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라서 다르구나 했다. 자고로 막걸리라 하면, 전집이거나, 민속주점이거나, 전통주점인데, 여긴 뉴욕이다. 뉴욕과 막걸리, 어색한데 홍대라서 가능한가보다. 막걸리 좋아하는 지인과 육회랑 연어회 먹고 2차로 간 곳, 합정역 근처에 있는 뉴욕막걸리다.
대로변에서는 간판만 보인다. 화살표방향으로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뉴욕막걸리는 안쪽에 있다. 이름처럼 전통적인 주점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겉만 다른게 아니라, 내부도 많이 다르다. 그런데 너무 어색하다. 왠지 막걸리가 아니라 와인을, 녹두전이 아니라 피자를 먹어야 할 거 같은데, 다들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아무래도 홍대 스타일은 나와 맞지 않나보다. 이눔의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으니깐.
탄산도 없고, 단맛도 없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송명섭 막걸리다. 장수에 길들어져 있다면, 어색할 수 있으나 마시다보면 독특한 맛에 빠지게 된다. 500ml에 5,000원인데, 두잔에 담으니 반으로 줄었다. 기본찬인 오징어젓갈과 함께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메인 안주가 나왔다.
막걸리에는 뭐니뭐니해도 녹두전(12,000원)이 딱.
막걸리에는 녹두전이 최고. 두부김치의 유혹에 심히 흔들렸으나, 그럼에도 전이 딱이다. 겉바속촉,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함께 나온 무절임과 알싸한 청양고추 올려서 먹으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녹두전에 날개를 달아준다. 고기는 없지만, 숙주와 고사리(로 추정) 등 채소가 많아 맛은 물론 식감까지 두루두루 좋다.
왼쪽은 경기 가평의 잣막걸리인데, 잣의 고소함을 기대했건만 장수와 너무 흡사하다. 그냥 마시려고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맘에 주인장에게 기대와 다른 맛이라서 혹시 잘못 나온게 아니라고 물어봤더니, 아니란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마셔야지 했는데, 주인장이 다른 걸로 바꿔주겠단다. 나의 실수이니 괜찮다고 했는데도. 바꿔준단다. 그렇다면 내심 찜했던 충북 단양의 대강 막걸리(오른쪽, 500ml 5,000원)로 부탁드렸다. 역시 때깔부터 깊은 맛까지 완전 다르다. 다 같은 막걸리인데, 이렇게 맛이 다르다니 그저 신기할뿐이다.
전을 먹었으니, 얼큰한 국물이 필요할 때다. 평범한 신라면(3,500원)이 청양고추를 만나니 칼칼한 국물이 끝내주는 라면이 됐다. 여기에 계란까지 더해지니, 일품요리다워졌다.
이제는 어색한 동네가 되어버린 홍대, 거기에 뉴욕막걸리는 탑오브탑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종종 찾을 듯 싶다. 그건 이번에 마시지 못한 막걸리 때문이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그녀와 함께, 종종 홍대에서 데이트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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