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인면옥
평양냉면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선뜻 먹지 못하고 있다. 우래옥과 봉피양은 만육천원, 을밀대는 만오천원, 필동면옥은 만사천원 그리고 을지면옥은 만오천원이다. 고물가 시대이니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해도, 가격이 후덜덜하다. 그래서 서울을 벗어나 인천으로 간다. 가격도 좋고 맛은 더더욱 좋은 경인면옥이다.
예상은 했지만, 12시 무렵에 오니 줄이 있다. 없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 평양냉면이 너무 먹고 싶으니깐. 외관 사진을 찍고 가까이 다가가니 주인장이 나와서, 몇 명이냐고 묻고 한명이라고 하니 바로 들어가란다. 2층으로 올라가라고 했지만, 1층을 보니 2인석이 비어있다. 여기 앉을게요~라고 말하고 잽싸게 이동했다.
100% 순메밀을 좋아하지만, 대체로 평양냉면은 메밀에 고구마전분을 섞는다. 그 비율은 비밀인 줄 알았는데, 경인면옥은 대놓고 공개하고 있다. 메밀 함량 안내문은 입구 근처에 있으니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메밀가루와 고구마전분 비율은 8:2다. 참, 메밀은 수입산이다.
평냉 전문점이지만, 냉면만 있지 않다. 불고기에 갈비탕, 만둣국, 육개장 등 다양하다. 다른 메뉴도 꽤나 괜찮다고 들었지만, 혼밥이기도 하고 평양냉면만 바라보고 왔으니, 앉자마자 바로 "평양 물냉면(11,000원) 주세요." 가격만 놓고 봐도, 확실히 서울보다 덜 부담스럽다.
2014년 한국인의 밥상 평양냉면편에 경인면옥이 나왔다. 그때 68년 전통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78년이 됐다. 그나저나 갈비탕은 점심에 30그릇, 저녁에 20그릇만 판매를 한단다. 위대했으면 평냉에 갈비탕 그리고 육개장까지 한 번에 끝낼 텐데 무지 아쉽다.
평양냉면 전문점은 대체로 구수한 면수가 나오는데, 여기는 온육수가 나온다. 면수라면 벌컥 마셨을 테지만, 온육수는 저상태 그대로 끝까지 냅뒀다. 평냉 먹는데 방해만 되니깐. 다른 냉면에는 식초와 겨자를 꼭 넣지만, 평냉은 사양합니다~
블로그를 확인해 보니, 2022년 능라도에서 먹고 2년 만이다. 좋아한다면서 너무 뜸했다. 그때도 만삼천원이라서 비싸다 했는데, 지금은 검색하니 만육천원이란다. 앞으로 서울에 있는 평냉집은 못 가겠다.
나만의 의식이랄까? 평냉이 나오면 면을 풀기 전에 육수부터 마신다가 아니라 벌컥벌컥 들이켠다. 기름층이 하나도 없어서 어찌 보면 맹물 같지만, 절대 아니다. 목을 타고 흐르는 진한 육향과 함께 감칠맛이 엄청나게 느껴진다. 이게 뭐지 했는데, 아까 본 안내문에 육향과 더불어 잘 숙성된 양조간장의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진다고 나와있다.
설렁탕이나 사골국 등 하얀 고기국물은 싫어하지만, 곰탕이나 평냉처럼 투명한 고기국물은 무지 좋아한다. 맹물로 착각할 정도의 투명도는 평양냉면이 독보적이지 않을까 싶다. 참, 육수 리필이 공짜라는 거, 안 비밀이다.
삶은 계란과 고기 고명은 반찬 그릇에 옮기고 본격적으로 흡입에 돌입한다. 평양냉면을 슴슴하다고 하는데, 이는 국물이 아니 면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맹물처럼 보이지만 꽤 간간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면은 메밀향을 지켜야 하기에 간을 거의 안 했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메밀 수확은 늦가을에 하니, 햇메밀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렸다. 묵은 메밀이라서 향이 덜할 수 있으나, 오래 씹으면 메밀 특유의 구수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밀가루가 주는 매끈함과 달리, 메밀은 투박해서 걸리는 느낌이랄까? 저작운동을 하다 보면, 까끌까끌한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더불어 무심하게 툭 끊어지는 맛에 메밀면을 그리고 평양냉면을 사랑한다.
고기 고명은 미약해도 잡내가 나는 경우가 있어서 먹지 않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면 겁나 후회했을 거다. 예상과 달리 잡내 하나 없고 부드럽고 고소하다. 안내문에 한우 9등급 1++로 수육을 만든다고 하더니, 혹시 그 고기일까나?
오랜만에 평냉이니 곱빼기로 먹으려고 했다. 아니면 녹두전이나 만두를 추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외관사진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바로 신포국제시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천까지 왔는데, 평냉으로 만족할 수 없다. 물론 여기서도 무지 행복했지만, 더 큰 행복을 위해서는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경인면옥은 적어도 2번은 더 가야 한다. 리미티드 에디션 갈비탕에 한우양지로 만든 육개장을 먹어야 하니깐. 당분간 인천에 갈 일이 있으면 밥집은 따로 검색을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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