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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소문난식당

메인이 좋으면 반찬은 그저 구차할 뿐이다. 그런데 반찬까지 좋으니, 이거 참 난감해진다. 두그릇을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고등어조림만으로도 베리굿, 여기에 입맛 돌게 만드는 7가지 반찬까지 베리베리굿이다. 이름 따라간다고 하더니, 정말 소문날만하다. 문래동에 있는 소문난식당이다.

 

대추나무칼국수(좌) / 영일분식(우)

아기 돼지 삼형제도 아니고, 한 골목에 식당 3곳이 몰려있다. 식당 앞에 대추나무 한그루가 있다고 해 대추나무 칼국수가 됐다는데, 이집 앞을 지나칠때면 어김없이 진한 멸치육수 내음이 풍겨온다. 냄새만으로도 깔끔 담백보다는 걸쭉 진한 칼국수를 만드는 곳이 아닐까 싶다. 3곳 중 유일하게 못 먹은 곳이라서 잘 모른다. 두번째 집은 유일하게 면이 아니라 밥집으로 묵은지 고등어 조림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대추나무가 칼국수라면, 영일분식은 비빔국수다. 칼국수 면으로 만든 비빔국수는 쫄깃한 면도 면이지만, 양념이 정말 좋다.

원래는 영일분식의 시원한 칼국수냐? 대추나무 칼국수의 깊고 진한 칼국수냐? 둘 중 하나였는데, 뜨끈한 국수를 먹기에 날씨가 살짝 덥다. 고로 아주 자연스럽게 소문난식당에서 멈췄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 도착했는데, 줄이 있다. 

 

영일분식과 소문난식당에는 줄이 있지만, 대추나무 칼국수에는 줄이 없다. 줄서서 기다리는 거 싫어하는 1인이니, 대추나무로 향해야 하건만 열린 창문을 통해 냄새가 흘러나왔고 덥석 미끼를 물어버렸다. 그나마 긴 줄이 아니니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가정집을 식당으로 만든 듯한 분위기에 노포의 느낌이 팍팍 난다. 철공소에서 일하는 분들은 하루종일 거친 일을 해야 하니, 주변에 있는 밥집은 맛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누룽지, 이만한 디저트가 또 있을까?

메뉴는 달랑 하나지만 백반집이다 보니 반찬은 그날그날 조금씩 달라질 거 같다. 브레이크 타임은 4시부터 5시까지, 일요일은 노는 날이다. 녹색이와 누룩이가 삼천냥, 반찬이 좋은 곳이니 반주는 필수이지 않을까 싶다. 

 

이게 8,000원! 실화냐?

총각김치, 예술적인 파김치, 버섯볶음 그리고 애호박볶음, 시금치나물무침, 멸치볶음, 고추절임무침까지 일곱빛깔 무지개가(반찬)다. 저중에서 베스트를 꼽으면 단연코 파김치와 고추절임무침이다. 그나저나 혼자 먹기에 반찬이 과하다. 가짓수를 줄여도 될 거 같은데, 백반집이라서 그럴 수 없는 거 같다. 

 

백반집에서 가장 신경써야할 건 아마도 밥이 아닐까 싶다. 누룽지가 있으니 진밥은 아니겠지 했는데, 역시 고슬고슬 딱 알맞다. 콩나물국은 비주얼과 달리 칼칼보다는 시원하다. 

 

묵은지에 무까지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다.

혼밥이라서 고등어는 한조각뿐이지만, 작은 조각이 아니다. 여기에 커다란 무에 결대로 가볍게 찢어지는 묵은지까지 침샘은 아까 전에 폭발을 해버렸다. 반찬에 고등어조림까지 아무래도 공깃밥을 추가해야 할 거 같다.

 

해체작업 끝, 이제 먹으러 갑니다.

큼직하게 고등어 한 점에 묵은지를 살살 올린다. 밥을 올릴까 하다가, 이대로 먹어본다. 음... 생각보다 간이 강하지가 않다. 그런데 고등어조림인데 고등어 냄새가 김치에 배어있지 않다.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됐지만, 이때만해도 고등어 냄새를 어떻게 잡았기에 이렇게 깔끔하지 했다. 보기와 다르게 매운맛은 거의 없고, 속까지 간이 덜 밴 담백한 고등어와 푹 끓인 묵은지가 만나니 먹는데 자꾸만 웃음이 난다.  

 

반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밥으로 대신했다. 진정한 삼합은 바로 이거다. 윤기 가득 흰쌀밥에 세로로 자른 묵은지 그리고 고등어, 완벽한 한국인의 밥상이다. 

 

고등어 없이 김치와 무만 올려서 먹어도 좋아~

일곱빛깔 반찬도 먹어야 하는데, 솔직히 젓가락이 잘 안 간다. 빈틈없는 묵은지 고등어조림땜에 반찬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반찬을 먹기 위해서는 일부러 방향을 틀어야 했고, 파김치를 먹고 난 후 2공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구나 했다. 아니면 누룩이와 함께해야 반찬을 다 먹을 수 있을 듯 싶다. 그나마 반찬이 짜지 않아서 한공기로 끝낼 수 있었다. 

 

누룽지가 있어 천만다행

밥 양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 둘이 와서 3공기는 가능할 거 같은데, 혼자서 2공기는 무리다. 그때 등장한 누룽지, 네가 있어 참 다행이다. 이건 하나 더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사람이 들어오는 수대로 그때그때 만드는지 안된단다. 그래서 국물조차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다 먹었다.

 

테이블에 있던 물병에는 생수가 아니라 보리차가 들어있다. 컵을 따로 써야 하지만, 밥그릇 컵삼아 보리차를 부어 마셨다. 남긴 반찬이 너무 아까운데 더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 고등어 냄새가 강하지 않았던 이유는 고등어 따로, 묵은지 따로 조리를 해서 그런 거 같다. 다시 가게 된다면, 반찬이 다 좋긴 하나 파김치 포함 3가지만 달라고 할 생각이다. 다 먹지 못해 남기는 거보다는 먹을만큼만 달라고 해서 다 먹는게 좋을 거 같아서다.

 

삭막한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는 정겨운 벽화가 많다. 문래동은 철공소와 창작촌처럼 골목마다 터줏대감 노포와 새로 둥지를 튼 신흥세력이 조화를 이루는 맛나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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