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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동 외쿸부엌 

나홀로 피자 한판은 무리다. 하지만 얇디얇은 화덕피자라면 가능할 수도... 도전과 함께 실험도 해봤다. 피맥이 아니라 피녹이다. 방이동 먹자골목을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 외쿸부억이다.

 

미쿸부엌이 아니라 외쿸부엌

역시 맛집골목에는 고깃집이 겁나 많다. 올림픽공원에서 방이동 먹자골목과 송리단길 중 어디를 갈까 하다가, 그나마 가까은 방이동으로 향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발길 닿는대로, 내키는대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혼자 가기 어려운 곳들만 잔뜩이다. 송리단길로 갈 걸하고 후회가 들때쯤, 초밥집이 보였다. 초밥은 얼마전에 먹어서 내키지 않는데 하면서 옆집을 보니, 뭐랄까? 웬지 혼밥에 혼술까지 가능할 거 같다. 오픈 준비 중인가 했는데, 들어와도 된단다. 커다란 화로가 있는 외쿸(이탈리안)부엌이다.

 

이름처럼 메뉴들이 다 외쿸스럽다. 처음이니 추천을 받았는데, 화덕이 있어 그런지 피자를 많이 찾는단다. 주류를 보니, 녹색이가 있기에 올리브 해물탕을 먹을까 했다. 그런데 피자와 소주를 즐겨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주인장의 말에, 궁금증과 호기심이 폭발했다. 매콤한 디아블로 피자는 어울릴 거 같고, 저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조합으로 주문을 했다. "고르곤졸라피자(13,000원)와 처음이 주세요."

 

해외에서 녹색이를 마신다면, 요런 비주얼이지 않을까 싶다.

화덕에서는 나를 위한 피자가 익어가고 있고, 피자를 만나기 전에 테스트삼아 피클을 안주삼아 녹색이를 마셨다. 외쿸이라 그런지, 잔도 참 남의 나라스럽다. 피클과의 조화는 나쁘지는 않다. 새콤한 치킨무라 생각하고 먹으면 되니깐.

 

화덕 고르곤졸라피자, 너 올만이다.
소스는 꿀과 갈릭마요인 듯

두께는 얇지만, 넓이는 꽤 된다. 고르곤졸라 특유의 냄새 그리고 화덕피자 특유의 탄듯 아닌듯 비주얼이다. 혼자서 피자 한판은 불가능인데, 이번에는 그 불가능에 도전이다. 왜냐하면 화덕이고 녹색이와 함께 할테니깐.

 

반지르르 윤기 좔좔~
얇은 피자 증명 샷, 한조각을 돌돌 말았는데도 얇다.

시작해 볼까나. 이때까지만 해도, 낯선 조합에서 엄청난 케미를 찾아낼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한입과 한잔을 한 후, "이게 뭐지?" 두 맛이 조화를 이룬다거나, 상쇄를 한다거나 하지 않고, 각각 따로 논다. 피자의 느끼함과 녹색이의 쓴맛이 다 느껴진다.

 

한조각을 다 먹는 동안 어떠한 도움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두번째 조각부터 소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마늘맛이 더해지면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차라리 달달한 꿀이 낫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고르곤졸라와 녹색이는 잘못된 만남이다.

 

피자 자체는 참 훌륭한데, 괜한 짓을 했다. 이쯤에서 포기를 하고 피맥으로 갔어야 했는데, 덩고집 발동이다.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런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턱 밑까지 올라온 맥주 주문을 삼켰다.

 

느끼함에 느끼함을 더하면 쓴맛이 감춰지지 않을까? 녹색이는 그렇게 약한 녀석이 아니다. 파마산 치즈가루를 더하니 고르곤졸라 맛만 약해졌다. 

 

이 조합만은 끝내 피하려고 했다. 이건 정말 반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마산 가루통 옆에 있는 핫소스를 집었고, 천천히 피자 위에 빨간맛을 추가했다. 그리고 한입을 먹고, 한잔을 했다. 잠시 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정답은 핫소스다.

 

핫소스에 의존해서 먹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고로 녹색이를 버리고, 고르곤졸라 피자만 선택했다. 만약 매콤한 디아블로 피자였다면, 이 조합 찬성이네 하면서 즐겁게 먹었을 거 같다. 하지만 고르곤졸라 피자는 녹색이가 아니고 와인(맥주)임은 굳이 안해도 될 실험까지 한후 다시금 알게됐다. 집으로 가는 길, 편의점에서 콜라 한캔을 사서 벌컥벌컥 들이부었다. 원래는 청양고추가 가득 들어간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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