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동 원조떡볶이 & 달인꽈배기 (in 영천시장)
떡볶이가 메인, 꽈배기는 곁다리였다. 간 김에 먹어보자 했건만, 결론은 주객전도다. 어느 전통시장에 가더라도 떡볶이에 꽈배기는 꼭 있다. 허나 이집만큼 놀란만한 꽈배기는 첨이다. 영천시장에서 만난 원조떡볶이와 달인꽈배기다.
서대문역에서 내려 독립문 방향으로 10분(약 800m) 정도 걸었다. 남대문시정처럼 대형시장은 아니고, 하나의 통로로 이루어진 중소형 전통시장이다. 이곳에 온 목적이 단 하나, 추억의 떡볶이를 먹기 위해서다. 지금은 없어진 프로그램 삼0천0에 나왔던 곳으로,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가야지 했었다. 분식집 이름은 모른채, 시장 안에 있다는 것만 알고 갔기에 떡볶이집을 찾아 삼만리(?)를 했다.
첫번째 사진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 시장이 끝까지 하염없이 걸어야만 했다. 혹시 놓쳤을까봐, 두리번 걸렸는데 다른 출구가 나올때까지 그집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다른 떡볶이집은 있었지만, 내가 찾는 그집이 아니었다. 유명해져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냐 하고 시장을 벗어나려는 찰나, 떡하니 그집이 나타났다. 너의 이름은 원조떡볶이다.
밖에 현수막도 있지만, 안으로 들어오니 방송에 나온 인증사진 액자가 몇개 걸려있다. 그걸 보고나서야, 안심이 됐다. 방송 효과는 다 사라졌을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이 많은 건 단골들이 많아서일 거다. 덥더라도 음식이 있는 곳에 앉고 싶었는데, 명당(?)인지 만원이다. 하는 수 없이 긴 테이블에 앉있다.
혼밥이니, 떡볶이와 튀김 각각 1인분씩 주문했다. 떡볶이 아래 있는 비닐봉다리, 시장이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주문하면 늘 저렇게 나온다. 위생, 청결, 세척 등으로 인해 비닐을 씌우는 것일텐데, 환경을 생각한다면 고쳐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종이를 깔 수도 없고, 비닐을 대신할 친환경 봉다리가 나왔으면 좋겠다.
크기가 제각각이지만, 모두다 밀떡볶이다. 비주얼은 빨간맛이지만, 절~~대 맵지 않다. 어릴때 양념만 쏙 빨아먹고, 하얗게 변한 떡에 다시 양념을 묻혀 드럽게(?)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시절 그맛과 비슷하다. 왜 추억의 맛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그 흔한 오뎅 한조각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오직 떡만 있다. 밀떡 특유의 말랑말랑함과 달달한 양념이 조화를 이룬다. 오뎅국물을 육수로 사용하는 거 같던데, 그때문인지 오뎅은 없지만 오뎅맛이 살짝 난다.
튀김을 주문할때 선택을 할 수 있나보다. 주인 할머니가 골고루 줄까? 하기에 네라고 답했더니, 김말이, 오징어, 만두 그리고 고구마튀김이 하나씩 나왔다. 기름진 튀김에는 떡볶이 양념이 딱이다. 사실 떡볶이에는 튀김보다는 순대가 잘 어울린데, 순대가 무서워(?) 만만한 튀김을 먹었다. 푸석푸석한 고구마 튀김은 먹지 않고 남겼다. 왜냐하면 여기까지 왔는데 달인꽈배기를 아니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조떡볶이 옆옆집에 꽈배기 집이 있다. 방송에도 여러번 나왔고, 부모님이 좋아하는 사딸라 아저씨가 나오는 동네한바퀴에도 나왔단다. 그런데 달인이 아니라 원조꽈배기다. 혹시, 달인은 방송에 출연한 프로그램 이름을 따서 애칭으로 부르고, 상호명은 원조구나 했다.
사진을 찍어야 하니, 꽈배기를 샀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이집이 그집이 아니라는 걸 알게됐다. 즉, 원조와 달인은 다른 집이다. 어쩐지 동네한바퀴 사진 액자는 있는데, 생활의00 사진 액자가 없어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도 샀으니 먹어봐야 하다. 요즘 왕꽈배기도 있던데, 요건 한입에 다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크기다. 비주얼은 전통시장에서 파는 평범한 꽈배기다. 가장 중요한 맛은 쫄깃함은 있는데 굳이 영천시장까지 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아닌 거 같다. 원조와 달인이 다른 집임을 몰랐다면, 역시 방송은 믿어서는 안돼라고 생각했을 거다.
애칭이 아니라, 진짜 이름이 달인꽈배기다. 시장 안에 있지 않고, 원조떡볶이에서 나와 1~2분 정도 직진을 해야 한다. 몇달 전 지하철에서 이집 박스를 들고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택비기사분인 거 같은데 지하철에서 본 박스를 하나도 아니고 4개나 들고 나간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꽈배기를 박스채 구입을 할까?
제대로 찾아 온 듯하다. 유명한 곳답게 진열되어 있는 도너츠는 한개도 없다. 저렇게 많이 만드는데 나오자마자 다 팔리고 있나보다. 그런데 진열대가 아니라 왼쪽 사진 속 대형 선풍기 앞에 뜨거운 도너츠를 식히는 공간이 있다. 즉, 갓 나온 도너츠는 커다란 선풍기로 열기를 식히고, 그런 다음에 진열대로 와야 하건만, 진열대로 옮길 시간도 없이 바로 판매를 되고 있다.
4시쯤에 가면 품절이라고 하더니, 영업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다. 도넛을 끊임없이 만들던데, 박스포장에 택배가 많아서인지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도넛님(?)이 나와야 살 수 있기에, 기름 샤워를 하고 열기를 식힐때까지 인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좀 전에 산 꽈배기도 있고, 한꺼번에 다 먹을 자신이 없어 동일하게 꽈배기 천원어치만 샀다. 그런데 앞에 있던 어르신이 너무 많이 샀다면서 꽈배기 2개와 팥도너츠 한개를 먹으라고 주셨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설탕없는 꽈배가를 좋아한다. 비주얼은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꽈배기다. 막 나와기에 바삭함이 과하게 느껴지는 정도랄까? 아직은 달인의 의미를 모르겠다.
한입을 먹고 난후, 왜 달인이라고 했는지 바로 알게 됐다. 쫄깃함이 남다르다. 솔직히 꽈배기 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여겼는데, 확실히 다르다. 그렇다고 와~ 대박~ 짱~ 뭐 이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연달아 3개나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영천시장에 갈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떡볶이보다는 꽈배기를 먼저 찾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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