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박용석스시
초밥은 밥과 생선의 비율이 적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밥에 비해 생선은 좀 커야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크다면 이건 초밥일까? 생선회일까? 초밥이 은근 칼로리가 높다고 하던데, 밥의 비율을 확 줄이면 부담없이 많이 먹을 수 있어 좋을 거 같기도 하다. 초밥이라 쓰고 회라 읽어야 할 거 같은 곳, 도화동에 있는 박용석스시다.
박용석스시는 지하철 5호선 마포역에서 가까우며, 뉴트로 풍으로 애호박찌개가 매력적인 동리장과 같은 라인에 있다. 가을이 오니, 해님의 퇴근시간이 빨라졌는지 어느새 저녁이다. 오늘은 뭐먹을까? 고민하던차, 급 초밥이 먹고 싶어졌다. 도화동 주변에는 꽤 많은 초밥집들이 있다. 그중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밥에 비해 생선회를 많이 주기 때문이다.
테이블도 있지만, 혼밥에 혼술이니 바테이블로 되어 있는 창가석에 앉는다. 요즘 쌀로 만든 탄산주를 즐겨 마시다, 오랜만에 녹색이를 주문했다. 부드러운 목넘김 후 느껴지는 특유의 씁쓸함, 역시 처럼이는 강한 녀석이다.
작년에 왔을때, 박용석스시 가격이 15,000원이었는데, 천원이 올랐다. 그런데 특모듬초밥(18,000원) 가격은 그대로다. 직원에게 두 초밥의 차이를 물어보니, 초밥 개수는 똑같지만, 생선 퀄리티가 다르단다. 계란말이와 평범한 새우초밥대신 광어 지느러미와 도미 그리고 장어 초밥이 포함된단다. 오호~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특모듬초밥 주세요."
두둥~ 메인 등장이다. 확실히 특답게 퀄리티가 있어 보인다. 있으면 먹지만 굳이 찾아서 먹지 않는 달달한 계란말이 초밥에 주황색 새우초밥은 없다. 그리고 연여초밥이 3개 였던 거 같은데, 2개다. 대신 도미에 광어지느러미 그리고 장어초밥이 있다. 앞으로는 무조건 특 모듬으로 먹어야겠다.
튀김(새우, 고구마)과 메밀 국수는 초밥을 주문하면 기본으로 나온다. 그런데 서비스로 연어구이가 나왔다. 독특한 입맛 보유자답게 연어 껍질부터 공략한다. 육고기의 껍질은 못 먹으면서, 해산물의 껍질은 겁나 좋아한다. 가시가 많아 먹을때 불편했지만, 부드러움 속 엄청난 기름을 품고 있기에 가장 먼저 해치웠다.
쇼타임은 지금부터다. 박용석스시 특징은 생선회는 길쭉, 밥은 쪼금이다. 초밥을 먹을때 흰살생선부터 시작해야 한다지만, 굳이 따르지 않는다. 그냥 내멋대로 먹는다.
광어초밥이 아니라, 귀여운 타코와사비초밥으로 시작. 알싸하고 달달하니 좋다.
말았는데도, 생선회가 남아 돈다. 초밥을 먹는건지, 회를 먹는건지, 밥보다는 생선 맛이 더 많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절대 끊어 먹지 않는다. 무조건 한입각이다. 역시 음식을 먹을때는 입안을 가득 채워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스테이크를 눈꼽(?)만큼 잘라먹는데, 이는 옳지 않다.
특모듬 초밥 삼총사. 다른 초밥에 비해 도미는 몸값이 비싼 녀석인가 보다. 광어지느러미 초밥은 일반 광어초밥에 비해 홀쭉하지만, 도미와 비교하니 걸리버다. 그런데 장어는 과한 양념에 얇은 두께로 인해 장어의 풍미는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부에서 시작해 중앙부에 도착을 했다. 새우장초밥을 시작으로 연어 그리고 참치 순으로 끝낼 계획이다. 새우장초밥은 달큰, 연어초밥은 연어가 갖고 있는 기름에 마요네즈까지 양파가 어느정도 잡아주기는 하나 무지 기름지다. 그래도 중간에 끊지 않고, 면치기를 하듯 호로록 한입에 몽땅 넣었다.
참치초밥으로 화려한 초밥 혼밥은 끝이 났다. 해산물 덕후에게 여름은 힘든 계절이다. 물론 여름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민어나 병어 등 제철 생선이 있지만, 생선이 가장 맛있는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다. 굴의 계절이 올거고, 곧이어 방어의 계절이 온다. 다이어트는 언제나 내일부터다. 올해는 사케와 생선회가 아니라, 우리 막걸리와 생선회의 조화로움을 찾아보고 싶다. 장수나 지평은 합성감미료가 있어 안될 거 같고, 송명섭 막걸리와 같은 첨가물이 없는 막걸리는 가능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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