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3가 사랑방칼국수 (feat. 오뷔르베이커리)
지금은 없어진 수요미식회와 언제 다시 할지 모르는 맛있는 녀석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문제는 식당명과 위치를 정확히 몰랐다. 충무로에 일이 있어 왔다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외관에 눈길이 멈췄다. 그래~ 이 집이야! 충무로3가에 있는 사랑방칼국수에서 드디어 백반백숙을 먹는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첫방문인데 겁나 익숙하다.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1층에 자리가 널널하니 여기에 앉으란다. 방금 전까지 계단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백숙백반을 먹었다는 거, 안 비밀입니당~
사랑방칼국수가 맘에 드는 점은 가성비는 기본에 브레이크타임이 없다. 혼밥은 느즈막이라 2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혹시나 쉬는 시간이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다. 식당 이름을 보면 칼국수가 메인인 듯싶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백숙백반(9,000원) 주세요."
메뉴판을 찍고 나서 2분이 지난 후, 음식 항공샷을 담았다. 백숙이 패스트푸드는 아니지만, 미리 만들어 놓으니 후다닥 나온다. 미니 공깃밥은 사람들이 밥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씩 주는데, 필요하면 더 준다고 한다.
양파보다 대파가 너무 많은데 했더니, 테이블에 놓여있는 초장에 대파를 넣어서 소스를 만들어 먹으라고 한다. 요 소스가 중독성이 무지 강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대파가 많아서 초장에 2/3를 넣고, 나머지는 닭곰탕 국물에 투하했다. 이 행동이 나중에 엄청난 후회로 돌아오게 된다는 거, 지금은 몰랐다.
양은냄비에는 적당히 따끈한 국물이 들어있다. 닭을 여러 마리 삶아서 만든 육수이니, 진한 담백함에 감칠맛도 엄청나다. 간은 심심할 정도라서 소금을 추가할까 하다가, 대파만 넣었다. 사진을 찍고 난 후, 후추가 적은 듯싶어 1.5배를 더 넣었다.
백숙백반은 1인분인데, 정확히 반마리가 나온다. 목살은 반으로 나누기 힘들어서 뺀 것일까? 아니면 단골에서만 특별히 주는 것일까? 처음 왔으니 알 수 없다.
삼계탕에 들어있는 닭에 비해 확실히 크다. 치킨은 바삭한 껍질을 좋아하지만, 백숙의 껍질은 비계와 같아서 싫어한다. 고로, 껍질을 제거한 가슴살은 먹기 좋게 나눠서 닭육수에 때려 넣었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밥을 말아서 닭곰탕으로 먹고 싶으니깐.
다리와 날개는 대파가 듬뿍 들어있는 초장과 함께 해야 한다. 본연의 맛보다는 초장을 더하면 맛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시중에 파는 초장에 비해 묽고, 신맛이 엄청나다. 시큼, 새콤한 맛을 좋아하다 보니, 완전 내스탈이야~
닭을 푹 삶기도 했겠지만, 닭고기에는 아삭함이 없다. 다리살이다 보니 기름진 부드러움 뿐인데, 여기에 대파를 더하면 아삭함이 추가된다. 대파를 왜 이리도 많이 줬을까 했는데, 한 입 먹고 바로 후회했다. 초장은 거들뿐, 대파가 신의 한 수였다.
왜 미니 공깃밥인지 알겠다. 반마리에 국물도 많지 않고, 밥도 미니 사이즈라서 칼국수를 추가 주문하려고 했다. 그런데 백숙 반마리를 해치우니 든든함이 몰아친다. 여기에 가슴살에 미니 공깃밥을 더한 닭곰탕을 먹으니 포만감이 차오른다.
대파초장으로 인해 잠시 밀려났던 겉절이는 닭곰탕에서 제실력을 발휘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기보다는 김치를 올려서 먹는 걸 좋아한다.
대파초장이 이리도 매력적일 줄 먹기 전에는 몰랐다. 굳이 비싼 영계백숙 대신, 이제는 백숙백반이다. 더 더워지기 전에, 칼국수 먹으러 한번, 백숙백반 먹으러 또 가야겠다.
자고로 밥배와 빵배는 따로 있다. 배가 엄청 불렀는데, 오뷔르베이커리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만 마시려고 들어왔는데, 단호박 크림치즈 깜빠뉴에 무너졌다. 단호박 한 개를 통째로 넣은 듯, 빵이 아니라 찐 단호박을 먹고 있는 듯하다. 단호박 맛이 너무 강해서 크림치즈는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빵 안에 떡을 넣은 듯 간헐적으로 쫀득함이 느껴졌다. 참, 밥값보다 빵값이 더 비싸다는 거, 절대 안 비밀이다.
2024.04.29-집게 대신 연필이 있는 빵집&카페 초동 오뷔르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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