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 민차식당
집밥이 최고지만, 가끔은 집밥보다 나은 바깥(?)밥을 만날 때가 있다. 맛도 맛이지만, 상차림에서부터 게임이 안된다. 돈내고 사먹는 밥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정성이 담긴 밥과 반찬을 먹다보면 절로 고마움이 느껴진다. 정갈하고 따스한 한끼, 광명 철산동에 있는 민차식당이다.
어릴때는 대전역에서 가락국수를 먹었지만, 지금은 성삼당에 들려 명란바게트와 보문산 메아리를 구입한다. 대전역에서 쇼핑백을 들고 다닐때는 몰랐는데, 광명역에 도착을 하니 살짝 민망해진다. 대전에 다녀온 티를 팍팍 내고 있기 때문이다. 명란바게트만 구입했으면 가방에 넣었을텐데, 무게에 비해 부피만 큰 보문산땜에 '이거 참 쑥스럽구먼.'
서울역에서 집까지는 약 45분이 걸리고, 광명역에서 집까지는 한시간 정도 걸린다. 누가봐도 광명보다는 서울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야 한다. 티켓도 당연히 서울역 혹은 용산역으로 구입을 한다. 하지만 잠시 후 광명역에 정차를 한다는 안내멘트가 나오면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잠시 들렸야 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2년전부터 해오던 습관이다보니, 이제는 안하면 어색하다.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미식당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길을 건너 민차식당으로 향했다.
작년에 왔는데,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거 같다. 그때도 느꼈지만 커튼이 참 맘에 든다. 세련된 백반집 느낌이고, 언제나 나의 자리는 냉장고 옆 테이블이다.
작년에는 없던 간장 새우장 한 상이 새로 생겼다. 계란 후라이가 함께 나오니, 간장 계란밥을 해먹을까 하다가 바다보다는 육지 먹거리가 끌려서 제육볶음 한 상(7,500원)을 주문했다. 그리고 미니 해물파전과 함께 경주법주 누룩이를 주문했다.(소주는 녹색이, 맥주는 갈색이, 막걸리는 누룩이다.)
양이 적다고 느껴질 수가 있는데, 밥과 국, 밑반찬은 리필이 가능하니 결국은 푸짐하게 먹게 된다. 제육용 돼지고기는 바다 건너 네덜란드에서 왔단다.
리필이 가능한 4색 반찬, 메추리알 조림과 배추김치, 콩나물무침 그리고 애호박볶음이다. 민차식당의 음식맛은 강함이 없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짜고 맵고 달달한 자극보다는 순하디 순하다. 가끔은 지옥맛 짬뽕을 먹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슴슴하니 순한 밥상을 더 좋아한다.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면, 밥이 질었다는 거.
제육볶음하면 딱 떠오르는 교과서적인 맛이 있다. 불맛이 살짝 나면서, 짭쪼름함과 함께 단맛이 도는 그런 맛이다. 민차식당 역시 교과서적인 맛이 나긴 하지만, 과하지 않다.
주문을 할때 따로 말하지 않으면 완숙으로 나오고, 미리 요청을 하면 반숙으로 나온다. 이걸 밥 위에 올려 비벼 먹을까 하다가, 밖에서 터트리지 않고 입안으로 쏘옥 보냈다. 난이도 최상인 쌍화차 속 노른자도 먹었는데, 이정도는 식은죽, 식은밥, 식은커피 마시기다.
순수한 밥상에는 쎈 녹색이보다는 여린 누룩이가 딱이다. 여기에 미니 해물파전을 더하니 아니 좋을 수 없다. 양이 많은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굳이 다 마시지 않고 남기면 된다. 아스파탐은 없지만, 효소처리스테비아라는 감미료가 들어있다. 찾아보면 감미료 없는 누룩이가 많은데, 쉽게 만날 수가 없다는게 문제다.
바다 먹거리는 쌈보다는 그냥 먹는걸 좋아하는데, 육지 먹거리는 무조건 쌈이어야 한다. 특히 고기 먹을때는 쌈이 최고다. 왜냐하면 물컹한 비계의 식감을 잡아주니깐. 다행히 비계 없는 부위라 그냥 먹어도 되지만, 워낙에 쌈을 좋아하니 리필까지 해서 먹었다.
일러스트 효과로 담은 비포, 애프터. "잘 먹었습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아니었으나 만족을 했기에, 이제는 어디로 가야할지 길가에 서서 고민을 할 거 같다. 우선순위는 없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 선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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