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대사극장- 한국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
영화는 영상빨일까? 대사빨일까? 머리는 영상이 맞다고 하는데, 가슴은 대사라고 외친다. "야, 4885 너지?" 영화 제목은 가물가물하지만, 대사는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명장면이 있는 곳에는 명대사가 있고, 명대사가 있는 곳에는 명장면이 있다. 둘을 떼어놓기 힘들지만, 순수하게 대사로만 만나는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대사극장- 한국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이다.
대사극장은 지면과 활자에 갇혀 있던 영화 대사를 스크린 위에 연속 상영하는 가설극장으로 그것들이 남긴 유산을 회고해 보는 기억 극장이다. 시대가 각기 다른 100편의 영화 대사를 한 편의 비디오 에세이로, 활자의 아름다움과 의미에 오롯이 집중하게 하는 무빙 다이포그래피로, 씨네필의 유희적 대사 연기 방식으로 제시하고 재현한다.
그리고 지난 50년간 한국영상자료원이 수집 보존한 시나리오와 이번 전시를 위해 구축한 1,000개 영화 대사 데이터베이스는 관람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 대사를 항유할 수 있는 즐길거리가 될 것이라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이때만 해도, 대사만으로 영화를 기억해 낼까 했는데, 기억을 하고도 남았다는 거, 안 비밀이다.
대사극장(19분 30초)은 박세영 영화감독이 만든 영상으로 철로와 열차, 산과 바다와 계곡, 원룸과 오피스텔, 사무실, 학교, 마당, 재개발된 아파트 등 다양한 배경과 함께 한국영화의 명대사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사극장이라서 글로 읽을 줄 알았는데 영상이라니 괜스레 더 반가웠다.
작은 소극장에서 도서관 같은 곳으로 오기까지 살풀이 한판, 99개의 의문문, 프론트도어 등 여러 공간이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촬영을 포기했다. 아까와 달리, 이곳은 대사만 오롯이 있는 공간이다.
저 끝에 보이는 컴퓨터는 대사편집기로 한국영화의 중요한 대사 1,000개를 여러 방식으로 검색하고 다양한 형태로 출력할 수 있도록 설계한 데이터베이스라고 한다.
연도, 캐릭터, 키워드, 배우, 감독, 원작, 각본, 각색으로 이루어진 총 8개의 분류를 지정해서 직접 명대사를 찾을 수 있다. 인당 프린터는 한 번만 가능하다고 하니, 신중해서 골라야 한다. 나의 픽은 "이가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정우성으로 찾았다는 거, 안 비밀.
이렇게나 명대사가 많은지 몰랐고, 그 대사를 다 기억하고 있다는 데 화들짝 놀랐다.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블로그를 하면서 리뷰를 남기다 보니 명대사를 더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1946년 자유만세부터 2023년 킬링로맨스까지 한국영화 대사 800개를 수록한 한국영화 대사 모음집이다. 아무생각없이 펼쳤을 때 나온 페이지를 촬영했다. 천하장사 마돈나와 타짜 그리고 터널과 1987이다.
"우리한테 남은 마지막 무기는 진실뿐입니다. 그 진실이 이 정권을 무너뜨릴 거고요." 영화 속 대사인데,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까? 공포물을 제외하면,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스타워즈와 마블 시리즈에 빠진 적도 있지만 실화를 바탕을 한 영화는 꼭 챙겨보려고 한다. 특히, 잊어서는 안 되는 어떠한 사건을 담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한 줄의 대사가 주는 묵직한 울림.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다.
2024.03.26 - 우리 영화 100년의 시간 "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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