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이박사의 신동막걸리
인공감미료(아스파탐)가 없는 막걸리를 찾아 마포 용강동 맛깨비길을 서성거렸다. 마포역에서 한참을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지쳐갈무렵, 낮술환영이라는 문구의 작은 주점이 나타났다. 혹시나 하고 간판을 보니, 느낌적인 느낌이 팍팍 온다. 그래 저기라면, 진짜 막걸리를 마실 수 있을 거 같다. 이박사의 신동막걸리다.
12시에 오픈을 한다니, 낮술을 아니 환영할 수 없을 듯 싶다. 이번에는 해질녘에 왔는데, 다음에는 리얼 낮술에 도전해 볼까나. 마포역 1번출구에서 용강동 방향으로 약 1km 걸었다. 검색을 통해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했지만, 아무리 걸어도 나오지 않아 혹시나 문을 닫았나 했다. 정확히 위치를 모르고 걸으니 한없이 멀었는데, 알았고 마셨고 먹고나니 이제는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테이블이 있다는 건, 혼술하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다. 인테리어 느낌은 일본식 선술집같은데,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주점이다. 바테이블 옆으로 일반 테이블이 있지만, 굳이 앉지 않는다. 왜냐하면 혼자왔으니깐.
대체적으로 아스파탐이 없는 막걸리는 몸값이 비싸다. 즉, 이슬이와 처럼이 = 장수와 지평, 일품진로나 화요 = 인공감미료 없는 막걸리라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녹색이와 달리 막걸리는 인공감미료에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아스파탐 유무에 따라 불쾌한 트림을 하느냐, 안하느냐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탄산이 주된 원인일 수도 있지만, 탄산음료계 양대산맥인 콜라와 사이다를 마실때보다 그 횟수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원인을 탄산이 아니라 인공감미료로 정했다. 게다가 장수나 지평과 달리, 송명섭 막걸리를 마셨을때는 트림을 하지 않았다. 고로 없는 막걸리를 찾았건만, 술값도 안주값도 만만치가 않다.
이 곳은 선택한 이유는 무조건 막걸리때문이다. 마치 바나나를 갈어 넣은 듯한 풍부한 과일향이 특징이라는 신동막걸리, 첨가물 없이 쌀70% + 밀갈루30% + 효모로 발효시켜 만들었다. 경북 칠곡 신동재 아래 위치한 신동양조장은 100여년의 전통을 가진 곳이라고 한다. 700ml 9,000원, 역시 몸값이 비싸다. 그 아래에 있는 양조장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은 수퍼드라이 막걸리는 단맛이 제로다. 이게 바로 진짜 옛날 먹걸리라는데 둘다 맛볼 수 없어 우선 신동막걸리를 주문했다. 함께한 안주는 한우우설스키야키가 눈에 확 들어왔지만 혼술에 50,000원은 과하니, 소고기육전(25,000원)을 주문했다.
양은주전자에 양은잔이 나올 줄 알았는데, 유기주전자에 유기잔이다. 들때마다 느껴지는 묵직함 이게 바로 돈맛 아니 리얼 막걸리맛이로구나 했다. 바나나향이 난다고 했는데 정말일까? 막거리를 따르고 있는데, 바나나맛우유 향이 정말로 난다. 과장 설명이 아님을 알게 됐으니 맛은 봐야할 차례다. 과한 단맛은 없고, 탄산도 없다. 가볍지 않은 걸쭉함인데 목넘김은 부드럽다. 아무래도 우리 전통 막걸리는 인공감미료가 다 망쳐놓은 듯 싶다. 쌀이 부족해서, 막걸리를 좀 더 빨리 만들기 위해 등등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니, 앞으로 장수나 지평은 즐기지 못할 거 같다. 기본찬으로 나온 낙지젓과 간무, 은근 잘 어울린다. 무한리필은 안되고 한번 정도는 리필이 가능하다고 주인장이 알려줬다.
육전이 나오고, 한상 거하게 차려졌다. 아리랑 12권을 읽고 있던 때라, 속에서 올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바람에 도저히 맨정신으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라 한줄한줄 읽는데 너무 힘들었다. 신동(막걸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끝까지 읽는데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거다.
새콤한 야채무침 옆으로 조각난 육전이 담겨있다. 처음 몇 점은 따끈해서 좋았는데, 서서히 식어가는 육전은 매력도 같이 식어가는 거 같다. 그때마다 알싸한 청양고추가 매력을 살려냈다.
첫잔을 따랐을때 분명 바나나향이 났는데, 딱 거기까지다. 유지그릇 때문인지 찬디찬 그릇맛만 느껴질뿐 바나나향은 싹 사라졌다. 충분히 목을 축인 다음, 채소무침을 올린 육전을 먹는다. 기름에 지진 전, 여기에 고기가 들어가고, 김치같은 무침이 더해지니 막걸리와 조화가 아니 좋을 수 없다.
장식용일 듯 싶으나, 육전 아래 깔린 깻잎을 더해 쌈으로 먹는다. 쌈은 입안 가득 넣어야 하니, 육전은 3점이나 넣고, 청양고추에 무침까지 아낌없이 올린다. 조금씩 먹을때도 좋더니, 한가득 먹으니 더 좋다.
비싸고 비싸니 좋긴 좋다. 그런데 자주 즐기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이렇게 하기로 했다. 마트에 가서 아스파탐이 없는 막걸리를 구입하고, 엄마표 밑반찬이나 김치 또는 회를 포장해 온다. 부담을 줄이고 실속을 채우는 방법은 홈혼술이다.
소박한 나의 버킷리스트. 서울, 인천, 가평, 양평까지는 왔다. 예전에 정읍을 했고, 이번에 칠곡도 했으니 앞으로 19곳 남았다. 6곳은 서울서 마셨는데, 나머지는 현지에 직접 가서 마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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