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동해세수대야동태탕 마포역점
새벽에 본 어처구니 없는 기사로 인해,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비몽사몽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이런 날 일이 손에 잡힐리 없다.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일을 너댓시간만에 끝냈다. 말할 수 없는 허망함에 배곱시계도 근무 태만이다. 지치면 지는 거라고 했다. 어떠한 길이 나타날지 모르지만, 함께 달리기 위해서는 지치면 안된다. 너무 늦어버린 점심을 먹기 위해 도화동으로 항했다.
한때 자주가던 주꾸미 숯불구이집이었는데, 지금은 동태탕집이다. 맵지 않은 주꾸미구이에 기본찬으로 나오는 호박전이 좋았는데,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한건가? 현재 시간 오후 3시 59분이다. 이런 곳은 기본이 2인분일텐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에 밖으로 잠시 나온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1인분 가능하단다. 4시까지가 브레이크타임인데, 정확히 4시가 됐고 냉큼 안으로 을어갔다.
혼밥하기 딱 좋은 한산함이다. 점심을 기준으로 하면 늦은거고, 저녁을 기준으로 하면 겁나 일찍이니 아무도 없는 건 당연지사다. 그나저나 분위기가 낯설지가 않다. 주꾸미숯불구이 시절과 지금,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불판이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휴대용 가스렌지다.
1인분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동태탕(8,000원)에 알, 곤이 추가(4,000원)를 했다. 코다리조림도 무척 좋아하는데,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을 거 같아서 바로 포기했다. 그나저나 알과 곤이는 같은 말인데, 아마도 이리를 곤이로 표현한 거 같다.
동태탕에는 밥이 포함되어 있다. 4가지 반찬 중 개인적으로 무생채와 오이무침이 가장 좋았다. 열무김치는 너무 익었고, 콩나물무침은 먹지 않아서 모른다. 그나저나 동태탕은 맞는데, 비주얼이 낯설다.
자고로 동태탕이라면 고춧가루가 팍팍 들어간 얼큰한 빨간맛인데, 여기는 맑은탕 같은 비주얼이다. 혹시 고춧가루를 덜 넣었나 싶어 물어보니, 원래 이렇게 나오단다. 다 조리되어 나와서 바로 먹으면 된다는데 깊은 맛을 내고자 더 끓이는 바람에 간이 엄청 세졌다. 세수대야지만 1인분이라서 양은 냄비에 나온 거 같다. 곤이와 이리 추가로 생선살보다 내장이 더 많아 보인다. 그리고 일부러 챙겨준 걸까? 커다란 동태대0리가 들어있다.
맑은탕인데 얼큰함도 있다. 하지만 늘 먹던 빨간맛이 아니라서 어색하다. 첫 국물 한숟갈에 자동적으로 녹색이를 소환했고, 허망하고 우울했던 속이 뜨끈함과 포만감으로 채워진다. 역시 먹는게 남는거다. 혼밥에 혼술, 아니 좋을 수 없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이리의 고소함과 먹을때마다 미안함을 갖게 하는 꽉찬 곤이 그리고 비린내 1도 없는 담백한 동태살까지 밥을 부르고 술을 부른다.
2차전은 숨어 있어 몰랐던 무와 함께다. 생선 조림과 탕에서 빠져서는 절대 안되는 무, 시원하게 달달하게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때론 생선(갈치조림)보다 더 돋보일때도 있다.
공략하기 가장 어려웠던 3차전이다. 어두육미를 맛봐야 하는데 살짝 두렵다. 하지만 찾아보면 은근 먹을 데가 많아서 쪽쪽 소리까지 내면서 야무지게 먹었다. 생선 킬러 명성(?)에 누가 되지 않으려면 대0가리쯤은 먹을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 4차전은 추가로 인해 양이 많은 곤이와 이리 그리고 두부다. 워낙 내용물이 많기도 했지만, 국물이 짜서 건더기 위주로만 먹었다. 1인분이 되는 동해세수대야동태탕, 찬바람이 싸늘하게 부는 계절이 왔으니 종종 찾을 거 같다. 속을 든든하게 채웠으니, 지치지 말고 함께 싸울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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