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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대성닭한마리 충무로본점

고깃집에서 혼밥은 즐기지만, 찜닭이나 닭도리탕과 같은 메뉴는 힘들다. 요즈음 혼밥러를 위한 메뉴를 내놓은 곳도 있지만, 보글보글 끓여서 먹어야 하는 닭한마리는 무조건 둘이서 가야 한다. 혼밥이 익숙하지만, 메뉴 특성상 그대와 함께 했다. 초동에 있는 대성닭한마리 충무로본점이다.

 

대성닭한마리는 서울시 중구 마른내로2길 30 청수빌딩 1층에 있어요~

블로그 특성상 혼밥을 자주 하다 보니, 누군가와 함께 할 때는 카메라를 꺼내놓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래야 하는데, 혼밥으로 먹을 수 없는 메뉴이기도 하고,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지인이라서 당당하게 카메라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11시 40분, 아직은 여유롭다. 하지만 12시가 되면 여유라는 단어는 쏙 들어가게 된다. 혼밥은 바쁜 시간대를 피해서 가는데, 이번에는 둘이라서 지금부터 1시가 될 때까지 즐길 생각이다. 왜냐하면, 7년 만에 만남이라 할 얘기가 무지 많기 때문이다.

 

닭한마리를 먹자고 했을 때, 당연히 종로 5가에서 만나는 줄 알았다. 그곳은 닭한마리라는 이름의 골목이 있으니깐. 그런데 대성닭한마리는 초동에 있다. 지인의 회사가 근처이기도 하고, Since 1989이다. 충무로에서 35년이라는데 굳이 종로5가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혼자 왔다면 평일점심 특선 중에서 닭곰탕을 선택했을 테지만, 둘이 왔으니 당당하게 닭한마리 2인분(22,000원)을 주문했다. 

 

블로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맘껏 사진을 찍으면 되는데, 문제는 우리가 너무 오랜만에 만났다. 막 나왔을 때 항공샷을 담아야 하는데, 대화가 흠뻑 빠지다 보니 까맣게 잊어 버렸다. 그저 혹시나 해서 담았는데, 메인 이미지로 낙찰. 참고로, 앞접시에 덜기만 했을 뿐, 먹기 전 상태입니다~

 

가장 먼저 나온 기본찬이다. 물김치와 배추김치 중간 어디쯤이라고 해야 할까나? 시원하고 상큼한 배추김치와 함께 마늘종무침이 나왔다. 둘 중 우리의 원픽은 마늘종무침으로 3번 리필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적당히 새콤하고 아삭하고 짭조름함이 입맛을 돋운다.

 

비포
애프터

닭한마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녀석(?)이다. 간장과 부추 사이로 고춧가루와 연겨자가 숨어있으니, 잘 섞어줘야 한다. 비법보다는 비율일까? 알만한 재료로 만든 소스이자 양념인데,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한다.

 

나오자마자 뚜껑을 잠시 열고 사진부터 담는다. 이때 항공샷을 찍으면 됐을 텐데, 대화 중이라서 이것만 후다닥 찍고 다시 뚜껑을 덮었다. 감자와 팽이버섯 그리고 밀떡은 다른 곳에서도 먹었는데, 물만두는 새롭다. 아직 끓기 전이라서 양념은 풀어지지 않았고, 닭은 다른 재료가 감싸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4월인데도 불 앞에 있는 게 힘들 정도로 아침은 봄, 점심은 여름, 저녁은 다시 봄으로 계절이 요동치고 있다. 보글보글보다는 바글바글 느낌으로 끓고 있다. 

 

닭은 덜 익었지만, 물만두와 밀떡은 다 익었다. 고로,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먼저 먹는다. 본연의 맛이라고 하기에는 누구나 아는 맛이므로 바로 양념을 더한다. 아는 맛에서 감칠맛이 더해진 색다른 맛으로 진화했다. 

 

이번에는 국물이다. 좀 더 끓여야 더 진해지겠지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 칼칼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운하면서 시원한데 이마에 땀이 몽글몽글 맺혔다. 국물 한 숟갈에 낮술을 부른다. 이날 거의 모든 테이블에는 갈색이와 녹색이가 있었다는 거, 쉿~ 비밀이다. 참, 우리에게는 로이가 있었다.

 

둘이서 먹으니 닭다리로 싸울 일이 없다. 너 하나, 나 하나 먹으면 되니깐. 그런데 닭다리가 아니라 목살로 싸운다? 사람들이 잘 먹지 않으니 일부러 대신 처리해 줬다는 듯, 목살을 먹었다고 말을 하는데 살짝 섭섭했다. 왜냐하면, 닭다리보다 더 좋아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나이 차이가 조금 있지만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친해졌는데, 목살까지 통할 줄은 몰랐다.

 

아삭하고 풋풋한 부추의 식감이 맛을 더 살린다~
목살 다음으로 가슴살 좋아해요~

누군가에는 퍽퍽살이겠지만, 나에게는 쫠~깃한 가슴살이다. 씹는 맛이랄까? 통으로 먹으면 퍽퍽함이 느껴지기에, 먹기 좋게 잘게 나눈 후 양념범벅을 해야 한다. 고기 자체가 슴슴해서 요렇게 먹으면 감칠맛이 더해질 뿐, 짜지 않다.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

닭한마리에는 칼국수가 정석? 그럴 수 있는데 이번에는 구수한 들기름이 가득한 볶음밥(3,000원)이다. 중간에 육수를 따로 추가하지 않아 국물이 거의 없기도 했고, 면보다는 밥 더 먹고 싶었다. 특별해 보이지 않은데 닭육수의 힘이랄까? 볶음밥에서 진하고 깊은 맛이 난다. 

알고 있었지만, 먹고 나니 역시 닭한마리는 혼자보다는 둘이서 먹어야 한다. 또 알고 있었지만, 둘이서 먹으니 어쩔 수 없이 사진은 뒷전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밥하기 어려운 메뉴는 종종 둘이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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