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일주일회 숙성회와 막걸리로 홈혼술
활어든 숙성이든 회의 단짝은 무조건 녹색이인 줄 알았다. 비릿할때 한잔, 기름질때 한잔, 담백할때 한잔, 이런들 저런들 녹색이만한 건 없는 줄 알았는데, 신흥세력이 나타났다. 아니다. 원래부터 있었는데 몰랐을 뿐이다. 숙성회와 막걸리로 홈혼술을 하다.
대로변을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오면 주택가가 나타난다. 마포 용강동 그곳 어딘가에 작은 횟집이 하나 있는데, 먹을 수는 업고 포장만 가능하다. 활어회와 초밥은 포장을 해서 집에서 먹은 적은 있지만, 숙성회는 처음이다. 녹색이가 아닌 막걸리와 회의 어울림을 알고 싶던 차, 눈 앞에 나타났다.
손님을 위한 공간보다는 주방장을 위한 공간이 더 넓은 곳이다. 메뉴는 대, 중, 소 숙성회와 연어외 그리고 연어샐러드가 있다. 모듬회 구성은 대광어, 도미, 연어, 숭어라 나와 있지만, 날씨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단다. 연어 킬러라면 특제 숙성 연어회를 먹을텐데, 다양함을 좋아해서 모듬회 소(2만원)를 주문했다.
담백에서 기름짐으로 가는 구성이 나쁘지 않다. 활어회 포장은 이래저래 참 많은데 숙성회라 그런가 단촐하다. 회가 들어 있는 용기 하나, 초밥을 먹을 수 있는 밥에 간장 용기 그리고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니 얼음팩이 들어있다. 얼음팩은 재사용이 가능하다기에, 다음날 다시 갖다드렸다.
안주는 끝났고, 이제는 막걸리 차례다. 자연스럽게 2층에 있는 녹색이에 손이 가야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막걸리다. 장수와 지평이가 보이지만, 아스파탐이 없다는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을 골랐다. 아스파탐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가격에서도 알 수 있다. 3,400원(현대백화점 식품점)으로 처음이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도 지평이를 고르지 않은 이유는 과한 단맛과 트림이 나는 아스파탐이 없어서다.
역시 방 조명은 구리다. 들고 오는 도중에 한쪽으로 쏠릴까봐 신경을 썼더니, 처음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시간은 지났지만, 얼음팩으로 인해 신선도는 여전히 좋다.
연어를 올려 회덮밥으로 만들어 먹으라고 했지만, 초밥으로 먹을 생각이다. 원래는 초장을 함께 주는데, 초장 없이 먹을 수 있는 회라서 간장과 고추냉이만 달라고 했다.
느린마을 막거리는 정제수, 쌀(국내산), 국[입국(쌀), 조효소제(밀)], 활성건조효모가 들어 있다. 즉,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은 없다. 비싼 녀석(?)이니 양은잔이 아니라 유리잔에 담았다. 사실 집에 막걸리 전용잔이 없기도 하고, 머그컵에 마셔도 되지만 어찌하다 득템하게 된 녹색이 잔을 꺼냈다. 얼마 전에 마신 칠곡 신동막걸리에 비해서는 다운이지만, 장수와 지평이에 비해서는 업이다. 과하지 않은 탄산과 단맛 그리고 부드러운 목넘김이 좋다.
담백한 광어랑 막걸리는 좋았는데, 기름짐이 과한 참치와 연어는 초반은 괜찮은데 장기전으로 가니 살짝 버겁다. 기름진 회는 2자리수 도수가 있는 녹색이가 더 나은 거 같다. 대방어와 막걸리,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시작조차 안할 거다.
입 안 가득 기름짐은 초밥이 잡아줬다. 맨밥이 아니라 초밥이라 입안을 상큼, 개운하게 해준다. 더불어 회만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포만감도 함께 줬다. 숙성회와 막걸리의 홈혼술 시도는 좋았으나, 또 할 거 같지 않다. 이유는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녹색이 생각이 간절했고, 회를 다 먹고 난 후 용기에 남아 있는 냄새가 그리 상쾌하지 않았다. 배달이나 포장 음식을 먹고, 물로 가볍에 씻어 낸 후 키친타월로 닦는데, 이번에는 세제까지 풀어 빡빡 닦았다. 홈혼술을 통해 얻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론은 막걸리는 육지 먹거리, 녹색이는 바다 먹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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