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니깐 보글보글 동태찌개! 망원동 만복기사식당
독감예방접종을 하기도 전에 감기님이 찾아오셨다. 몸살로 가기 전에 막아 냈는데 코가 완전히 막혔다. 후각대신 미각으로만 밥을 먹어야 한다. 큰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냄새를 맡을 수 없으니 겁나 답답하다. 얼큰한 동태찌개를 먹고 나면 감기와의 이별을 할 수 있길 바라며, 망원동에 있는 만복기사식당이다.
기사식당이라서 브레이크타임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있다. 오후 3시 30분부터 4시까지는 잠시 문을 닫는다. 참, 오픈은 새벽 4시 30분이다.
혼밥이라서 12시를 피해서 도착했다. 좌석은 여유롭지만, 기사식당이라서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그래도 공간이 넓으니 붐비지 않았다. 기사식당이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나를 포함해서 일반인도 많이 찾는다.
불백이 메인인데, 늘 다른 메뉴를 선택한다. 이번까지 포함해서 3번 왔는데, 올 때마다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동태찌개(10,000원) 주세요." 개인적으로 고등어조림이 무지 끌리지만, 2인분 이상이란다. 참, 불백은 비계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 거의 먹지 않는다.
반찬은 아삭한 무생채와 숙주나물, 김맛 가득한 청포묵무침이 나왔다. 숙주나물 위에 있는 초록반찬은 무슨 나물 같은데 후각을 잃어버려서 모르겠다. 마지막 반찬은 배추 겉절이다.
나오자 마자 바로 먹을 줄 알았는데, 3분 정도 보글보글 끓인 후에 먹으란다. 기다리는 시간은 힘들지만, 연사 놀이를 하면서 보내고 있다. 그나저나 희미하게나마 냄새가 오는 듯 마는 듯 아~ 답답하다.
따끈한 흰쌀밥에 겉절이 하나를 올려서 먹는다. 단맛이 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테지만, 지금도 괜찮다. 요즘 음식을 하다보니, 김치 담그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몇 번의 실패 후 내린 결론, 사 먹자. 김치가 맛있는 식당에 가면 혹시나 김치를 팔지 않는지 꼭 물어본다는 거, 안 비밀이다.
대가리는 잘라서 반만 들어가 있고, 몸통은 2개가 들어있다. 무와 콩나물, 미나리 등 채소도 있다. 여기에 두부와 내장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지금도 충분히 만족이다.
얼큰함 뒤로 시원함이 따라와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잃어버린 후각때문일까나? 짠맛만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후각이 이리도 중요했다니, 원통하다~ 처음도 아니고 세 번째이니 '국물이 시원 칼칼하니 끝내주는구나~' 맛을 상상하면서 먹었다.
가시가 있어 밥을 말지 않고 국물에 적신다. 여기에 채소와 동태살을 올리면 가장 완벽한 한숟갈이다. 밥을 더하니 짠맛은 옅어지고 감칠맛이 쓰윽 올라온다. 후각은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폭풍흡입에 돌입했다.
동태찌개는 1차를 끝내고 2차전인데, 밥을 너무 안 먹었다. 이래서 짠맛이 도드라졌나 보다. 지금도 감기님이 떠나지 않고 머물려 있지만, 이날 이후로 후각은 서서히 돌아오는 중이다. 만복기사식당처럼 깔끔한 동태찌개도 좋지만, 내장을 가득 넣은 기름진 동태찌개가 먹고 싶다.
2022.11.04-서늘한 가을에는 동태찌개 망원동 만복기사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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