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하동 스코프 서촌점
스콘은 맛은 둘째 치더라고 크기가 늘 서운했다. 크게 만들면 참 좋을 텐데 했는데, 2년 전에 그런 스콘을 찾았다. 걸리버 스콘이라 해도 될 만큼 크기에 놀라고, 다양한 종류에 한번 더 놀랐다. 누하동에 있는 스코프 서촌점은 베이커리카페이자 스콘 전문빵집이다.
처음도 아니면서 늘 당황을 한다. 어느 빵집을 가더라도,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넓은 홀이나 빵진열대가 보인다. 그런데 스코프는 뭔가 답답하다. 오른쪽 제방실에서 만든 빵이 잠시 보관되어 있는 커다란 철제 구조물(정확한 명칭 몰라요)이 가장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예상은 했지만, 아아는 왜 500원이 더 비싸죠?라고 직원에게 물어봤다. 직원 왈, "얼음 때문이 아닐까요." 속으로, '그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로 결국 전기세 때문이겠죠.' 참, 바쁜 시간대가 아니라서 물어볼 수 있었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4,800원)를 주문했다.
그리고 얼그레이와 버터 스콘이다. 스코프는 스콘뿐만 아니라 쿠키와 케이크, 브라우니 등 전체적으로 다 크다. 왕사이즈에 꾸덕한 쿠키류를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무조건 스콘이다. 왜냐하면, 음료를 주문할 때 엄청난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빵을 고를 때는 혼자가 아니었는데, 2층으로 올라오니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다 포장이었나 보다. 요즘 삼체에 흠뻑 빠졌있어 일부러 조용한 곳을 찾고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거다. 넷플릭스 삼체를 보기 위해 전차책 삼체를 읽기 시작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스댕(?) 컵이라서 진한 때깔을 보여 드릴 수 없지만, 겁나 진하다. 예전에는 쓰다고 난리를 쳤을 텐데, 지금은 진한 고소함이라고 표현한다. 컵이 작아서 더 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따로 얼음을 챙겨 와서 추가했을 정도로 충분히 진한 커피다.
엄청난 무언가의 정체는 클로티드 크림(3,000원)이다. 영국에서는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을 더해서 먹는다고 해서 늘 궁금했다. 마트에서 파는 것은 용량이 많아서 고민만 하다가 포기했다. 왜냐하면, 개봉을 하면 5일 안에 먹어야 한다고 해서다.
요건 28g으로 한번에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앙증맞다. 참, 클로티드 크림은 우유를 가열해 얻게 되는 연한 노란빛의 되직한 크림이라고 한다. 살짝 맛을 봤는데, 처음에는 거의 무맛이다가, 크림이 녹으면서 진한 우유맛이 난다.
버터스콘(3,700원)은 신선한 버터가 듬뿍 들어 풍미가 좋은 스콘이라고 한다. 진한 버터 풍미까지는 모르겠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엄청 올라온다.
원래는 딸기잼까지 더해야 하는데, 클로티드 크림 맛이 너무 궁금해서 잼은 생략했다. 그런데 너무 큰 기대를 했나 보다. 단단한 스콘이 부드러워졌다? 왜 같이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버터스콘이 클로티드 크림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레몬스콘(4,000원)은 상큼한 레몬 아이싱이 올라간 스콘이다. 클로티드 크림과 버터스콘은 분명 어색한 사이였는데, 레몬스콘을 만나니 확 달라졌다.
스콘만 먹으니 겁나 퍽퍽하고 푸석했는데, 여기에 클로티드 크림을 더하니 1+1=2가 아니라 1+1=1이 된 듯 완전체가 됐기 때문이다. 고소함에 부드러움 그리고 풍미까지 와우~ 여기에 레몬아아싱의 상큼함까지 클로리드 크림 하나로 이런 맛을 내다니 놀랍다.
버터와 레몬 스콘을 비교하니, 맛의 차이가 왜 났는지 알겠다. 버터스콘은 버터 함량이 높아서 클로티드 크림을 더해도 별차이가 느끼지 못했던 거다. 그에 반해 레몬스콘은 버터와 달리 퍽퍽함이 눈으로도 보인다.
순서를 달리 했다면 좋았을 텐데, 사진 속 레몬스콘을 클로티드 크림(버터스콘에 집중 투자하는 바람에 그새 다 먹음) 없이 먹었더니 극강의 퍽퍽함으로 인해 목넘김이 무지 힘들었다. 이래서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하나 보다. 경험은 충분히 했으니, 앞으로는 아무것도 더할 필요가 없는 버터스콘만 먹어야겠다.
2022.06.29-영국식 버터 스콘에 레몬케이크 누하동 스코프 서촌점
2022.05.03-대빵 큰 디저트가 가득 부암동 스코프베이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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