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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많은 강릉, 초당 순두부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담백보다는 강렬을 택했다. 바다마을이니 회가 끌리긴 하나, 혼자왔으니 무리다. 회는 회인데 혼자 먹을 수 있는 회를 찾다보니, 회덮밥과 물회가 나온다. 대놓고 밥보다는 회 먹고, 국수 말아 먹고, 밥까지 먹을 수 있는 물회로 결정. 강문 해변이 훤히 보이는 강릉해파랑물회로 향했다.

강원도 한나절 여행코스는 서울역 - 강릉역 - 토담순부두 - 허균허난설현 기념공원 - 강문해변 - 해파랑 물회 - 강릉역 - 서울역

 

여러번의 검색을 통해 갈 곳을 정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내맘대로다. 유명하다는 엄지네포장마차가 끌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줄을 서서 먹는다고 해서 포기했다. 해변을 걷고 있는데 보였고, 어렴풋이 2층 창가석에 빈자리가 있어 들어갔다. 

 

메뉴판이 어마어마하다. 사진을 보니, 무엇을 먹어야 할지 감이 잡힌다. 세트가 끌리지만 혼자이니 당연히 안될 것이다. 고로 물회나 먹아야겠다.

 

바쁜 점심시간이 끝난 뒤라, 1층은 물론 2층도 아주 한산하다. 서울이라면 브레이크 타임일텐데, 강문 해변은 관광지라서 없나보다. 느즈막에 혼밥하는 나에게는 딱이다. 

 

아니, 이런 호사를~ 카페와 식당의 차이일까? 안목해변에 갔을때는 절대 앉을 수 없었던 창가석을 강문해변에서는 가능하다. 

 

메뉴판에 오징어물회는 시가라고 나와 있다. 강원도에서 오징어는 흔하디 흔한 해산물이었는데, 이제는 금징어가 됐나 보다. 그렇다면, 광어물회와 모듬물회 중 골라야 한다. 광어 하나보다는 모듬이 날 거 같고, 둘 다 같은 가격이니, 모듬물회(15,000원)를 주문했다. 그리고 지방에 오면, 혼밥력과 혼술력이 급상승하므로 처럼이도 함께...

 

원래 국수는 2덩이만 나온다는데, 특별하게 하나 더 챙겨줬단다. 말하지 않아도 덤을 주는 친절함, 아주 좋다. 미역국에서 비린맛만 나지 않았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미역국과 잘 안 먹는 감자떡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국수에 밥까지, 회덮밥대신 물회를 주문하기 잘한 거 같다. 

 

두둥~ 완전체

때깔 한번 참 곱다. 보기엔 새빨간맛이라 초장맛이 가득날 거 같지만,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오이와 해초 그리고 국물 속에는 양배추가 숨어 있고, 그 위로 날치알과 3가지 해산물이 들어 있다.

 

왼쪽부터 생선회와 멍게 그리고 세꼬시다. 메뉴판에는 조갯살도 있다고 하던데, 고건 잘 모르겠다. 멍게의 비중이 가장 적지만, 장악력은 가장 막강했다. 

 

이번 강릉여행 #로맨틱 #성공적 # 좋아쓰 #축배를

때깔에 비해 육수 맛이 강하지 않다. 입구에 주절주절 설명을 한 이유를 알 거 같다. 그래도 회를 먹을때보다는 회 자체의 맛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맛 보다는 식감으로 먹어야 좋다. 그러나 오로지 멍게만은 새빨간 국물에도 절대 지지 않고, "나 멍게오"라고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빨간맛이지만 담백할정도로 매운맛은 제로다.

 

국수로 푸짐하게

처음부터 국수를 말아서 먹기도 하지만, 한 템포 늘리게 시작해도 좋다. 어차피 혼자 먹으니, 국수를 뺏길 일따위는 없으니깐. 국수의 전후는 확실히 다르다. 우선 양이 많아졌다. 후루룩 기회가 생겨, 먹는 재미도 늘어났다. 그리고 푸짐에 든든함도 생겼다. 국수가 들어가면 국물이 탁해질까 했는데, 전분기를 잘 제거했는지 여전히 깔끔하다.

 

오징어 순대를 올려서 먹어도 좋아요~

국수에서 멈췄으면 딱 좋았을텐데, 이눔의 먹성은 꼭 탈을 부른다. 같은 탄수화물인데, 개인적으로 밥보다는 국수가 더 좋았다. 물론 밥도 나쁘진 않았지만, 김치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내용물은 거의 없고, 국물만 있어서 그랬던 거 같다.

 

강릉에서의 한나절치기 여행은 여기까지다. 급 떠났지만, 나름 꽤 알차게 잘 놀고 왔다. 먹고, 움직이고, 또 먹고 움직이고, 가장 이상적인 여행을 했다. 강원도는 당일치기가 어려운 곳이었는데, KTX가 참 좋구나 싶다. 햇님은 퇴근중, 나는 서울로 가는 중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급 강릉으로 떠나고 싶어지면 그때는 오죽헌이다. 느낌상 겨울이 될 거 같고, 가을(10월)은 강릉이 아니라 평창으로 가야한다. 왜냐하면 월정사 - 전나무숲길 - 성보박물관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니, 어디든 막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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