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짬뽕의 원조라고 하는 안동장. 화교 3대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굴이 제철인 겨울이 오면, 언제나 굴짬뽕을 먹는다. 10년 아니 15년 전쯤에 가고, 이제서야 갔다. 겨울이 오면, 언제나 안동장의 굴짬뽕이 생각났지만, 바쁜 것도 없으면서 왜 그리도 안갔을까? 정유년 새해 원조의 맛을 찾아 안동장으로 출발했다.
이런 곳에 중국집이? 딱 그런 분위기다. 을지로 3가 안동장 주변은 도기, 조명, 철물점, 페인트 가게 등이 밀집되어 있다. 근처에 군만두가 유명한 오구반점도 있다. 오랜만에 왔으니, 1차로 안동장에서 굴짬뽕을 먹고, 2차로 오구반점에서 군만두를 먹어볼까? 생각은 참 옳고 좋았는데, 결론은 굴짬뽕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양이 은근 많았기 때문이다.
Since 1948. 3대가 운영하고 있는 화교노포다. 굴짬뽕만 먹기 참 아쉬운 곳이지만, 혼자왔으니 어쩔 수 없다. 많이 주문해서 남기는 것보다는, 하나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기가 한국인가? 중국인가? 직원분들이 중국어로 말하는 소리를 듣다보면, 순간 중국에 온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착각일 뿐이다. 여긴 한국이며, 서울이고, 을지로다. 안동장 역사와 함께 한 듯한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 어르신? 암튼 매니저(이렇게 표현해도 되겠지)의 안내로 자리에 앉았다.
계절의 진미, 시원한 맛 굴짬뽕. 9,000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이지만, 그만큼 퀄리티가 있으면 용서(?)할 수 있다.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고,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주문했다. 짬뽕은 원래 좀 매워야 하지만, 굴짬뽕은 담백한 걸 좋아하므로, 맵지 않은 (하얀) 굴짬뽕으로 달라고 했다.
테이블에 있는 식초, 고춧가루, 간장 그리고 아마도 후추겠지.
배추김치보다는 깍두기를 좋아하는데, 여기는 깍두기가 나온다. 그리고 알싸한 양파와 춘장. 입냄새를 조심해야 하지만, 춘장에 찍어 먹는 양파는 절대 포기 못한다. 테이블에 있는 식초를 더 첨가해서 새콤해진 단무지까지, 밑반찬 끝.
바로 옆이 주방이었나 보다. 기다리는 동안,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귀로만 들었는데도, 자꾸만 침이 고인다. 공포영화를 볼때 시각보다는 청각으로 인해 무서움을 더 느낀다고 하던데, 미각도 비슷한가보다. 잠시 후 나온, 안동장의 굴짬뽕. 직원이 테이블에 올려놓자마자, 진한 굴향이 코를 마구 후려친다. 청각으로 한번, 후각으로 또 한번,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미치겠다. 사진촬영만 아니면, 국물을 시작으로 바로 면치기에 돌입했을텐데, 아직은 아니다. 코 앞에 간식을 둔 강아지마냥, 스스로에게 지시했다. 안돼~ 기다려~~
음~ 스멜. 굴 크기로 보면 통영굴인 거 같은데, 아니라면 국내산 굴은 확실하겠지. 온전히 보이는 오동통한 굴 하나와 살짝 살짝 보이는 굴들, 그리고 단맛을 이끌어 내는 달달한 배추와 죽순 그리고 마른 고추가 보인다.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뒤집기를 하니, 가늘지도 두껍지도 않은 적당한 굵기의 면이 나왔다. 그런데 국물이...
이건 확실한 거 같다. 굴로만 만든 국물이 아니라, 닭육수다. 닭백숙 먹을때 그 국물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기름이 많은거 처럼 보이지만, 맛을 보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먹기 전에는 생각보다 기름이 많네 했는데, 막상 국물을 먹으니 닭육수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진한 굴맛과 배추의 단맛이 조화를 이뤄 담백하다. 마른 고추는 맛보다는 비주얼 담당인 거 같다. 맵거나 칼칼한 맛은 없고, 청초하고 담백한 맛뿐이다. 립글로즈를 바른 거처럼, 입술이 오일리해졌지만 느끼하거나 거북한 느낌은 아니다. 더불어 풍성한 단맛이 있지만, 원인은 설탕보다는 배추일 거 같기에 이 또한 거북하지 않다. 설탕이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긴 하지만, 짜증날 정도의 단맛은 아니다.
진한 굴과 적절한 배추의 단맛 그리고 닭육수와 기타 다른 재료에서 빠져나온 다양한 맛으로 인해, 국물의 조화가 끝내준다.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간이 참 순하고 착하다. 대체적으로 짬뽕을 먹고 나면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 본격적으로 면치기 시작.
이번에는 숟가락 위에 면과 굴 그리고 배추를 올려서 아함~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싶다. 고로 난 지금 엄청 행복중이다.
굴이 으깨지지 않게 볶는게 스킬이라면 스킬이겠지. 오동통한 굴과 석이버섯 그리고 죽순의 콜라보.
굴짬뽕이라서 고기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동장은 고기가 들어 있다. 많은 양은 아니고, 아주 쬐금(2점) 들어있다.
양이 줄어들면서, 배는 빵빵해져 오는데, 이상하게 서운하다. 보고 있는데도 또 보고 싶다는 달달한 표현처럼, 먹고 있는데도 또 먹고 싶다. 안동장의 굴짬뽕은 단무지보다는 춘장+양파를 더 많이 먹게 된다. 담백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기름진 국물이니 중간중간 입가심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밥을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내가 할 수있는 최고의 리액션은 바로 이거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나저나 안동장을 나중에 갈거 그랬나 보다. 앞으로 굴짬뽕을 먹을때면, 언제나 비교를 아니 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렇다고 을지로로 출근도장을 찍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굴짬뽕을 안 먹을 수도 없으니 더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곳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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