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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거궁 하남점

다채로운 반찬 군단이 간질간질 유혹을 하지만, 천하무적 이천쌀밥 앞에서는 깨갱모드다. 갓 지은 쌀밥은 구운 김에 간장만 있어도 한그릇 뚝딱이건만, 밥도둑들의 무차별 공격으로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집중모드다. 역시 밥심이 최고다. 경기도 하남에 있는 한정식 거궁이다.

 

건물은 비어있는 공간이 많아 썰렁하지만, 이곳만은 온기 가득이다. 고소한 밥냄새에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본점은 이천에 있다는데, 여기는 하남점이다. 한정식에서 혼밥이라 대~~식가가 아니면 불가능이다. 고로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갔다. 혼자서 못가는 곳에 가니 좋은데, 사진은 맘껏 찍을 수 없어 아쉽다.

 

한정식이니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널찍한 공간이 맘에 든다. 칸막이로 되어 있는 곳은 살짝 답답해 보이지만, 우리는 독립된 공간인 룸(방)으로 들어간다. 이때만 해도 이곳이 전망 좋은 식당인지 전혀 몰랐다.

 

오전내내 비가 내리더니, 비가 갠 하늘은 아니 예쁠 수 없다. 파란 하늘과 푸른 한강은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린다. 하루종일 이런 하늘이었다면, 올림픽공원으로 달려가 황화코스모스를 담았을텐데 밥을 먹고 나니 다시 주르륵~ 비님이 오셨다. 서울 서부권에서 하남까지 자주 갈 수 없기에, 가면 본전을 뽑아야 하는데 가을장마로 인해 밥만 먹고 와야만 했다.

 

이렇게나 많은 반찬과 밥을 일일이 들고 와야만 했다면 시간은 물론 힘도 많이 들었을 거다. 그래서 세팅이 다 되어 있는 상을 들고 온다. 서랍을 열듯 거대한 상을 테이블 끝에 끼우고는 쭉~ 민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저끝까지 상이 움직인다. 상을 통째로~ 요런 시스템 은근 괜찮아 보인다. 

 

이름 그대로 거한상(15,000원, 1인)이다. 정말 1인분은 절대 팔지 않을 거 같다. 이천쌀밥은 돌솥에 숨어 있다. 밥이 메인인데, 자꾸만 시선은 반찬 군단에 꽂힌다. 뭐부터 먹어야 하나? 암튼 다 먹어주겠어~

 

 

메인 하나, 불향이 강했던 낙지 볶음
메인 둘, 수육. 삼겹살 부위라 2점만 먹고 끝.
낙지볶음 옆에 있는 반찬들

낙지볶음 옆으로 뚝배기에 담긴 건 묵은지찜? 명태 코다리 간장조림 그리고 잡채와 양념게장, 해파리냉채가 있다. 해파리와 견과류 멸치볶음이 있던 곳에 앉았기에 뜻하지 않게 멸치볶음을 가장 많이 먹게 됐다. 앉은 위치에 따라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정해져 있다보니, 손이 닿지 않은 곳은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알아서 챙겨주기 바라는 맘만 굴뚝.

 

수육 옆에 있는 반찬들

샐러드 옆에 있는 빨간맛은 홍어 혹은 오징어 혹은 더덕 무침으로 짐작은 되지만 먹지 못했으니 알 수가 없다. 감태는 아무도 먹지 않기에, 김처럼 밥을 올린 다음 참기름+간장에 찍어 먹었다. 김과 달리 향은 강하지 않지만, 은은한 바다향이 좋았다. 대각선으로 가장 멀리 있어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앞사람이 먹으라고 챙겨줬다. 멀리서 봤을때는 바짝불고기인 줄 알았는데, 먹으니 튀김같은 전이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는 한가지, 가족 모임이 아니고 무지무지 어색한 공적인 모임이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한조각 달라고 말했을텐데, 그말조차 쉽게 할 수 없는 모임이다.

 

돌솥 안에 밥이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검은콩이라도 두어개 있어도 될 텐데, 오롯이 흰쌀밥뿐이다. 이천쌀밥답게 나무 뚜껑을 여는 순간, 고소한 밥내음이 사르르~ 올라온다. 아무리 반찬이 많아도 밥이 없으면 무용지물, 반찬은 밥을 빛내주는 조연일 뿐이다. 솥밥이 나왔다는 건, 누룽지는 필수라는 거. 고로 솥에 눌어붙은 밥은 남겨둔 채, 물을 붓고 다시 뚜껑을 닫는다. 

 

이제야 사전 작업이 끝났다. 쇼타임이 지금부터다. 숟가락에 붙어 있는 밥을 먹고는 된장찌개부터 공략한다. 시골된장인 듯 구수하고 진하다. 살짝 아쉬운 점은 뜸을 오래 들였는지 고슬을 지나 진밥이 됐다. 허나 이천쌀밥답게 윤기만은 좔좔 흐른다. 

 

해산물 덕후답게 남들이 돼지고기에 온 신경을 기울일때, 홀로 낙지 공략에 나섰다. 알맞게 익은 낙지는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여기에 생각보다 살짝 과하다 싶은 불향이 더해지니 밥도둑 일등공신이다. 

 

간장의 짭쪼름함이 더해진 코다리 조림 역시 밥도둑이다. 밥양은 정해져 있는데, 상 위에는 온통 도둑뿐이다. 이거 참, 난감하다. 이럴때를 대비해 준비해둔 녀석(?)을 소환해야겠다.

 

누룽지로 2차전을 시작한다. 쌀밥에는 어울리지 않아 계속 먹지 않았던 젓갈을 올린다. 역시 누룽지에는 젓갈이 딱이다. 숟가락에 반찬을 올리고 사진을 찍을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래서 혼밥이 편하구나는 느끼며 카메라를 슬쩍 가방에 넣었다. 촬영을 포기하는 대신 먹기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2차전도 끝이 났다. 라면에 파스타, 우동을 좋아하지만 역시 밥이 최고다. 이 단순한 진리를 또한번 절실히 느꼈다. "든든하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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