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오마뎅 마포점
20세기에 초등(실제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그때만해도 학교앞 분식집이란, 실내인데 밖이 뻥뚫려 있는 곳에서 떡볶이와 오뎅, 순대 등을 팔았다. 새끼 손가락만한 분홍소시지가 들어있는 두툼한 밀가루 튀김옷을 입고 있는 핫도그도 있었는데, 21세기 학교앞 분식집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학교앞 분식집이 이렇게 다르다니, 세대차이가 확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때는 청결을 논하면 아니 되었지만, 요즈음 청결은 기본인 듯 싶다. 여기보다는 오뎅바에 가서 녹색이와 놀 나이지만, 찬 바람이 뜨끈한 오뎅국물을 생각나게 했고 근처에 갈만한 곳이 여기 뿐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교 시간을 피해서 가야 하는데, 정확히 그 시간에 갔다. 예상을 하긴 했으나, 아이들이 많아도 무지 많다. 아무리 학교앞 분식집이라고 해도, 너무 많다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오뎅꼬치는 개당 1,500원이며, 물떡이나 유부주머니, 곤약, 계란은 각각 다르다. 오뎅이 기본이지만, 떡볶이와 단호박식혜 등 다른 메뉴들도 있다. 일반적인 분식집은 떡볶이와 튀김, 순대가 메인이고 오뎅은 겉절이 느낌인데, 오마뎅은 오뎅만이 내세상(메인)이다.
가래떡 떡볶이와 물떡 그리고 계란이 촉촉하게 잠겨있다. 멸치다0다같은 국물맛일까? 가게 분위기로 봤을때는 제대로된 국물맛이 날 거 같고, 오뎅도 밀가루 가득보다는 제대로일 거 같다. 21세기 학교앞 분식집은 20세기에 비해 고퀄리티는 확실한 거 같다.
학교앞 분식집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많았던 이유는 선결제라는 시스템때문인 거 같다. 20세기에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선결제를 했는데, 세대차이가 또 느껴지는 순간이다. 비법 육수와 맛간장을 파는 곳이니, 멸치다0다 국물맛은 아니겠다. 간장, 와사비, 머스타드, 칠리 등 소스도 다양하다.
세대차이가 팍팍 느껴지는 곳이지만 먹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선결제가 아니라면, 먹고 싶은 오뎅을 고르고 국물을 떠서 먹으면 된다. 시작은 가볍게 넙데데 오뎅이다. 여기서는 쭈글이라고 부르지만, 개인적으로 넙데데라 부르는게 더 정겹고 좋다. 순살이라더니, 때깔부터 고급지다. 한입 베어먹고 나니, 녹색이가 왔다갔다 했지만, 여기서는 "이러시면 안되니" 얌전히 오뎅만 먹었다.
부산에서도 먹지 않았던 물떡을 오마뎅에서 먹었다. 학생들이 물떡을 기본으로 다 먹고 있어 덩달아 골랐다. 오뎅국물을 흠뻑 먹은 물떡, 부드러운 쫄깃함이다. 그리고 떡인지 치즈인지 모를 정도로 쭉쭉 늘어난다. 먹다가 살짝 지루해질때, 칠리소스로 변화를 주면 된다. 앞으로는 초딩입맛을 존중해야겠다. 그친구들 덕분에 물떡 맛을 알았으니깐.
매운 소스에 들어 있는 고추 오뎅. 매움 더하기 매움은 매움이다. 매움은 치즈오뎅이 잡는다. 매움과 순함을 왔다갔다, 위가 더 허락만 한다면 무한대로 들어갈 거 같다.
나만의 루틴이랄까? 넙데데로 시작해, 넙데데로 끝낸다. 순한맛 넙데데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는 매운맛 넙데데다. 그릴에 구워 먹는 어묵 구어바는 아이들이 없는 시간 즉, 저녁에 와서 먹어야겠다. 세대차이가 물씬 나는 공간이지만, 맛때문에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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