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냉면 대신 열무청보리비빔국수 경기 고양 고가풍경 (in 킨텍스)
여름이 오면 콩국수와 열무냉면은 무조건이었는데, 올해는 공식이 깨질 듯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먹지 못했으니깐. 둘 중에 하나라도 먹으려도 했는데, 열무냉면이 아닌 열무청보리비빔국수다.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온 음식 이야기, 경기 고양 킨텍스에 있는 고가풍경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차이일까? 코엑스와 달리 킨텍스는 무지무지 오랜만이다. 예전 글을 살펴보니, 2019년에 돈가스 혼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두 번 이상은 왔을 텐데, 업로드는 이번에 두 번째다. 여기에 온 이유는 나중에 공개하기로 하고, 지금은 먹기록이다.
킨텍스가 3층까지 있었던가? 늘 1층에서 왔다갔다 하다 보니, 여기에 올라올 일이 없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점심을 먹기 위해 2층에 올라왔다가 일산열무가 적혀있는 간판을 봤다. 제발 열무냉면이 있기를 바라면서 3층까지 올라왔는데, 국수만 있다. 냉면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면만 다를 뿐 냉면과 많이 흡사하니 그냥 먹기로 했다.
왜 일산열무인가 했더니, 고양시 특화농산물이라고 한다. 일산열무란, 뿌리를 제외한 잎과 줄기 부분이 45cm 이하의 어린 무로 다량의 식이섬유와 아삭한 줄기가 특징이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 식초로 만든 피클은 오이가 물러서 아쉽지만, 열무국수는 따로 사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딱 먹기 좋게 익어서 새콤, 상큼, 청랑하다. 여기에 아삭한 식감까지 완전 맘에 들었다.
원래는 1개만 나오는데, 비빔으로 시작해 물로 마무리를 하고 싶어 하나를 더 달라고 했다. 육수 추가는 따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거, 안 비밀이다. 육수는 시중에서 파는 냉면 육수에 이 집만의 고급스러움을 더한 맛이랄까? 겁나 익숙한데 새로움도 있다. 느낌적인 느낌은 간장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푸릇푸릇한 생열무와 잘익은 열무김치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다. 두 가지 맛을 다 맛볼 수 있다는 거, 맘에 든다. 생열무는 특유의 떫은 맛이 살아있지만, 열무김치는 시원, 새콤, 아삭하다. 참, 계란옷을 입고 있는 녀석(?)의 정체는 육전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잘 모름.
때깔을 보아하니, 확실히 밀가루는 아니다. 요런 빛깔은 메밀국수에서 많이 봤는데, 면발 사이 사이에 있어야 할 메밀껍질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열무청보리비빔국수 가격이 10,000원인데 설마 껍질을 제거한 메밀국수를 쓰는 건가?
그냥 왕창 먹는다. 메밀국수라면 무심한 듯 툭 끊어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있다. 그리고 밀가루 면발 특유의 쫄깃함도 있다. 너의 정체가 뭐니? 직원에게 물어보니 청보리로 만든 면발이란다. 아하~ 그래서 이름이 열무청보리비빔국수구나! 청보리라서 때깔은 메밀과 비슷하고, 식감은 밀가루면의 탄성과 메밀면의 투박한 끊어짐을 다 갖고 있다.
비빔으로 반 정도 먹고 난 후에 육수를 투하해 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맵부심이 암반수급으로 떨어졌는지 겁나 맵다. 양념을 덜어내고 먹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아쉽지만 비빔은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물의 시간이다. 국물이 있으니 확실히 매운맛은 약해졌는데, 대신 육수가 맵다. 벌컥벌컥 시원하게 마셔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
이 정도쯤은 다 해치울 줄 알았는데, 맵기도 하고 육수로 인해 양이 겁나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그릇만 남아 있는 사진을 올려야 하는데, 먹기량이 예전만 못해서 꽤나 남겼다는 거, 쉿~ 비밀이다. 재방문을 한다면, 매운맛이 1도 없는 열무청보리국수를 먹을 거다.
2019.10.10-경기 일산 차봉호 돈까스 시장이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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