 어떠냐는 주인장의 말에 그저 좋다고하면 됐는데, 뭐하러 물김치 얘기를 했는지, 하고 나서 급 후회를 했지만 벌써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다. 절.대.로. 맛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소스에 빨간피망이 들어간다는 주인장 말에, 피망이 범인이로구나 했다. 왜냐하면 매운맛 못먹는 조카를 위해 빨간 피망을 넣고 김치를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산한 저녁에는 역시 오뎅탕
훈제연어 샐러드는 차가운 샐러드라서,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이번에도 마스터가 아니라 주인장에게 심야식당 속 손님처럼, "뜨끈한 국물이 먹고싶어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간사이 오뎅나베가 나왔다. 역시 추울때는 뭐니뭐니해도 어묵탕이 최고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예전에 검색을 했을때는 이런 비주얼이 아니었는데, 혹시 1인용인가 했다. 나중에 계산을 할때 알게됐다. 서비스였다는 걸.
마지막에 나왔던 방울토마토 샐러드만 서비스인 줄 알았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으니, 방법은 하나다. 자주 가는 수밖에...
느낌적인 느낌상 돼지고기를 볶고, 양상추를 곁들인 음식을 만들고 있는 중인 거 같다. 막판에 시험문제를 고치면 틀리듯, 역시 물고기대신 불맛 가득한 육고기를 먹었어야 했나보다. 다음에는 무조건 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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