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시작과 함께 한 도자 경기도자박물관 도자문화실
도자의 목표는 유리와 같은 매끄러움, 쇠와 같은 단단함 그리고 옥과 같은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인간은 도기에서 회유도를 거쳐 청자를 탄생시켰고, 자연이 준 모든 물질 가운데 가장 순결한 백자를 만들었다. 공예에 관심이 많다면서 관요의 고장을 이제야 다녀왔다. 그때는 조선왕실용 도자기를 생산했던 관요, 지금은 경기도자박물관이다.
경기도자박물관은 조선시대 500년간 왕실용 도자기를 생산했던 관요의 고장 경기도 광주에 위치하고 있다. 버스는 2번, 지하철은 2호선에서 신분당선을 지나 경강선까지 험난한(?) 여정 끝에 도착했다. 힘들게 온 만큼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볼거리가 넘치도록 많아서 행복한 비명을 질렀으니깐.
도자문화실은 2층 상설전시실로 올라가기 전 이론 공부를 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도자기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세계 도자기의 발견, 우리 도자기의 역사 그리고 조선백자의 산실 광주분원과 백자 제작기법 및 형식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다. 참, 입장료가 있는데 성인은 3,000원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도자기는 가소성이 있는 점토로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높은 온도를 구워 낸 규소 화합물이라고 한다. 원료는 염가이며 매장량은 무한, 무미 무취의 소재로 세척이 용이하며, 인체와 자연에 무해한 자연친화적 소재이다.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점토는 지구 표면의 화성암이 지질학적으로 변화해 이루어진 산물이다. 지표는 60%의 장석과 12%의 석영, 철, 마그네슘, 흑운모, 티타늄 등으로 구성되며, 그 가운데 장석이 풍화와 침식 과정에서 분해되어 점토를 형성한다. 물에 젖었을 때 가소성이 있으며, 높은 온도로 구워내면 단단해진다.
도기는 2차 점토로 성형하고 900~1100℃로 가열한 것으로 유악을 씌운 것도 포함시킨다. 자기는 순수한 고령토로 만들고 1250℃ 이상으로 가열해 흡수율이 0~1%인 모든 도자기를 말한다. 얇고 반투명하며 두드리면 맑은 소리가 난다.
1. 선사시대는 문명의 발생으로, 처음 점토를 빚은 그릇을 높은 온도로 구워낸 토기가 시작된 때는 약 일만 년 전부터이다.
2. 고대는 고화도 회유도기와 저화도 연유도기로, 초보적 토기에서 재료와 기술을 개선하고 높은 온도로 굽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릇 표면에 유악을 씌우는 시유도로 발전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3. 중세는 중국과 한국의 청자와 이슬람의 채유도기로, 동아시아의 고화도 자기와 서아시아·유럽의 저화도 도기로 양분된다.
4. 근세는 중국·한국·일본의 백자와 유럽 백자시대의 개막으로, 현대 백자와 같이 완벽한 백자는 14세기 중국이 처음 만들었다. 한국은 중국의 기술을 배워 15세기에 완성했다. 유럽은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등 북부유럽과 영국으로 전해졌다.
선사와 삼국·통일 시대를 지나, 고려로 직행한다. 한반도에는 9~10세기 전반경 중국 절강성 월주요부터 청자기술이 전해지면서 한국 도자기의 중심이 도기질에서 자기질 요업으로 전환되었다.
11세기 고려청자는 중국 기술이 처음 전래되었을 때의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고려문화에 맞는 형태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전라도 강진 중심으로 전국 각지로 청자가마가 확산됐다.
조선을 대표하는 도자기는 분청사기와 백자이다. 분청사기는 독자적인 도자양식으로 고려말 14세기 후반부터 조선전기 16세기 중반까지 약 200여 년 간 성행했다. 분청사기는 분장회청사기(粉裝灰靑沙器)의 준말로 고려말 상감청자의 품질이 점차 나빠지자 조선시대에 이르러 그릇 표면에 백토를 듬뿍 발라 장식한 데서 이름 지어졌다.
조선백자는 고려백자의 전통을 바탕으로 중국 원·명나라의 희고 단단한 경질 백자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고, 조선 전 기간동안 널리 성행했다. 특히, 1467년경 관청 및 궁중용 백자를 만들기 위한 관요인 사옹원 분원이 경기도 광주에 설치된 이후 급격히 발달했다.
