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허준과 동의보감 그리고 허준박물관
박물관의 상설전시는 변화가 거의 없어서,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내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왜냐하면, 2015년에는 사진 촬영이 안 됐는데, 지금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설전시부터 기획전시까지 허준박물관의 곳곳을 담았다. 한 번으로 끝내기에는 양이 방대해서 총 3편으로 나눴다. 1편은 허준박물관의 상설전시 허준기념실이다.
허준박물관은 한의학을 체계화한 구암 허준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한국 최초의 한의학 박물관이다. 허준기념실에는 허준 관련 유물과 동의보감 제작 과정 및 집필 모형 그리고 허준의 저서와 한의학 관련 고서적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왜 강서구 가양동일까?
허준의 아호는 구암이며, 자는 청원이다. 본관은 양천으로, 양천 허씨의 시조 허선문의 20세손으로 양천에서 태어났다. 양천은 경기도 김포군 양천현 파릉리로, 현재는 서울시 강서구 등촌2동 능곡마을에 해당된다. 출생지에 동의보감 집필 그리고 생을 마감한 곳까지 모두 강서구에 몰려 있으니, 박물관이 없으면 더 이상하겠다.
동의보감 첫장에 그려진 이 그림은 인체의 장기와 그 특징을 그린 것으로 동양의 전통적인 자연관인 하늘과 땅과 인간의 세 가지 요소를 인간의 몸속에 상징화한 도형이다. 옆으로 그려진 인체의 상반신 그림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머리, 땅을 상징하는 몸,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척추가 있다.
하늘과 땅이 지닌 선천의 기운과 인체 안의 후천 기운이 인체 내부를 통해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인체가 바로 대우주와 소우주의 합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동의보감의 의의
첫째, 기존의 의서들과는 달리 실용성을 중요시해 지극히 과학적인 입장에서 당시의 거의 모든 의학지식을 정리했다.
둘째,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나오는 약재들인 향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이용과 보급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향약 중 637개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해 쉽게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우리나라 의학을 부흥시키고자 했다.
셋째, 국내외의 약 180여 종의 의서를 참고했고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의원들에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됐다.
넷째, 우리나라의 의학 수준을 세계에 과시했다.
다섯째, 우리의 의학을 하나의 독립된 의학으로 간주하고, 한국 의학이 중국과 대등한 전통과 수준을 지니고 있음을 주장했다.
허준은 내의원 생활을 하면서 3차례 벼슬이 높아지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첫 번째는 왕자인 광해군의 두창(급성 발진성 전염병으로 흔히 마마·손님이라고 불렀다) 치료로 정3품 통정대부의 작위를 받았다. 두 번째는 동궁이 된 광해군이 병을 치료한 공로로 정2품 정헌대부에 오르게 됐으며, 마지막은 임진왜란 당시 국왕을 모시고 의주까지 피난을 했던 공로를 인정받아 양평군 읍호와 종1품 숭록대부를 받았다.
임진왜란 때 의주까지 피난가는 선조를 모시고 간 공으로 내려진 것이다. 허준은 호성공신 3등에 정해졌으며, 충근정량(충성스럽고 근면하고 바르고 성실하다)이라는 봉호와 본관인 양천을 참고해 양평군이라는 군호를 받았다.
내의원 근무복식으로 왼쪽부터 어의, 의관, 의녀의 복식을 고증했다. 어의는 내의원의 의관들 중에서 임금과 왕족의 진료를 맡아보는 의관을 말한다. 의관은 의과시험에 합격해 내의원, 전의감, 제생원 등에 소속되어 의술에 종사하던 관료를 말한다.
그리고 의녀는 내의원과 혜민서에 소속되어 부인들의 질병을 구호·진료하기 위해 두었던 여자 의원을 말한다. 내의원의 의녀는 흑단 가리마를 쓰고 남색 치마에 연두색 저고리를 입었으며, 옷고름에는 침낭을 찼고, 노란색 치마를 덧입었다.
동의보감의 집필은 허준이 총 책임자가 되고 유의 정작, 어의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등이 참여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유재란이 일어나면서 의서 편찬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여러 곳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의서 편찬은 중단됐다.
그 후 선조는 500권의 의서를 내주면서 허준 단독으로 동의보감을 편찬하게 된다. 동의보감의 완성을 누구보다 기다렸던 선조가 승하하자, 그 책임을 몰어 허준은 귀향을 가게 된다. 이때, 의서 집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은 과학적 입장에서 당시의 모든 의학 지식을 정리했으며, 국내외 180여 종의 의서를 참고해 내용이 풍부하다. 또한 1,212종의 약재에 대한 자료와 4,497종의 처방을 수록하고 있다. 동의보감의 구성은 목차 2권, 내경편 4권, 외형편 4권, 잡병편 11권, 탕액편 3권, 침구편 1권 등 모두 25권으로 되어 있다.
내경은 인체 내부에 관련한 것을 담고 있으며, 동의보감이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과 인체관에 대해 기술해 인체를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를 정(精), 기(氣), 신(神), 혈(血)로 파악했다.
외형은 몸의 겉에서 관찰되는 부분들의 의학적인 기능과 각 부분에 생기는 질병에 대해 서술한 것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서대로 다루었다.
잡병은 각종 질병의 발생 원인이나 증상, 특수한 상황에서 생기는 질병과 특정 연령층에서 생기는 질병 등을 구분해 서술하고 있다. 총 11권으로 앞부분은 질병의 발생에 관계된 운기를 설명하고, 밖에서 들어온 사기와 안에서 발생한 속병 등을 다룬다. 마지막은 부인과와 소아과를 정리하고 있다.
탕액은 약물에 관한 내용이다. 약물의 채취와 가공, 약 달이는 법, 약리 이론, 오장육부와 경락에 상응하는 약물 등 약물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침구는 침과 뜸에 관한 내용이다. 침구의 실제와 침구운용에 가장 필수적인 내용을 가려내어 기록했는데, 침과 뜸을 만드는 방법, 침을 놓는 법, 혈자리를 찾는 법, 뜸 위에 불을 놓는 법, 침을 놓아 좋은 기운을 보충하고 나쁜 기운을 없애는 보사법, 12경맥이 흘러가는 길과 12경맥 이외에 별도로 존재하는 8개의 경맥인 기경팔맥 등 침구학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왕이 승하하게 되면 어의는 그 책임을 지고 귀향을 떠나면서 내의원 생활은 끝이 난다. 하지만, 허준은 광해군의 도움으로 귀양에서 풀려나 다시 내의원 생활을 하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술을 펼쳤다. 아마도 광해군이 왕자이던 시절, 두창을 치료해 줬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지 15주년이 됐다. 자연스럽게 2편은 허준박물관 기획전시 '동의보감 조선에서 세계로'로 이어집니다~
2015.04.19-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박물관 & 구암근린공원 & 허가바위 (까칠양파의 서울 나들이 ep39)
2024.04.30-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15주년 기념 특별전 "동의보감 조선에서 세계로" (in 허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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