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함의 끝판왕 메밀칼국수 통의동 돌밭메밀꽃
담백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욕심 없이 순박하다', '깔끔하고 느끼하지 않다', '연하고 밝다' 이다. 음식을 먹을 때 담백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그 끝판왕을 만났다. 청양고추 피처링으로 칼칼함을 더한 메밀칼국수, 통의동에 있는 돌밭메밀꽃이다.
1시 언저리에 도착을 하니, 혼밥하기 느무느무 좋은 분위기다. 시작은 이랬지만, 나올 때는 북적북적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어떠한 검색 없이 느낌만으로 찾은 곳인데, 메뉴판을 본 후 카메라를 꺼내도 되겠구나 했다.
거의 단일메뉴가 아닐까 싶다. 식당명을 보고 짐작을 했지만, 메밀로 만든 칼국수 전문점이다. 칼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만두도 직접 만든다고 하기에 메밀만두칼국수(12,000원)로 주문했다. 메밀부침에 봉평 메밀막걸리가 끌렸지만, 7월 이후로 알콜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 주문하지 않았다.
메뉴판에 조리시간이 길다고 하더니, 정말 길다. 주문을 받고 난 후에 면을 뽑는지 모르지만, 15분 정도 걸린 듯싶다. 맞은편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을 보면서 '역대급 한파라고 하더니 올 겨울은 정말 춥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기다렸다.
역시나 슴슴하니 아삭한 깍두기가 나왔다. 돌밭메밀꽃은 자극을 찾을 수 없는 담백함 열전이구나 했을 때, 청양고추간장이 등장했다. 간장이라지만, 액체는 거의 없고 고추만 가득하다.
감기가 끝물이긴 하나, 후각은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메밀의 구수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런 국물은 또 처음이다. 어떤 육수를 사용했을까? 혹시 메밀면을 삶은 면수에 멸치육수를 섞어서, 멸치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은 것일까? 때깔은 쌀뜨물 같은데, 저 안에 맛이 다 들어있다. 담백하니 슴슴하고 자꾸만 당기게 하는 묘한 매력까지 있다.
메밀전병을 만두로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나? 김치만두일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슴슴함과는 거리가 먼 청양고추가 나오더니, 만두소도 그렇다. 메밀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적당히 도톰함 만두피에 김치만두소가 잘 어울린다. 사진을 찍어야 해서 미리 건져냈는데, 이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담백하고 슴슴한 국물에 김치만두소는 어울리지 않으니깐.
메밀로 만들었기 때문일까나? 만두피도 그러하더니 면도 꽤나 두툼하다. 그렇다고 수제비나 떡과 같은 식감은 아니고 칼국수가 확실히 맞다. 우동보다는 덜 쫄깃하지만 메밀 특유의 투박함과 툭툭 끊어짐은 살아있다. 자칫 슴슴에 심심할 수 있는데, 이때 김치를 더하면 맛은 더 풍부해진다.
감자는 여름이 제철이라 그닥 기대하지 않았는데, 포슬포슬하니 감자만 따로 추가해서 먹고 싶을 정도였다. 맵(순)둥이는 청양고추도 아주아주아주 작은 것을 골라서 먹는다.
공깃밥을 추가해서 말아 먹고 싶었지만, 어느새 포만감이 차올랐다. 남은 국물은 청양고추를 걷어내고 후루룩 마셨다. 물은 셀프인데, 정수기 물이 아니라 뜨끈뜨끈한 보리차가 있을 테니 주인장에게 물어보시라.
평양냉면, 막국수, 메밀전, 메밀전병과 달리 메밀칼국수는 처음인데, 겨울에는 돌밭메밀밭의 메밀칼국수가 옳은 선택인 듯싶다. 평냉도 겨울이지만, 나이 이슈로 인해 이제는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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