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리동 짬뽕지존 마포점
1단계에 성공했으니, 자연스럽게 2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 고작 1단계일뿐인데, 그 차이는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다. 그리하여 고작 0.5만 올렸고, 여기까지다. 염리동에 있는 짬뽕지존에서 가능한 지옥맛은 1.5단계다.
은행나무에 있던 노란 열매는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그덕에 땅은 여기저기 노란 얼룩과 함께 그리 반갑지 않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장미의 가시처럼, 은행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스컹크가 됐지만 괜찮다. 그 속에 들어있는 열매의 맛을 알기에, 힘은 들지만 참을테다. 은행나무 숲을 건너 짬뽕지존으로 간다.
12시 엄청 붐디던 식당은 1시만 지나도 한산하다. 혼밥을 할때는 요런 시간을 노려야 한다. 굳이 사람이 많을때 부대끼면서 같이 먹기보다는, 배고픔을 참고 기다리면 된다. 그럼 느긋하게 천천히 먹을 수 있다.
지난달에 왔을때는 지옥맛 1단계 수제비짬뽕을 먹었는데, 뭔가 허전하다. 짬뽕은 역시 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무조건 면, 강릉에 갔을때 못먹은 순두부짬뽕이 생각나 지옥 순두부 짬뽕면(9,900원)을 주문했다. 쩜오가 된다기에, 1.5로 주문했다.
지난 번에는 종이컵과 앞치마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묻고 더블로 가야 하니 생수에 단무지도 뜯지 않을거다. 자차이와 군만두용 간장만 놓고 먹을 예정이다.
군만두라 쓰고, 튀김만두라 불러야 한다. 딱봐도 튀김 비주얼이기 때문이다. 만두피가 두툼하지만, 튀겨서 바삭하다. 속은 조금 들었지만, 튀김만두는 속보다는 (만두)피다.
국물의 빨간 농도가 조금 더 진해진 듯 하다. 매운향이 강하게 나지 않지만, 쩜오를 무시하면 안된다. 보기와 다르게 훨씬 더 매울 수 있을테니깐.
순두부짬뽕답게 순두부가 들어있고, 해산물은 껍질 없이 내용물만 쏘옥 들어있다. 돼지고기도 좀 보이고, 채소는 좀 많이 보인다. 국물이 많은만큼, 건더기도 많다.
먹기 전에 의식처럼 식초는 한숟갈 퐁당. 쩜오의 위력은 국물을 입으로 넣자마자, 자동적으로 컥~하는 소리가 났다. 맵다. 확실히 1단계에 비해서는 맵다. 하지만 입술이 따갑거나, 속이 쓰리지는 않는다. 그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매움이 느껴지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바로 사라진다. 하지만 먹을수록 사라지는 시간이 더디다.
탱탱하고 쫄깃한 수제비도 좋긴 했으나, 쩜뽕은 역시 면이다. 그런데 면을 끊지 말고 먹어야 하는데, 일회용 앞치마가 없으니 백퍼 옷에 튄다. 고로 꺾어 마시기가 아니라 끊어서 먹어야 한다. 그릇 가까이 얼굴을 대고 국물이 튈 공간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진한색 옷을 입긴 했어도 흔적을 남기기 싫다.
면에 순두부, 가리비 그리고 배추까지 올린 다음 먹기 좋게 만든다. 딱 한번만이다. 계속 이런식으로 먹었다가, 옷에 짬뽕 국물로 지도를 그려야 할지도 모른다. 면은 면대로 젓가락으로 먹고, 건더기는 숟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매운만큼 나트륨도 어마어마할텐데, 순두부가 살짝 잡아 주는 거 같다. 이래서 짬뽕에 순두부를 넣었을까? 물에 단무지를 먹지 못하니, 매운맛 진화는 군만두가 도맡았다.
수제비짬뽕을 먹을때는 수제비랑 해산물을 같이 먹어서 몰랐는데, 면을 조금 넣았나 싶을 정도로 건더기가 진짜 많이 들어있다. 이래서 공깃밥이 기본으로 나오는 거 같은데, 만두를 먹느라 밥은 끝내 말지 못했다.
단무지는 끝까지 뜯지 않고 지켜냈는데, 생수는 결국 따고 말았다. 매움보다는 나트륨때문이다. 다 먹고나니 살짝 2단계 욕심이 나지만, 스스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여기서 딱 멈출거다. 짬뽕지존에서 나의 능력치는 1.5단계다. 이렇게 먹은 후, 아이스크림으로 고생한 입 안을 살살 달래줬다는 건, 쉿~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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