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 서서히 올라오는 오징어볶음과 구수한 청국장찌개 낙원동 일미식당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혼자서는 다양하게 먹을 수 없어 못갔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가면 되지 않을까?' 이 생각은 못하고, 늘 '누군가과 같이 가야 하는데' 이 생각만 했다. 그런데 그날이 왔다. 밥친구와 함께 낙원악기상가 지하에 있는 일미식당으로 가자!!
낙원악기상가 지하시장이라고 떡하니 보이지만, 정말 시장이 있는지 몰랐다. 지상에 있는 상가는 예전에 간 적이 있지만, 지하는 난생처음이다. 혼자라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텐데, 일미식당이 처음이 아닌 밥친구와 함께 가니 겁나 든든하다.
사진은 한산한 거리 풍경이지만, 실상은 토요일 12시 언저리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광화문미진이다. 주말 점심이니 웨이팅은 당연지사라 여겼는데, 대기가 30팀이란다. 바로 포기하고, 일미식당으로 향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혼자 왔다면 식당 찾아 삼만리를 했을 듯싶다. 밖에서 보던 거와 달리, 지하는 미로같다고 해야 할까나? 엄청 복잡해서 밥친구 뒤만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나중에 혼밥하러 오고 싶은데, 헤매지 않을 자신 없다. 유명한 곳이니 30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여유롭다. 하지만 잠시 후 만원이 됐다는 거, 안 비밀이다.
수요미식회부터 맛있는 녀석들까지 방송을 보고 꼭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다. 사실 올 기회는 여러번 있었는데, 순위에서 밀렸다. 이번에도 광화문미진이 먼저였다.
청국장찌개와 오징어볶음을 동시에 먹고 싶어, 누군가와 함께 왔으면 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으니, "오징어볶음백반(24,000원)에 청국장추가(8,000원)요."
그리고 공깃밥이 나왔다. 뚜껑을 덮지 않았다는 것은, 미리 밥을 퍼놓지 않았다는 의미일 거다. 눌리지 않아 좋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면서 진밥이 아니라 적당히 고두밥이라 더 좋았다.
고깃집에 가면 고기 냄새가 나고, 횟집에 가면 비릿한 바다내음이 난다. 그렇다면, 청국장을 전문으로 하는 밥집에 가면 무슨 냄새가 날까? 식당 곳곳에는 청국장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배어 있다. 냄새만으로도 인정을 아니할 수 없는데, 실물을 보니 매우 몹시 맘에 든다. 일미식당의 청국장은 꼬릿함보다는 구수함이 강하며, 된장찌개와는 다른 청국장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동통한 오징어에 볶아서 달달해진 양파 그리고 아삭함이 여전히 살아있는 양배추까지 조화롭다. 오징어볶음이 달지도 않고, 보기와 달리 맵지도 않아서 좋구나 했다. 그런데 서서히 올라오는 매운맛이다. 시작부터 쨍하고 매웠다고 조절했을 텐데, 초반부터 너무 달렸다. 속이 아파서 혼났다는 거, 쉿~ 비밀로 하고 싶다.
뜨거운 밥에 오징어와 양파 그리고 대파를 올려서 먹는다.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오징어가 오동통하지만, 잘 볶아서 적당히 부드럽고 쫄깃하다. 참, 매운맛이 올라오기 전이라 맵지 않구나 하면서 열심히 먹었다.
비빔용 그릇은 따로 요청하면 된다. 아삭한 콩나물무침에 달큰한 애호박과 어묵볶음 그리고 청국장을 넣어 쓱쓱 비비면, 청국장 비빔밥 완성이다. 여기에 계란후라이 하나 올리면 10점 만점에 백점일 텐데, 서운하지만 괜찮다. 계후보다 더 좋은 오징어볶음이 있으니깐.
낙원상가에 출구가 많다고 하더니, 3번이었나? 암튼 3번으로 들어와서. 7번으로 나왔다. 일미식당에 갈 때는 7번 출구가 좀 더 수월하다는 거, 같이 간 밥친구가 알려줬다.
7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원조 소문난집이 딱 보인다. 우거지해장국과 소주가 3,000원이라니, 고물가 시대에 오아시스 같은 곳일 거다. 일미식당에서 혼밥을 하게 된다면, 오징어볶음은 2인이니 청국장백반에 계란부침을 추가해야겠다. 그나저나 언제 갈 지는 아직 몰라요~
2024.08.29-언제나 그 맛 그대로 판메밀 종로1가 광화문미진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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