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동 현래장
짜장면은 엄마만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서초동에 있는 어떤 분들도 참 싫어하나 보다. 짜장면이 한식이냐? 아니냐?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그 난리인지, 정작 중요한 건 "꼭 (거기서) 그렇게 다 먹어야만 속이 후련했냐!" 지난주내내 몰아친 짜장 열풍에 힘입어, 슬쩍 젓가락을 들었다. 마포동 불교방송 건물에 있는 현래장으로 수타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를 지날때면 어김없이 불교방송 건물을 마주친다. 현래장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짜장면보다는 짬뽕을 좋아해서, 이유가 어찌됐든 벌써 갔어야 하는 곳인데 이제야 간다. 솔직히 지난주 짜장압색이 아니었다면, 비도 오는데 짬뽕이나 칼국수를 먹으러 갔을거다. 오로지 짜장면을 먹기위해 중국집에 간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서 나름 있어보이려고 수타짜장으로 골랐다.
불교방송 건물로 들어와 지하1층으로 내려간다. 왼편으로 빨간 장식물이 좌르르 규모에 압도 당하는 중이다. 유명한 곳인지는 알았지만, 이정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딸랑 수타짜장면만 먹기에는 민망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한식을 먹어야 하니 군만두는 먹지 않을거다. 그나저나 수타로 면을 뽑으려고 3년은 배워야 하는구나. 어렵고 힘든 일일테니, 수타면의 쫄깃함이란 기계로 뽑은 면과 비교조차 하면 안되곘다.
노란불빛이 이리도 강한지 몰랐다. 과하게 후보정을 할까하다가, 그냥 리사이즈와 밝기 조정만 했다. 원형 테이블이 있는 단독룸이 여러개 있던데, 혼밥을 거기에서 하면 쫓겨나지는 않더라도 엄청난 욕을 먹지 않을까 싶다. 고로 평범한 4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혼밥이 가능한 바테이블은 없다.
손군만두에 시원한 칭따오가 무지 끌렸지만, 오롯이 짜장면만을 먹기 위해 왔으니, 손옛날짜장(6,500원)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는 양장피에 공부가주를 곁들이면 정말정말 좋겠다. 테이블 유리 밑에 메뉴판이 있으니, 주문을 한 후에도 자꾸만 메뉴가 눈에 들어온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중국집에서 혼밥은 느무느무 힘들다.
혹시나 자차이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춘장이 나왔다. 물은 진한 보리차일 거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짬뽕을 먹을때는 식초를 짬뽕에 넣지만, 이번에는 짜장이니 단무지와 양파에 조금 첨가했다.
곱빼기를 주문했어야 하나 싶었는데, 먹다보니 보기와 달리 양이 은근 있다. 옛날짜장이라 그런가? 커다란 고기라 아니라 감자가 들어있다. 볶으면 달달해지는 양파도 그득 들어있고, 양배추도 더러 들어있다. 그리고 짜장 때깔이 확실히 옅다.
수타면이라는 증거, 가늘기도 하고 굵기도 하고 좁기도 하고 넓기도하다. 즉, 제각각이다. 또다른 증거는 사진을 찍었는데도 면이 불지 않고 쫄깃함이 엄청나다. 왜 3년은 배워야 하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할 거 같다. 그만큼 어렵고도 힘든 작업일테니깐.
마우스는 왼손으로도 아주 잘 하는데, 젓가락질은 어렵다. 그래서 오른손으로 먼저 파스타를 먹듯, 돌돌 말아서 포인트로 감자까지 찍은 후에 손을 바꿔치기 했다. 그래야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깐. 쫄깃한 면 사이사이로 달달한 짜장맛이 잘 스며들어 있다. 춘장보다는 스테이크 소스같은 느낌이랄까? 분명히 감자가 맞는데, 사진은 고기완자처럼 보인다.
짜장의 친구 단무지가 빠지면 섭한 법. 젓가락을 포크처럼 면은 돌돌말고, 단무지는 찍어서 먹는다. 짜장면에 없는 아삭함을 채워주니 좋고, 살짝 느끼하다 싶을때 단무지를 먹어야 입안이 개운해 진다. 그리고 남길 이유가 전혀 없다. 드디어 아리랑 마지막권에 돌입했다. 두달간의 험한난 여정, 이제 막 첫번째 분기점을 통과했을 뿐이다. 든든하게 짜장면을 먹었으니, 내일은 서초동으로 놀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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