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 허가네막국수
1일과 6일이었다면, 장날이라서 양수리 전통시장에서 놀았을 것이다. 허나 아쉽게도 날이 아닌지라, 한산한 시장을 뒤로하고 양수역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는 법. 직접 뽑는 막국수라는 문구에 끌려, 아무 정보도 없이 들어갔다. 경기 양평에 있는 허가네막국수다.
한강유역환경청에서는 팔당호 생태학습선을 운영하고 있다. 즉, 배를 타고 내가 마시고 있는 수돗물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을 하는 거다. 여기서 멋진 절경은 덤이다. 늦가을답게 바람은 제법 쌀쌀했지만,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장만월이 걸었던 삼도천(북한강 철교)에 다산 정약용 생가, 족자도, 두물머리 버드나무, 운길산 수종사 그리고 팔당댐까지 두루두루 봤다. 강한 바람으로 강물에서 파도를 경험하고 나니, 배멀미가 왔다. 미리 약을 먹지 못했으니, 사후 처방으로 막국수를 먹으러 갔다.
원래는 양수리 전통시장에서 먹으려고 했지만, 장날이 아니다. 멀미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기에, 양수역으로 가다가 중간에 멈췄다. 딱히 갈만한 곳이 없을 거라 여겼는데, 막국수집이 보인다. 더구나 면을 직접 뽑는다고 하니, 구수한 메밀향이 멀미를 잠재울 거 같아 들어갔다. 혹시나 브레이크타임이면 어쩌나 했는데, 영업을 한단다. 양반다리를 하면 멋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지만, 의자에 앉는게 편하고 좋다.
비빔막국수(7,000원)를 주문하면 시원한 육수가 나온단다. 그렇다면 비빔으로 시작해 물로 끝내면 된다. 국수 하나로는 살짝 아쉬울 거 같아, 메밀전병(6,000원) 을 주문했다. 국수에 전병까지 있는데 누룩이가 없으면 허전하다. 고로 지평이를 추가로 주문했다. 햇메밀은 11월부터 나온다고 하기에,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아니란다. 생각해보니, 햇메일과 묵은메밀의 차이 일절 모른다.
뜨끈한 면수부터 한 컵하고 나니, 기본찬이 나왔다. 열무김치와 무김치 중 개인적으로 열무김치가 더 좋았다. 가위가 나왔지만,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면부심이 있으니깐.
메밀전병이라 쓰고 메밀군만두라고 불러야 할 거 같다. 단순하게 무생채가 들어 있는 줄 알았는데, 완벽한 만두소가 들어 있다. 살짝 고기도 씹히는 거 같고, 내용물이 너무 풍부하다보니 과한 느낌이다. 그래도 기름을 만나 쫀득쫀득한 메밀전은 좋았다.
과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그 속에 담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은 사람을 기분좋게 해준다. 맵지 않은 빨간 양념에 무심하게 툭 올려진 오이채 그리고 없으면 서운한 김가루까지 투박한 막국수를 빛내주는 주역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쳐서는 안되는 대단한 녀석(?)이 있다. 비주얼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알게 모르게 고소함을 담당하고 있는 참깨다. 양념에 참기름이 들어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챔기름보다는 챔깨가 더 좋다.
무심하게 툭 끊어지는 면발이 좋다. 양념으로 인해 구수함이 묻힌 듯 싶지만, 강하지 않을뿐 느껴진다. 막국수에 없는 아삭함은 오이가, 고소함은 김이 담당을 하고 있는 거 같지만, 참깨도 톡톡히 한 몫을 해내고 있다.
비빔으로 시작했지만, 마무리는 물막국수다. 발우공양은 아니지만, 단무지대신 열무김치로 그릇에 묻어 있는 깨와 양념을 닦아낸다. 구수한 면 한번 먹고, 국물 한번 마시고,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어느새 끝이 난다.
겨울에는 뜨끈한 국물이 더 어울리지만, 막국수나 평양냉면 그리고 김치말이국수는 역시 지금이 제철이다. 슬슬~ 평양냉면을 찾아 떠돌아 다닐때가 됐다. 그 전에 집에부터 가야 하는데, 경의중앙선은 배차간격이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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