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비빔의 하이브리드 막국수 경기 성남 삼교리동치미막국수 분당운중동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철학적이지 않지만, 물이냐 비빔이냐 늘 그것이 고민이다. 짬짜면처럼 먹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막국수나 냉면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둘 다 먹을 수 있다면? 시간차를 둬야 하지만, 물로 시작해 비빔으로 끝낼 수 있는 막국수가 있다. 경기 성남에 있는 삼교리동치미막국수 분당운중동점이다.
계산할 즈음에 찍은 사진으로 저기 보이는 혼밥의 흔적은 누군지 안 알려줘도 다 알 듯싶다. 모르는 동네에서 밥집 찾기는 힘들다. 검색이 있긴 하지만, 무슨 심보인지 감으로 찾아 나섰다. 사실은 가려던 곳이 있었는데, 강한 가을 햇살이 얼음 동동 차가운 막국수를 더 끌리게 만들었다. 2시 언저리에 도착을 하니 혼밥 하기 딱 좋게 한산하다.
체인점이지만 삼교리동치미막국수가 끌렸던 이유는 동치미막국수(11,000원)를 주문하면 물과 비빔을 다 먹을 수 있어서다. 주문하기 전에 물이냐? 비빔이냐? 고민하고 있는데, 직원이 오더니 고민하지 말고 둘 다 먹으란다.
그때 눈에 들어온 안내문. 오호~ 물도 먹고, 비빔도 먹고 하이브리드가 가능하다. 물과 달리 비빔은 양념을 더 추가해야 하니, 물로 시작해서 비빔으로 끝내야겠다.
반찬은 무지 잘 익은 무김치와 열무김치가 나왔다. 양이 적다고 서운해 하지 말기. 왜냐하면,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셀프바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메밀 면수가 아니 육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육수라 불리는 국물은 육향이 너무 진해서 피했는데, 이 집은 리필까지 해서 2잔이나 마셨다. 면수가 아니라 육수인데 간을 잘했다고 해야 할까나? 육향도 덜 나고 간이 짭조름하니 입맛을 당긴다.
살얼음 동동이 아니라 살얼음밖에 없는 동치미다. 국물이 너무 없구나 했는데, 살얼음이다 보니 금방 녹는다. 동치미 무는 없고 오직 물뿐이다. 순간적으로 동동주로 보였다는 거, 안 비밀이다.
지금 상태는 들기름 막국수같다. 이대로 먹을까 하다가 면을 조금 먹어보니, 그냥 무맛이다. 아무래도 조제(?)를 시작해야겠다.
물막국수로 시작해야 하기에 동치미를 3국자 넣었다. 식초와 겨자 그리고 설탕은 아주 조금만 넣었다. 노른자는 풀지 않은데 풀어서 먹으라고 해서 그대로 따라 했다. 참, 김 아래에 있던 양념은 자극은 1도 없고 감칠맛이 도는 순한맛이다.
하나를 더 추가해서 4국자를 만들었더니, 양이 많아졌다. 얼음이라서 양 조절하기 힘들다. 와우~ 얼음이 녹으니 시원함을 넘어 겁나 차갑다. 8월에 먹었으면 시원하다고 했을 텐데, 가을에 먹는 살얼음 동동 막국수는 이기 시리도록 차갑다.
김치는 굳이 더하지 말고, 막국수만 즐겨도 충분히 괜찮다. 단맛을 싫어해서 설탕은 미세하게 넣었더니, 달달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더 넣어볼까 하다가, 양념으로 가기 위해 국물에 집중했다. 참, 메밀면이 갖고 있는 무심히 툭 끊어짐과 탱탱한 탄력은 함께 갈 수 없는데, 살얼음 육수로 인해 면발이 얼었다.
양념이 매울까 걱정했는데, 보기와 다르게 매운맛이 거의 없어 양념을 더 추가했다. 아까는 순한 막국수였다면, 지금은 화려까지는 아니지만 젓가락을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면을 더 남기길 잘했구나 하면서, 폭풍흡입을 했다. 재방문을 한다면,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명태회를 추가해 비빔으로 먹을 거다. 그만큼 비빔이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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