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맛 그대로 판메밀 종로 1가 광화문미진 본점
블로그에는 4년 전에 처음 소개했지만, 지금의 장소로 이전하기 전부터 다녔던 곳이다. 한국식 냉메밀국수를 전문으로 하며, 서울미래유산에도 등재된 종로 1가에 있는 광화문미진 본점이다.
지금의 피맛골보다는 예전의 피맛골을 무지 그리워하는 1인이다. 참, 피맛골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 애용하던 뒷골목으로, 당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말을 탄 고관대직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했단다. 갈길 급한 서민들에게는 엄청 번거로웠을 테니 이를 피하기 위해 뒷골목으로 다녔다. 避馬(피맛)은 피의 맛이 아니라 말을 피한다는 뜻이다.
광화문미진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됐다. 블루리본이랑 요거랑 그다지 신뢰하지 않지만, 있으면 또 살짝 신뢰가 간다. 완전 늦은 점심 혹은 완전 이른 저녁이라 할 수 있는 오후 4시인데도 웨이팅이 있다. 다행히 1팀이라서 입력을 하자마자 바로 들어갔다는 거, 안 비밀이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오면 온메밀을 먹었지만, 대체로 여름에 주로 방문을 하며 언제나 냉메밀(판메밀)을 먹는다. 이번에도 역시나 "판메일(11,000원) 하나 주세요."
주문이 끝나면, 단무지와 열무김치 그리고 장국이 들어있는 주전자가 바로 나온다. 간무와 파는 테이블에 놓여있다. 메밀국수가 나오기 전에 사전작업에 돌입한다.
그것은 나만의 방식으로 장국을 만드는 거다. 우리식이라 짜지 않고 감칠맛이 가득한 장국에 간무와 파는 가득, 김가루는 살짝 그리고 와사비를 넣어 톡 쏘는 맛을 만든다.
메밀껍질을 제거한 듯, 면발이 매끈하다. 쫄깃함보다는 살짝 퍼진 느낌이랄까? 사진을 찍느라 먹는 타이밍을 놓쳐서 더 그럴 수 있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꼬들면보다는 퍼진면을 더 좋아하니깐.
면은 무맛에 가까우니, 장국에 반신욕이 아니라 푹 담궈야 한다. 그리고 면발에 장국의 감칠맛이 침투하도록 잠시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쓰디쓴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달달한 열매를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판메밀을 먹을때는 무조건 파국을 만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면이나 장국에는 없는 아삭한 식감을 파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고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파를 듬뿍 넣어야 한다. 그리고 와사비는 맛의 강약을 조절한다.
한 판을 다 먹었다고 서운해 하지 마라~ 아직 한 판이 더 남아 있으니깐. 파국을 맛봤으니 이번에는 뭇국이다. 안 그래도 간이 약한 장국이 파와 무로 인해 더 싱거워졌다는 거, 쉿~ 우리만 아는 비밀.
원래 먹는 속도가 느리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먹으니 더 느리다. 마지막 메밀면은 거의 떡이 됐지만, 괜찮다. 장국에 넣으면 언제 그랬냐듯 다시 면으로 돌아온다. 참, 반찬은 단무지보다는 열무김치가 더 좋지만, 굳이 같이 먹지 않는다.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완벽하기 때문이다.
보쌈과 수제돈까스도 먹고 싶은데, 이럴 때 혼밥은 참 힘들다. 그럼 판메밀을 포기하면 되는데, 그건 또 싫다. 위대하지 못한 혼밥러의 비애.
2020.08.14-투박한 메밀면 슴슴한 장국 서울미래유산 광화문미진
2021.10.07-뜨끈한 국물 사이로 싱그러운 쑥갓향 온메밀 청진동 광화문미진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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