사옹원 분원은 조선의 왕실과 중앙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백자를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도 광주에 설치된 관요, 즉 국영 백자가마이다. 중앙관청인 사옹원은 본래 왕실과 궁궐의 음식과 연회를 담당하는 궁중주방으로서, 주방에서 필요한 그릇을 만드는 분원은 이 사옹원의 한 갈래라는 의미로 분사옹원, 분주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경기도 광주시 전역에는 조선시대 약 500년간 백자를 만들었던 분원가마터가 350여개소에 분포하고 있다. 왕실에서 사용하는 청화백자를 비롯한 당대 최고급 백자는 물론 궐내에서 쓰는 허드레그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백자의 생산흔적이 남아 있다.
왜 경기도 광주였을까? 왕궁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수목이 무성해 땔깜의 조달이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마터는 왜이리도 많을까? 분원이 한 장소를 선택해 백자를 만들기 시작한 후, 대체로 10년 정도가 지나면 주변에 나무를 모두 잘라 쓰게 된다. 다시 나무가 많은 곳으로 분원 시설을 옮기는 것이 원칙이었다. 경기도 광주시에 350여 개소의 백자 가마터는 그동안 여러 지역을 옮겨 다녔던 분원의 역사이자 발자취이다.
분원의 잦은 이동은 지역주민들의 원성과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결국 조선후기에는 분원을 한 지역에 고정시키고 땔감을 다른 지역으로부터 공급받음으로써 이동에 따른 문제를 해결했다.
19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의 정치적 경제적 압력이 가증되면서 외국산 산업도자기의 공세에 밀려 분원의 위치가 흔들리게 되자, 1884년 조선 왕실은 분원의 운영권을 민간상인물주들에게 이양했다. 그 후 20~30년간 명맥을 유지하다가 20세기 초기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첫째는 원료채취로, 백자를 제작할 때 알맞은 점성과 내화도, 색상을 갖춘 백토를 채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원에서는 함경도, 평안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등 전국 각지의 이름난 백토를 공급받아 사용했다.
둘째는 수비와 연토로, 수비는 채취한 흙을 물에 넣고 채로 걸려서 모래, 철분 등 이물질을 없애주는 과정이다. 수비된 흙을 바닥에 편 다음 발로 고루 밟아 잘 이기고, 적당한 크기로 반죽하는 연토과정을 거친 후에 그릇으로 성형하게 된다.
셋째는 성형으로, 백자는 물레 위에 꼬박 한덩어리를 올려놓고 왼발로 물레를 차면서 사발, 접시, 항아리, 병 같은 형태를 만들어 낸다.
넷째는 정형과 조각으로, 성형 후 적당히 마른 그릇은 다시 물레에 올려 굽을 깎고 표면을 다듬은 후 그늘에서 건조한다. 음각, 양각, 투각, 상감 등 조각장식을 할 경우는 보통 굽 깎기가 끝난 뒤 그릇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문양을 새겨 넣는다.
다섯째는 초벌구이로, 충분히 건조시킨 그릇은 800℃ 가량의 온도로 초벌구이를 하는데 오름가마에서는 가마의 맨 마지막 칸에서 재벌구이하는 잔열을 이용해 굽는 것이 보통이다. 초벌구이는 문양을 그리거나 유약을 씌울 때 그릇이 물에 녹지 않도록 도와준다.
여섯째는 시문으로, 청화, 철화, 진사백자는 초벌구이를 마친 그릇의 표면에 산화코발트와 산화철, 산화동 등이 포함된 광물성 안료로 문양을 그려 넣는다. 조선백자는 유약을 입히기 전에 채색하는 방법만이 사용됐다.
일곱째는 시유로, 유약(유리성분이 많은 흙과 이를 쉽게 녹여주는 융제) 색깔을 내는 발색제를 물에 푼 혼합물속에 그릇을 담가 표면에 고르게 입혀지도록 하는 과정이다. 유약을 입히면 자기의 물리적 강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위생적이며 장식면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준다.
여덟째는 재벌구이로, 1200℃ 이상의 고온에서 유약을 녹여 그릇을 완성시키는 단계이다. 가마의 구조, 땔감, 불을 때는 방법과 시간, 심지어 날짜까지 여러 요건에 따라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재벌구이는 백자의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우리나라는 19세기까지 세계 굴지의 도자문화 국가였다. 청자에 이어 백자의 경우에도 중국과 우리나라는 세계의 중심에 서서 주변국가의 도자문화를 계몽하고 발전시키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제국주의 열강과 일본의 침략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듯) 어떤 역사더라도 19세기로 넘어오면 암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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