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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동 을밀대 본점

광화문국밥에 이어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을밀대 본점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이 처음이다. 평냉은 겨울에 먹어야 하는데, 때마침 눈이 내렸다. 추운날 살얼음 동동 을밀대 평양냉면이다.

 

경의선 숲길을 따라 을밀대로 향하는 중

을밀대는 평양특별시 중구역 금수산에 있는 고구려시대의 누정이다. 을밀대라는 이름은 옛날에 을밀선녀가 이곳에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에, 고구려 때 이곳을 지킨 을밀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고도 한다. 평양은 갈 수 없지만, 염리동은 걸어서도 갈 수 있다. 줄서서 먹는다고 해 느즈막에 갔더니 밖에 아무도 없다. 나무 간판에서 느껴지는 오래됨, 을밀대는 몇년 됐을까? 검색을 해보니, 1976년에 개업을 했다고 한다. 안쪽 골목으로 별관이 있는 거 같은데, 굳이 갈 필요가 없으니 본관으로 들어간다. 

 

설정을 바꾸지 않아서 일러스트 효과로 촬영

들어가자마자 방이 있지만, 양반다리하기 귀찮으니 안쪽으로 들어갔다. 냉면은 후루룩 빨리 먹는 음식이라서 그럴까? 오래 앉아 있으면 불편할 거 같다. 수육에 녹두전까지 먹으려면 테이블보다는 방으로 가는게 좋을듯 싶다. 

 

평양냉면에 녹두전 그리고 녹색이, 완전 좋은 궁합인데 을밀대 녹두전에는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간단다. 개인적으로 고기없는 녹두전을 좋아하니 패스, 그러므로 녹색이도 패스다. 주문은 단촐하게 "평양냉면 하나요."

 

기본찬은 무김치와 겨자뿐이다. 가위가 나왔지만,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테이블에 식초, 간장, 소금, 후추가 있지만, 역시나 일절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평냉은 처음 나온 그대로 먹는 걸 좋아하니깐.

 

면수 아니고 육수

당연히 면수인 줄 알고, 움짤용 연사까지 찍었는데 육수다. 평냉을 먹기 전 구수한 면수는 좋아하는데 기름 동동 고기국물은 별로다. 육수대신 면수가 있냐고 물어보니, 있단다. 왼쪽은 면수, 오른쪽은 육수다. 고깃국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구수한 면수가 더 좋다.

 

사리 추가를 할 걸

양이 많다고 들었는데, 큰 냉면 그릇때문인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겨울에 만나는 살얼음 동동 평양냉면, 먹지도 않았는데 한기(?)가 느껴진다. 

 

얇은 수육이 3점

삶은 계란은 나오자마자 무김치 그릇으로 보내버렸다. 수육을 걷어내니, 채썬 오이와 절인무 그리고 작은 배 한조각이다. 면 때깔이 옅다고 해야 하나? 투박함보다는 투명함이다. 

 

늘 그러하듯, 면을 풀기 전에 육수부터 쭉 들이킨다. 살얼음 동동이리 첫 느낌은 시원함을 넘어 춥다. 집집마다 손맛이 다르듯, 평양냉면도 식당마다 맛이 다 다르다. 을밀대 육수는 많이 짜다고 하던데, 그 짠맛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있다. 깔끔하고 담백함 그리고 강한 육향은 평냉 육수의 공식같은데, 을밀대는 하나가 더 있다. 검색을 해보니, 육수에 사골과 더불어 통마늘, 통파를 넣는다고 하던데, 혹시 그 맛인가?

 

이제는 면을 풀고 즐길 차례다. 육수를 생각보다 많이 마신 탓에 부족해 보이지만, 곧 리필을 할 예정이다. 주문을 할때까지만 해도, 빈테이블이 많았는데 지금은 꽉 찼다. 고로 언제쯤 말을 해야 하나, 기회를 보고 있는 중이다.

 

메밀면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오래 씹어야 한다. 면이다 보니 몇번의 저작운동만으로도 목넘김이 가능하지만,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한다. 면이 가루가 되도록 오래오래 씹어야 메밀 특유의 향과 구수함이 입안 가득 퍼지게 된다. 원래 늦게 먹는 편이지만, 평냉을 먹을때는 더더욱 늦게 먹는다.

 

겨자의 활용법은 국물이 아니라 고기다. 마치 냉채를 먹듯, 고기에 겨자를 올리고, 식감을 위해 오이도 추가했다. 한번 접은 후, 입으로 직행이다. 음... 특이한 식성을 갖고 있지만, 냉면의 육수는 좋아해도 고명으로 나오는 수육은 별로다. 아무래도 식은 고기를 싫어하는 거 같다.

 

육수 추가 성공

옆테이블에서 주문을 할때, 육수 리필을 부탁했다. 살얼음 동동 육수가 나오자마자 들이붓고, 먹지 않는 수육은 겨자 그릇으로 옮겼다. 국물도 넉넉해졌으니, 이제는 맘껏 먹어야겠다.

 

면을 먹고 오래 씹어서 메밀향을 즐긴 후 육수를 마신다. 오랜 저작운동으로 입안에는 가루(?)가 되어버린 면의 잔해들이 남아 있다. 이때 육수를 마시면, 입안을 말끔하게 해준다. 메밀향에서 육향으로 다시 메밀향으로 그렇게 면에서 국물로 왔다갔다하면 된다.

 

을밀대는 젓가락부터 다르다. 다른 곳에 비해 젓가락이 긴 이유는 아마도 냉면 먹기 좋은 길이를 찾다보니 길어진 게 아닐까 싶다. 혼밥을 할때 나의 친구는 소설 태백산맥이다. 요즘 읽는 속도가 더뎌서 큰일이다. 4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물보다는 건더기를 더 좋아하지만, 평양냉면은 둘다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걸어서 왔으니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차를 갖고 온다면 주차장은 여기다. 평양냉면이라 부르지만, 정말 이북식이 맞을까? 옥류관에서는 냉면을 먹을때 면에 식초를 뿌려 먹는다고 하고, 개인취향에 맞게 겨자 등으로 양념을 한다고도 한다. 다른 냉면을 먹을때와 달리 평냉은 식초, 겨자 없이 나온 그대로 먹는 편이다. 뭐가 맞고 틀린지 모르지만, 함흥냉면은 겨자, 식초 팍팍 넣어 진하게, 평양냉면은 처음 느낌 그대로 순수하게 먹는다. 가끔은 밋밋하게 슴슴하게 먹는것도 나쁘지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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