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팥칼국수는 일 년에 한 번은 꼭 먹는다. 주로 동지 즈음에 팥죽대신 먹는데, 이번에는 그냥 빨리 먹고 싶다. 단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팥칼국수는 예외다. 달달하게 먹어야 더 맛있으니깐. 도화동에 있는 선미옥이다.
여름에는 콩국수 입간판이 있는데, 가을에 오니 팥칼국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콩국수를 안 하느냐? 요즘 날씨가 왔다갔다 하다 보니, 여전히 콩국수를 하고 있다. 이 집 콩국수도 꽤 괜찮은데, 계절 탓인지 시원함보다는 뜨거운이 더 끌린다.
가격이 천원씩 인상된 듯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가성비는 여전히 좋다. 팥칼국수(10,000원)와 팥옹심이(12,000원) 중에서 뭘 먹을까? 고민 따위 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옹심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동지팥죽은 지금 먹으면 안 될 듯싶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혼밥이라서 얼큰 계열은 먹을 수 없지만, 괜찮다. 맵(순)둥이니깐.
소금파냐? 설탕파냐? 콩국수 먹을 때는 소금, 팥칼국수 먹을 때는 설탕이다.
배추 겉절이와 열무김치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 김치판매를 하고 있는데, 1kg에 15,000원이라고 한다. 적당히 잘 익은 열무김치와 양념 맛이 진한 겉절이다.
반찬도 그러하더니, 메인이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게 하는 보리밥도 변함없다. 양이 부족해서 더 달라고 하고 싶은데, 국수가 나오면 굳이 리필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국수 양이 겁나 많으니깐.
국수보다는 팥국물(?)이 훨씬 많다. 걸쭉한데 알갱이가 하나도 없다. 후루룩 마시고 싶지만, 지금은 안된다. 겁나 뜨겁기 때문이다. 콩국수도 그러하더니, 팥국수도 면보다는 국물이 진짜 주인공이다.
무지 뜨거우니 처음에는 앞접시에 덜어서 먹어야 한다. 간은 되어 있는 듯한데, 부족함이 느껴진다.
부족한 간은 소금보다는 김치로 채운다. 왜냐하면, 소금과 달리 김치는 다양한 맛을 보유하고 있으니깐. 시원한 콩국수에는 열무김치가, 뜨끈한 팥칼국수에는 배추겉절이가 잘 어울린다.
국물이 뜨거우니 설탕은 적당히가 아니라 꽤 넣어야 녹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너무 많이 넣었는지, 설탕 알갱이가 씹히면서, 달달함이 극에 달했다. 너무 달아서 몸서리를 쳤지만, 유일하게 허락된 단맛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
국수가 꽤 남아있지만, 팥칼국수의 진짜 주인공은 팥국물이다. 고로, 배추겉절이를 더해 팥죽처럼 먹는다. 이럴 거면 팥옹심이나 동지팥죽을 먹어야 하나 싶지만, 남기더라도 면은 포기할 수 없다. 다른 칼국수보다 퍼진 면이지만, 팥칼국수에 쫄깃한 면발은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 완연한 가을이 왔으니, 제철 먹거리를 찾아서 돌아다녀야겠다.
2022.05.19-여름 성큼 콩국수 개시 도화동 선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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