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황태뚝배기해장국
황태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밥도둑에 술도둑을 자처하더니, 이제는 해장이다. 황태에 콩나물 그리고 들깨가루에 부추까지 담백과 구수, 시원과 개운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추운 날에는 역시 뜨끈뜨끈한 국물이 딱이다. 도화동에 있는 황태뚝배기해장국이다.
노랑 은행잎을 보니 황태 생각이 더 난다. 한식뷔페에 돈가스, 쌀국수, 곰치탕이 마구마구 윙크를 해도, 언제나 선택은 황태뚝배기해장국이다. 원래는 을밀대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추워서 가다가 발길을 돌렸다. 냉면도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지만, 추운날에는 그저 뜨끈뜨끈한 국물이다.
사람은 많았지만, 빈자리가 있어 바로 앉았다. 늘 먹었던 대로 황태떡국을 주문해야 하는데, 떡보다는 밥이 먹고 싶어 황태해장국(8,000원)을 주문했다. 어제 글과 연결을 하면 안된다. 황태양념구이는 지난주에 먹었고, 황태해장국은 이번주에 먹었기 때문이다. 즉, 해장을 하고 싶어 해장국을 주문한 건 아니다.
기본찬 중 가장 좋아하는 부추무침이다. 다른 반찬은 리필을 하지 않지만, 부추만은 한번 더 먹는다. 열이 많은 채소라 냉한 체질에는 딱이기 때문이다.
이 맛을 온전하게 맛보기 위해서는 전날 과음을 했어야 했다. 살짝 아쉽긴 하지만, 뜨끈한 국물을 보니 추웠던 몸이 사르르 녹을 거 같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내용물도 많아서 포만감 가득 든든한 점심이 될 거 같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만, 황태해장국에는 황태가 있다. 황태는 국물에게 본연의 맛을 다 빼앗겼지만,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함은 여전히 갖고 있다.
황태만 있어도 시원한 국물이 될텐데, 더 시원한 국물을 만들기 위해 무가 투입됐다.
황태와 무만으로도 해장국은 충분할텐데, 해장계의 영원한 오빠(?) 콩나물 등장이다.
황태와 무가 만났고, 여기에 콩나물이 더해지고, 들깨가루에 계란까지 해장계의 어벤져스다. 이걸 먹고 해장이 안된다면, 그때는 다른 해장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각각의 재료에서 빠져나온 맛들이 국물에 집결을 했다. 이건 그낭 국물이 아니라, 해장 보약이다. 아~ 전날 필히 과음을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
뚝배기에서 바로 먹으면 입천장이 홀라당 뒤집어지니, 앞접시에 덜어서 먹어야 한다. 1차는 담백하게 본연의 맛을 즐긴다.
간이 강하지 않아서, 깍두기와 배추를 올려서 먹어도 좋다. 기본찬 중 부추는 올려서 먹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먹어야 한다.
앞접시에 해장국을 담고, 밥을 올린다. 여기까지는 아까와 동일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르다. 왜냐하면 부추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그냥 황태해장국이 아니라 부추황태해장국이다. 접시에 있던 부추를 거의 다 넣고, 뜨거운 국물에 살짝 숨을 죽인다. 부추향이 더해지니, 깊은맛이 더더 진해졌다.
두번정도 앞접시에 먹다보면, 뚝배기에 바로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따끈해진다. 부족한 부추는 다시 리필을 한 후, 뚝배기 속에 다 넣는다. 그리고 남은 밥도 모두 투하. 이제 남은 건 본격적으로 뚝배기에 얼굴을 박고, 막 퍼먹으면 된다. 담백한 황태해장국으로 시작해 부추로 마무리, 이게 바로 한그릇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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