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불에 구운 고등어와 불고기는 천하일미! 종로5가 생선구이골목 쟁반집
종로5가 동대문 생선구이골목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늘 광장시장에서 배불리 먹는 바람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는 맘 잡고 생선구이를 먹을 생각으로 광장시장을 지나쳐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생선구이골목은 시각이 아닌 후각으로 찾았다. 종로5가 혹은 동대문 생선구이골목에 있는 쟁반집이다.
생선구이골목이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게, 생선구이 식당이 쫙~ 늘어서 있다. 그나저나 여기에 온다는 생각만 했지, 먹을 곳은 찾지 않았다. 어디로 갈까? 원조집은 있지만, 워낙 유명한 골목이니 평준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고로, 발길 닿는 데로? 느낌이 오는 데로? 가려고 한다.
생선구이 골목에서 물고기가 아닌 육고기 냄새가 난다. 연탄불에 구운 생선구이 못지 않게 불고기도 천하일미다. 고로, 물과 육을 다 먹을 수 있는 쟁반집으로 선택했다. 사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주인장과 눈이 딱~ 민망해서 "사진 먼저 찍고 안으로 들어갈게요?" 이랬다.
2층은 공간이 넓다고 하지만 올라가기 귀찮다. 그런데 1층 끝머리(주방과 가까운 테이블)에 빈 테이블이 보인다. 2인 테이블 3개를 하나로 만들어 놨는데, 중앙만 비어있다. 가운데는 민망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건 더 귀찮다. 민망 > 귀찮, 센터를 차지했다.
워낙 유명한 골목이니 브레이크타임은 없지 않을까 싶다. 평일이고 1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찾는 이들이 겁나 많다. 바쁜데도 주인장부터 직원까지 다 친절했다는 거, 절대 안 비밀이다.
생선구이는 제일 좋아하는 고등어로 결정을 하고, 주인장에게 "혹시 불고기 0.5인분을 주문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하~ "고등어 구이 하나에 불고기 반인분이요?" 하니, 그건 가능하단다. 나중에 안 사실, 원래는 안되는데 이뻐서(이 말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었다는) 해준거란다.
그리고 감히 신의 한 수라고 말하고 싶은 깻잎반찬(깻잎장아찌, 깻잎지, 깻잎절임, 깻잎무침, 너의 이름은 뭐니?)이다. 연탄불에 구웠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고등어와 불고기를 결이 다른데, 그걸 깻잎이 조화롭게 만들어줬다.
메뉴판에 순두부찌개가 있지만, 구이류를 주문하면 찌개가 그냥 나온다. 계란 동동까지 바라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없으니 깐 아쉽다. 모양새와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고 순두부가 꽤 들어 있다.
역시 불고기는 연탄불이 정답이다. 다른 생선구이집이 아닌 쟁반집을 선택하길 정말정말 잘했다. 광릉불고기(0.5인분 5,000원)가 나오자마자 코를 휘감고 들어오는 불향이 끝내준다. 그리고 비계 못 먹는 1인인지 어떻게 알았는지, 완전은 아니지만 거의 없다. 얇은데 굽기 달인의 실력으로 육즙까지는 모르지만, 퍼석거리지 않고 촉촉하다. 탄 부위가 있지만, 저 정도쯤이야 괜찮다.
고등어구이는 집에서 거의 먹지 못하니 언제나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 불고기도 그러하더니, 역시 생선도 연탄불이 정답이다. 들고 뜯어야 하는 고갈비가 없어 아쉽지만, 대신 먹기 편하다. 오동통한 살에 기름이 좔좔~ 연탄이 냄새도 잡는지 비릿함은 일절 없다.
욕심이 과했나 했는데, 고등어도 불고기도 간이 슴슴하다. 굳이 밥을 더할 필요가 없는데, 뭔가 허전하다. 이때, 아까 말한 신의 한 수를 더한다. 슴슴함을 깻잎의 짭조름함이 완벽하게 채워주니 아니 행복할 수 없다.
불고기는 상추쌈으로 먹다가, 혹시 하면서 채소대신 고등어를 올렸다. 육과 물의 만남은 연탄불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은근 아니 꽤 괜찮다. 혼자서 1.5인분은 무리다 생각했는데 밥을 포기하고 고등어와 광릉불고기는 싹쓸이했다.
그동안 광장시장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쟁반집이 있는 생선구이 골목을 시작으로 닭한마리골목에 신진시장까지 두루두루 다녀야겠다. 그리고 연탄불은 천하무적이라는 거, 인정을 안 할 수 없다.
ps... 같은 날 방산시장에 들렀다. 점심으로 삼우일식에서 초밥 혹은 생선탕을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간판이 사라졌다. 검색을 하니, 작년에 폐업을 했다. 여기 생선탕 진짜 끝내줬는데 그런 집을 또 어디서 찾나?
2021.01.13-하드코어 내장탕과 찐 생선초밥 을지로4가 삼우일식
2022.04.05-우럭탕 살은 탱탱해 내장은 고소해 방산동 삼우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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