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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온 타임캡슐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 한성백제박물관

산소가 없는 물속 바닥에서는 미생물이 살지 못한다. 바닥에 가라앉은 유적과 유물은 오랫동안 같은 상태로 보존이 가능하다. 수중문화유산은 과거에서 온 타임캡슐이다. 바닷속 경주라 불리는 태안 앞바다에서 찾은 보물 한성백제박물관의 기획전시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이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71에 있어요~

한성백제박물관은 처음이 아니라 두번째 방문인데, 9년 전에 왔으니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될 듯싶다. 기획전시를 보러 왔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상설전시관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원에게 물어봤다. 30% 정도라는 답변을 듣고,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에 집중하기로 했다. (상설전시관은 하단 링크 참조)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은 2007년 수중 탐사를 통해 찾아낸 태안선과 마도1·2·4호선의 대표 유물과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유물들이 발견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수중문화유산은 과거에서 온 타임캡슐만큼 정확한 비유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때 그들은 배가 가라앉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상이변은 그때나 지금이나 무섭다.

 

수중문화유산이란 옛사람들이 바다와 강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남겨놓은 흔적으로, 오랜 기간 물속에 잠겨 있는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적과 유물을 말한다. 

 

바닷속에 보물이 저렇게나 많다니 그저 놀라울뿐~

수중고고학은 1900년 그리스 남부 안티키테라섬에서 해면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1세기 로마시대 선박의 유물을 건져 올리면서 비로소 시작됐다고 한다. 1960년 튀르키예 겔리도니아만의 청동기 시대 난파선 탐사에서는 고고학자가 잠수 훈련을 받고 직접 참수해 발굴을 했단다. 

 

우리나라는 1976년 신안선의 발견 이후 수중고고학이라는 분야가 새롭게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15척의 고선박과 1만 점이 넘는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주로 서해쪽에 몰려 있는 이유는 뭘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백제는 한성, 고려는 개경 그리고 조선은 한양으로 수도가 모두 서해와 인접해 있으며, 중국과 일본으로 가는 바닷길도 서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바닥에 그려진 배를 주목. 한선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전통 배는 한반도의 해양 환경에 맞춰 제작·발전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한반도 연안의 영향으로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도 쓰러지지 않도록 바닥이 평평한 평저선으로 제작됐고, 저판과 외판을 이루는 형태가 U자 모양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의 중요한 항로였던 태안 앞바다는 연중 지속되는 안개와 복잡한 해저지형, 급속한 조류와 암초로 인해 예로부터 지나기 어려운 길목이었다고 한다.

 

주꾸미가 찾은 보물선 "대섬 태안선"

2007년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에서 주꾸미와 함께 건져 올린 청자 접시로 인해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태안선은 건져올린 목간을 통해 지금의 전남 강진에서 고려의 수도 개경으로 향하다 좌초된 12세기 도자기 운반선임이 밝혀졌다.

극적인 발견과정, 뛰어난 조형과 빛깔을 자랑하는 청자, 발송처와 수신처를 알려주는 목간, 고려시대 선박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유물 등은 보물선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청자 음각 모란당초무늬 발우
청자 음각 꽃무늬 합 / 청자 음각 줄무늬 합
청자 퇴화 줄무늬 접시
청자 압출양각 모란당초무늬 접시
흑유, 백자, 청백자 사발
청백자 음각 꽃무늬 접시 / 청백자 음각 국화당초무늬 꽃모양 사발


곡물을 실어나르던 고려의 배 "마도1호선"

마도1호선은 태안 마도 해역에서 처음 발견된 난파선으로 고려 시대에 전남에서 거둔 곡물과 특산품을 개경으로 운반하던 곡물 운반선이다. 선체 발굴 결과 51톤에 달하는 곡물 약 1,000석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었다. 

 

죽찰에는 13세기에 개경의 대장군 김순영과 별장 권극평 등에게 해남, 나주, 장흥 등지에서 걷어 들인 곡물과 각종 젓갈, 고등어, 게 등을 보냈다고 적혀 있다.

 

청자 압출양각 모란가지무늬 접시
청자 음각 앵무무늬 대접
청자 음각 연꽃잎무늬 대접
뚜껑있는 청자 양각 연꽃잎무의 잔 / 청자 음각 번개무늬 잔


현존하는 유일한 조선의 배 "마도4호선"

마도4호선은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한 조선시대의 선박이다. 건져 올린 목간과 분청사기의 기록을 통해 15세기 초 전남 나주에서 수도인 한양 광흥창까지 나라에 바치던 곡식과 특산품인 공물을 싣고 항해하단 선박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태안 인근 해역에서 선박이 난파되었다는 기록이 번번하게 등장하는데, 2015년 마도4호선의 발견으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죽찰 속 글의 뜻은 나주에서 광흥창으로
분청사기 인화 집단연권무늬 접시
분청사기 인화 국화무늬 사발
분청사기 인화 집단연권무늬 사발

막대 모양의 숫돌은 석재의 표면이 닳거나 갈린 흔적이 없고 부드럽고 매끈한 상태여서 배 위에서 사용한 것이 아닌 화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중동국여지승람에 전라도 나주목의 토산품으로 숫돌이 기록되어 있어 나주의 공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마도 해역에서 찾은 백제의 흔적

최근 마도 해역에서 백제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중 유물이 확인됐다. 침물선의 흔적이나 유물 출처에 관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아 바닷속에 남겨진 이유를 확실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해저에서 확인되었기에 해상 활동 과정에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마도 해역은 중국와 일본을 왕래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지역으로, 백제는 일찍부터 삼국 중 가장 해상 활동과 대외교류에 적극적인 나라였다.

 

암키와 (태안 마도 해역)
암키와 (서울 풍납동 토성)
깊은 바리 (태안 마도 해역)
깊은 바리 (서울 풍납동 토성)


푸른빛의 바다 보물들 "신출귀몰"

태안선과 마도2호선에서 발견된 고려청자는 그 희귀성과 조형미, 용도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유산인 보물로 지정됐다. 

 

청자 철화 퇴화 점무늬 두꺼비 모양 벼루 (태안선)

고려시대 청자로 만든 벼루는 여러 점 남아있지만, 두꺼비 모양의 벼루는 지금까지 이 한 점이 유일하다. 두꺼비의 특징을 그대로 묘사하면서 벼루의 기능까지 살린 청자 두꺼비 모양 벼루는 고려시대의 독특한 미적 감각과 예술성이 담긴 하나뿐인 보물이다.

 

청자 사자모양 향로 (태안선)
청자 사자모양 향로 (태안선)

태안선에 실려있던 청자 사자 모양 향로 2점은 큰 머리, 날카로운 이빨과 매섭게 뜬 눈이 예사롭지 않다. 향로의 독특한 모습과 더불어 태안선에서 출수된 목간을 통해 제작시기, 제작지, 소비처가 밝혀진 유일한 사자 모양 향로로서 높은 가치가 있다.

 

청자 상감 국화 모란 버드나무 갈대 대나무무늬 매병과 죽찰 (마도2호선)

매병의 몸통을 여섯 면으로 나누어 각각의 면에 서로 다른 풍경을 새겼으며, 은 어깨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은 고려시대 장인의 솜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청자 국화 모란 버드나무 갈대 대나무 무늬 매병과 세트였던 죽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증방 도장교 오문부 댁에 참기름을 담은 준을 보낸다."

 

청자 음각 연꽃줄기무늬 매병과 죽찰 (마도2호선)

푸른빛으로 물든 청아한 매병에는 정교하면서도 단아한 연꽃줄기 무늬를 새겼다. 청자 음각 연꽃줄기무늬 매병은 귀한 꿀을 담은 꿀단지라는 사실은 매병의 목에 매달려 있던 죽찰의 기록으로 알 수 있었다. 이는 매병의 용도를 확인하는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신안선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역사는 50주년에 이르렀지만,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한 수중문화유산은 약 30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어렸을 때 보물섬을 읽고, 보물을 찾는 해적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물 공포증에 엄두도 안 나지만 바다판 인디아나 존스를 꿈꿨다. 그나저나 문득 든 생각, 죽찰은 지금의 택배 용지가 아닐까 싶다.

2015.04.28-구석기부터 백제까지 서울 이야기 - 한성백제박물관 (까칠양파의 서울 나들이 ep41)

 

구석기부터 백제까지 서울 이야기 - 한성백제박물관 (까칠양파의 서울 나들이 e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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